겨울 강을 건너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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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한 인생이 뚜벅뚜벅 겨울 강을 건너가고 있다
밀양군 초등면 검암리에서 산 밖에 모르던 사람. 꿈 가득 안고 완행열차에 오른 중졸이 전부인 한 청년. 가리봉동 나염공장 화공약품 냄새, 퇴근 길 막소주잔에 씻어 버리고, 철산리 뚝방집에서 부나비처럼 퍼덕이며 사랑도 했다. 큰 아이 전문대 졸업 후 취업했다고, 성공의 열매하나 땄다고, 기뻐서 또 한 잔. 그러나 난데없는 공장 부도로 백수가 되고, 서울에 찌든 몸뚱이마저 파지처럼 구겨져 버린 사람. 병든 아내의 야매 미용으로 입에 풀칠은 했다지만. 폭포의 물살처럼 부서지는 인생의 실패, 좌절, 포기, 다시는 재기의 발버둥조차 치지 못했던 그 사람. 그래도 세월의 강은 쉼 없이 흐르고 흘러, 하늘이 바다보다 더 푸르른 날 다리 쭉 뻗은 강 하구 둑에서 서걱이는 갈대가 되어 가슴에 품었던 가장 소중한 꿈 모두 접고, 유채꽃보다 작은 꽃꿈 한 송이 터뜨리지도 못하고 뚜벅뚜벅 겨울 강을 건너가고 있다
남도의 피붙이 땅으로 회귀하는 우리 처삼촌
(2001. 4.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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