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태기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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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수유 노랑 눈동자도 흐려지고
진달래 자홍색 붉은 입술도 바래고
벚꽃 까르르 웃음소리도 어지간히 멈추고
자목련마저 목 툭툭 꺾고 명상에 젖은 날 아침에
바람과 함께 정발산에 올라 세상을 내려다본다.
그리고 선혈이 낭자한 박태기나무를 본다
진홍색 튀밥을 터트리고 있는 그 모습을 본다
사는 일이 힘들어 고생 고생하다가
이제 뭔가 이룬 것이 있어 폭죽을 터뜨리는 것일까
아니면, 아직도 되는 일이 없어 울분을 터트리는 것일까
박태기나무가 동맥혈관을 모두 끊고 있는 것을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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