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 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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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항의 로비를 나와 여객선이 있는 곳으로 가기 위해 택시를 잡아탔다! 오빠가 왜 목포에 있을 것이라는 생각과 왜 배를 통하여 갈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목포 부두 항에 앉아서 출렁대는 바다를 바라보고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바다를 건너지 못하고 바라보고만 있으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왜 오빠가 바다를 건너지 못 할거라는 생각이 들었는지는 몰라도, 그 이유가 아마도 제주도는 오빠에게 있어서는 성지 같은 곳이 아닐까 하는 생각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또한 오빠가 언젠가 말했듯이 오빠가 유일하게 가본 바닷가가 목포이라고 말한 것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오빠가 가고자 하는 Oz의 성이 있는... 꿈이 있는 그런 곳....
제·주·도!
'
목포 여객항'이라는 간판이 보였고, 택시는 승강장에 멈추어 섰다.
택시에서 부두에 발을 내리면서 한가지 문제를 직감했다. 오빠가 부둣가에 있다 하더라도 어디에 있는가 하는 것이다. 또 지금까지 이곳에 있을 것이라는 이유도 없었다. 난감하기만 했다. 어쩔 수 없이 부둣가를 어슬렁거릴 수밖에는 없었다.
오늘이 일요일이니까. 저녁까지 찾다가 못 찾으면 서울로 올라가는 방법밖에는 없었다. 월차도 내지 못할 형편이었다. 12월에 나갈 각종 광고물의, 편집 청탁이 많이 들어 와서 10월말인 지금부터 편집실은 난리를 치르고 있으니까!
내일 있을 편집회의에 불참을 한다는 것은 사직서를 내는 것과 마찬가지였다. 그러고 보니....
나는 지금...
일을 생각하고 있다. 오빠를 찾으려 와서 일을 생각하고 있다. 나보다 다른 것을 더 중요하게 생각한다고 오빠를 나무라던 난, 오빠를 찾으려 와서 일을 생각하고 있다. 일을 생각하고 있다. 나는...
로비 의자에 주저앉은 나는 생각을 하고 있었으나 아무 것도 생각을 하지 못하고 있었다. 뭐가 뭔지... 혼란! 혼란뿐이었다. 망망하게 출렁대는 바다의 파도도, 여객선의 출항을 알리는 부저 소리도. 사람들의 웅성거리는 소리도... 혼란을 가중시키고 증폭시키고. 나의 이성을 앗아가고 있었다.
어떻게 이 혼란을 빠져나갈 수 있을지 모르겠다. 컴퓨터의 다운이라는 것이 이런 것일까? O.S는 살아 있지만 작동 할 수 없는 상태. 생각을 해야 하지만 아무 것도 생각을 할 수 없는 나의 상태... 그도 그랬을까? 꿈이라는 것을 버렸다고 생각했을 때, 그것을 오래 전에 버렸음을 알아 버렸을 때는. 그도 그렇게 충격을 받은 것이었을까
「커피 마셔! 하영아!」오빠는 나에게 자판기에 뽑은 커피를 내밀었다.
「으응? 아…… 래인 오빠? 어떻게 여기에? 제주도에는 가지 않은 거야?」
「응. 이젠 못간 것이 아니고, 가지 않았어. 다음에 너랑, 함께 갈까 해.」오빠의 대답과 웃음...
「나랑? 가자 못한 것이 아니구? . . . . 나중에 나랑 함께 간다고?」나랑 간다는 오빠의 말을 확인하는 질문을 했다.
「응. 너랑 함께...」
「그럼 여기서 그 동안 뭐 했어?」그말에 안심이 된 난 여기서 그동안 뭘 했는지 오빠에게 물었다.
「그 동안 뭐 했냐고? 너처럼 여기에 앉아 있었지.
저기, 매표소에 가면 제주도에 가는 티켓을 팔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더라. 그래서, 갈까 말까. 고민을 했지. 만약에 팔지를 않는다면 어떻게 할 지 모르기 때문에... 그래서 여기에 몇 일 동안 계속 앉아 있었어.」
「그럼, 은미라는 그 사람은 찾지 않을 거야?」오빠에게 물었다.
「응. 찾을 필요는 없을 것 같아! 굳이 찾을 이유도 없다는 생각도 들고.」
「왜? 찾아야 한다면서?」
「찾을 이유가 없더라.」
왜 찾을 필요가 없다고 오빠는 말 하는 것일까? 그래서 물었다.
「아니, 왜? 꼭 찾아야 한다면서?
오빠에게 펜을 잡게 한 사람이라면서?
비록 얼굴도 모르는 사람이기는 하지만 말야」
「하영아, 삶이 머니?」
「삶? 인생? Life?」
「응!」
「삶이라? 사람의 생활! 인생 같은거?」
「그러니?」오빠의 반문...
「하영아! 어제 호텔에서 TV를 봤는데 말야! 무슨 게임인가 하는 프로 있더라?
거기서 그랬는데... 어! 저기도 있다. 저기 보이니? 저기 말야?」
「뭐? 내가 보기에는 골판지에 쓴 광고 같은 광고판 밖에는 없잖아!」
「맞아. 골판지에 뭐라고 쓰여져 있니? 하영이 너가 읽어볼래?」
「"삶은 감자. 이천원. 무지하게 맛있음. 삶은 옥수수, 이천원. 엄청나게 맛있음!"
저게 뭐! 어떻다고?」
「처음 문장만, 다시 읽어 봐!」오빠는 노점상의 종이 판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삶은 감자"가 뭐 어떻다고?」난, 조금 오빠에게 퉁명스럽게 답했다.
