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 人生流轉 人生酒轉(인생유전 인생주전)
|
| |
|
|
| |
| |
| |
31. 人生流轉 人生酒轉(인생유전 인생주전)
내가 태어난 동네는 도시이면서도 시골 분위기가 나는 마을이었다. 초등학교 시절에 우리 집 주위로 십여 호가 모여서 마치 시골부락처럼 어른은 어른끼리 지 내고 아이는 아이끼리 놀았다. 물론 성도 고향도 다르지만 어른들이 잘 지냈었다. 그러니 우리들 남자아이들은 같이 자라면서 친구간 형 아우간 하면서 한 마을에서 살았다. 가끔씩 어른께서는 동네 아저씨와 자주 술좌석을 했으며, 봄과 가을에는 어김없이 야유회를 다녔다. 그래서 우리도 어른의 술자리며 술 심부름이며 춤추고 노래부르고 노는 광경을 보 고 익혔다.
내 아우가 초등학교 일 학년 때였다. 그 시절에 저학년은 오전반과 오후반이 교대로 등교를 하였다. 그 날은 내 아우와 그의 친구 둘이 오후반이라고 앞집에 모여 놀았다. 그들은 한 마을에 한 학년에 한 곳에서 태어 낳으니 그야말로 죽마고우 고추친구였다. 아우 친구인 현이는 그의 아버지가 드시는 집에서 담근 좋은 포도주를 친구에게 보였다. 그 리고 많이 마시면 표가 나니 한 잔씩만 친구 둘에게 돌렸다. 달콤한 포도주 맛을 어릴 때 본 사람이라면 그 맛을 기억할 것이다. 친구들이 한 잔씩 더 달라고 졸랐다. 그러다 더 줄 자신이 없던 현이는 포도주를 담았던 단지를 들고 왔다. 단지에는 포도주를 걸러낸 포도와 남은 술이 아직도 한 독 가득 있었다. 그들 3인은 독채로 포도를 씹어먹고 남은 술을 달콤 한 맛에 마셨던 것이다. 셋은 나란히 논길을 걸어서 학교로 갔다. 하늘이 빙빙 돌고 어질어질 했지만 술을 마시면 어른들이 비틀비틀 거렸으니 당연히 비틀거릴 거라고 생각하고 책 보따리 허리에 메고 논길 을 걸어갔다. 그러다 현이는 결국 논으로 꼬꾸라졌다. 일어나 중심잡고 다시 걷다 모심기한 무논으로 자 꾸 꼬꾸라졌다. 그날 현이는 젖은 옷으로 학교에 못 가고 둘이서 학교에 갔다. 내 아우와 아우 친구 일이는 같이 학교 교정의 나무 그늘에서 잠이 들었다. 그러다 선생님 오셨다. 내 아우는 일어나 수업을 받았다. 일이는 계속 잠을 잤다. 선생님도 깨우다 포기하고 돌아갔 다. 일이는 자다 일어나 집으로 돌아왔다. 내 동생도 오후반 수업을 다 못 받고 집으로 돌 아와서 옆집을 보니 일이는 아직도 마루에서 큰 대자로 자고 있었다. 마치 그의 아버지가 술 취하시면 마루에서 그냥 주무시듯이 자고 있었다.
나도 술 취하여 학교간 기억이 난다. 구멍가게에서 파는 정종 만든 찌꺼기를 사서 물을 부어 끊여서 먹었다. 식사 대신으로 먹기 도 했어나 간식으로 먹었다. 그 찌꺼기에는 하얀 쌀도 있었고 사카린으로 맛을 내어 한 그 릇씩 마셨다. 그러다 많이 마시면 어린 나이에 취했다. 그러니 술은 마시는 음료요, 먹는 음식이었다. 적당히 마시면 영양소요, 많이 마시면 술이 되었다. 우리 집, 우리 이웃의 술 문화는 그러했다. 술 못 마시는 아낙이 없었고 술 못하는 사내가 없었다. 그래서 술 못하는 자식이 없고 술 주정하는 사람도 없었다. 참 멋지고 신나는 세상의 마을이었다. 그 아우들 그 형님들 지금 만나도 즐겁고 잘 어울리고 그 시절 술 마신 이야기로 술 마시며 지낸다. 금년 설 명절에 그 마을에 세배를 갔다. 우리 어른들 여러분이 저 세상으로 가셨다. 그리고 그 아낙들은 이제 다 할머니가 되셔서 꼬부랑하다. 그러다 중년이 된 우리들이 그 시절 우리 아버지가 되어서 그 기분, 그 분위기가 되어 놀았 다. 아! 人生流轉(인생유전)이구나! 人生酒轉(인생주전)이구나!
2000. 02. 09.
|
|
| |
|
|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