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과의 첫만남(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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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생뒤의 보람이... ]
도대체 몇분이 지난거지?
이런 아직 20분 뿐이 지나질 않았잖아?
호호님과 제인님은 벌써 내 시야에서 사라지고 안계시고 옆에 계셨던 나미님도 벌써 저만치 앞서가신다. 마음이 조급해졌다.
산에 올라가는데 옆사람에게 피해를 주어선 절대 안된다는 엄마의 말씀도 떠올라 힘들다는 소리를 선뜻 하지를 못했다.
제일뒤에 따라오던 짱구와 호칠님도 어느새 내 뒤에 계시고 빨리 가야겠다는 내마음과는 달리 난 멈춰 서버리고 말았다. 후들후들 떨리는 다리와 가슴이 터질것 같아 숨을 몰아쉬고 있는데 두칠님이 산 안타봤냐구 물어보셨다. 예..초등 6학년때 선생님과 산 타본 이후로는 처음이에요 하고 말씀드렸더니 천천히 가자구 하셨다.
조금 올라가다가 멈춰 쉬고 또 몇걸음 올라가다 쉬고..
어느새 보니 짱구와 호칠님도 나보다 훨씬 앞으로 나아가고 있었다. 그날 하늘은 무지 맑았던것 같은데 내 눈엔 하늘이 점점 노란빛으로 물드는것 같았다. 한번 앉아서 쉬면 다시는 일어나지 못할것 같아 제대로 앉아 쉬지도 않는데 나중엔 너무 힘들어 두칠님이 주신 깔판을 깔고 주저앉아버렸다.
지금 이글을 쓰고 있는 중에도 그 때의 힘듦이 전해지는것 같다.(ㅡㅡ;)
올라가기 전..이까짓 산 뭐 금방 올라가겠지 하는 거만한 맘에 시작을 했는데 난 무릎으로 산을 기어오를 상황까지 왔었다. 산에 대해 무릎을 꿇은것이었다. 평소에 산에 올라가자고 보채시던 엄마아빠의 소리가 들리는것 같고 그때 올라다녀 볼 것을 하는 후회심도 일고 가슴이 울컥울컥 하는 참인데 두칠님이 아버님 연세가 어찌 되느냐고 물어오셨다. 설 쇠면 58세 되신다는 소리에 두칠님이 놀라셨다. 많이 드셨지요..결혼도 늦게 하시고..
왠지 아빠의 얘기를 할려니 울컥했던 마음들이 터질 것 같아 가슴만이 두드렸다. 왠지 그 상황에서 내 자신이 아버지의 못난딸인것 같고 이런 산 하나 올라가는데도 인내심과 끈기가 없이 힘들어하면서 나혼자서도 세상을 잘 살수 있을 꺼라고 아버지에게 큰소리 쳤던 내가 무지무지 부끄러웠다.(쩝...)
정말 몇시간을 걸어온것 같은데 절반 정도 왔다구 하신다. 되돌아 갈까 생각도 했지만 지금까지 나를 끌고 올라오신 두칠님께도 죄송하고 또 되돌아가면 포기하는 거나 다름없을꺼라는 생각에 나의 맘이 선뜻 허락질 하지 않았다. 솔직히 정상까지 전라도 말로 깡으로 버티고 올라간거지 뭘....
힘든 나를 위해서 노래를 불러주시는 두칠님 소리가 들리는데 목소리가 탁하지않고 맑고 깨끗했다. 정말 산하고 잘 어울리시는 분이시다 라는 생각이 들었다. '비목' 노래를 아냐고 물어오시는데 고등학교 합창부 들어갈때 시험봤던 노래가 비목과 선구자였다. 숨이 그렇게 차지만 않고 흔들리는 다리만 멀쩡했더라면 두칠님께 노래도 답해 드릴겸 불러드렸겠지만 도저히 그럴 상황이 되질 못하였다. 그저 올라가야해 올라가야해 생각뿐이는......
쉬엄쉬엄 올라가니 어느 순간에 눈이 보이길 시작했다. 힘듦속에서도 눈을 보니 기분이 좋아졌다. 세석산장 0.5km를 남겨두고 세갈래의 갈림길에 서서 사진을 찍었다. 10년이나 20년 뒤에 여기에 다시 올라와 사진을 찍으며 지리산 첫 등반했던 걸 기념하라는 두칠님 말씀에 1~20년 뒤에 오늘 사진 찍었던 그 자리에 내가 다시서고 물론 나를 찍어주시는 분은 두칠님이시고 그러하면 멋진 기념이 될꺼라고 가슴 벅찬 상상을 하였다.
산장에 다다를 쯤 어느 분이 뛰어내려오셨다. 제인님이신것이다.
눈을 너무 좋아해 막 밟고 뛰어내려오시다 넘어졌다고 하신데도 얼굴엔 웃음이 떠나질 않으신다. 제인님께서 가방을 주라고 들어주신다고 하시니 거절할까 하다가도 올라오기전 두칠님이 잠시 가방을 들어주셨을 때 홀가분한 맘을 얼른 떠 올리고 얌체같이 맡겨버렸다.(ㅡ.ㅡ;;)
드디어 세석산장이라는 곳도 눈에 확 들어오고 도착했구나 하는 생각에 뒤를 확! 돌아다보니 세상에...너무너무(x100) 멋진 광경을 태어나 처음보았다.
저멀리 보이는 산등성이들..그리 멋져 보일 수가 없는것이었다. 짙푸른 남색이라고 해야하나 산의 색깔에 위의 구름들까지 정말 한폭의 그림 아니 그림으로 그려 낼 수나 있을까? 하는 풍경이었다. 무등산처럼 정상에 올라가면 도시의 불빛을 볼 줄 알고 올라가 뒤를 돌아다 보는데 참 나도 무식한 생각을 가지고 지리산을 올라왔구나 하는 생각을 하였다.
사진을 찍어두고 싶은 생각에 두칠님을 찾으니 벌써 제인님과 물을 받아오신다고 내려가신 후였다. 몇분간을 그리 서서 쳐다보고 다시 산장으로 향하는데 실크님과 실크님 친구분이 와~빛나리님 어서오세요 정말 대단하시다~ 그러시며 반겨주신다. 솔직히 부끄러웠었다.^^;;
아마도 두분도 그 자리에 서서 내가 보았던 그 광경을 보고 계셨던것 같았다. 멋져~너무 멋지다~ 환상적이네~~란 말을 연발하시면서....
비록 힘들게 올라는 왔지만 산이 나에게 준 첫번째 선물은 어느 사진 한컷에서도 보지 못할 멋진 광경을 보여준 것이었다. 힘들게 올라온 댓가가 너무나도 큰 것이여서 얼마전의 힘듦도 다 잊어버릴 수가 있었다.
지금도 그 멋진곳을 떠올리면 마음이 설레이고 흥분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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