「"삶"은 뭐라구?」오빠가 재차 물었다.
「"감자"라고 쓰여져 있잖아! 물에 삶은 감자가 이천원이라구...」
「'삶'이 '감자' 같다는 소리로는 들리지 않니? 즉. 'Life is Potato!'」
「응? 뭔 소리야? 오빠!」
「하영아! TV에서 그랬는데. 시인에게, 삶이 뭐냐고 묻는 한 여인에게.
저걸 가리키면서 시인은 이렇게 말했어, '삶'은 감자 같은 건데. 감자같이 우리도 싹을 맺고 자라나고, 다시 감자 열매를 맺고... 그래서 우리들도, 세상에 태어나고, 결혼하고 자식 낳고 죽고... 그렇지 않니? 감자같은 삶. 감자와 의미가 같은 삶.」
「... 오빠 만나니까... 더 머리 아퍼! 아휴... 그냥 서울에나 있을 걸...」
「하영아! 내가 고민하던 꿈...
내가 시궁창에 버렸어도, 내가 다시 주우면 되고. 다시 성취하면 된다는 생각이 들었지! 내 꿈을 그 누가 빼앗아 가지도 않지만, 못 빼앗아 가는 거라고...
글쟁이라는 꿈도. 내가 반듯이 이룰 수 있는 거고.. 그 때가, 먼 50년 뒤에나 이룰 수 있다고 해도 말야. 그렇지 않아?」
오빠는 먼가 해탈을 했다는 표정인데, 난 잘 모르겠다.
「그런가? 하지만 다른 사람에 비하면 늦었다면서...」오빠에게 다시 물었다.
「그렇게 생각을 했었는데, 그게, 그게 아닌 것 같아!
내 꿈이 글장이가 되는 거지. 문학상 같은 것을 손에 쥐는 것은 아니니까...
소설을 쓰는 순간부터 난, 소설가고 글장이니까... 그렇지 않아?」
「오빠! 그렇기는 하지만. 사람들은 인정을 하지 않을 것인데?」
「창녀가 사는 삶이나, 거렁뱅이가 사는 삶이나, 대통령이 사는 삶이나..
다 같은 삶이고 인생이니까!」
「하지만, 그들의 삶은 비난받고 있잖아?」난 왜 창녀의 삶이나 대통령의 삶은 같은 레벨이 있는 것인지 몰라서 오빠에게 물었다.
「그렇기는 하지. 하지만, 같은 창녀끼리 거렁뱅이끼리 서로 비난할까? 그렇지는 않겠지! 그들의 삶을 불결하다고 느끼는 사람이 있다면, 그들이 그렇게 살아가도록 만든 사람들의 삶도 문제가 있는 거라고 생각을 해... 베푸는 사랑을 모르고 살아 왔으니까... 그들이 그렇게 살도록 방치했으니까...
내 꿈. 소설가라는 것도. 표절이라고 불리든지, 졸작이라고 불리든 상관하지 않기로 했어. 내가 고의로 표절하는 일은 없을 거니까...
졸작이라는 것은. 글쎄... 졸작이라고 하더라도 한 편의 글을 적었다는 것이 더 중요하니까. 한가지 이야기를 더 할까?
어떤 사람이 외국에 갔었데. 그 지역에 친구가 하던 LIFE라는 가게가 있었는데 그곳을 아무리 찾아도 찾을 수 없는 거야. 그래서 지치고 지친 나머지 지나가던 외국인에게 더듬거리는 영어로 물었어. LIFE가 어디에 있냐고. 그 외국인은 자신에게 Life가 어디에 있냐고 묻는 외국인을 한 참 동안 바라보더니. 두 손을 잡더래. 그리고는 두손을 꼭 쥐고서는 이렇게 말했데.
"Life는 당신의 가슴에 있어요! Life는 당신만의 것이에요!"라고...
그 친구는 외국인의 대답에 뭐라 말도 못하고... 그 외국인이 걸어가는 뒷모습을 계속 보다가... 외국인이 지나간, 앞의 'LIFE shop'을 발견하고, 친구가 운영하는 가계로 들어갔는데... 나무 문을 밀치면서 문득 스치는 생각이 있더래... 진짜로 삶이라는 것은... 내 가슴속에 있는 거구나...하고 말야.
...
꿈도 그와 같다고 생각을 해. 꿈은 나만의 것이라고. 내가 만들 수 있는 나만의 것이라고 생각을 해. 내 꿈과 다른 사람의 꿈을 비교 할 필요가 없다는 것을 깨달은 거야...」
「그런가? 그럼 이제 고민은 끝난 거야?」오빠에게 물었다.
「그렇다고 봐야지. 근데, 하영이, 너 안색이 좋지 않다! 무슨 일 있니?」
「오빠를 찾다가 지쳐서 그럴거야! 근데, 오빠 서울 올라 올 때. 기차 타고 올라 갈 거야?」
「응. 비행기는 싫거든. 저녁 먹고 함께 올라가자. 비행기로 가든지 기차로 가든지...
우선, 우선 뭐부터 먹자! 배고프다, 급한 대로 삶은 감자나 먹을래...」
「피-. 겨우 감자? 생선회 사주라..!」
오빠랑 난, 앞에 보이는 목포횟집으로 들어갔다.
... 그런데 내 꿈은 뭘까? 오빠의 꿈은 저렇게 웃고 있는데, 내 꿈은 언제, 웃게 될까!
... 하영이만 계속 내 곁에 있다면, 나의 꿈이 웃는 날이 반듯이 올 거야.
... 내일은 저 아름다운 미소처럼! 내 꿈도 웃게 될거야...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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