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토방에서 건빵을 안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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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토방에서 건빵을 안주로
내 기억으로 술상이라도 차려 놓고 권커니 자커니 하면서 마신 것은 중학교를 들어서다. 국민학교 요사이 말로 초등학교 입학 전까지 외가와 친가인 시골서 자라면서 어깨너머로 얻 어 마시고 어른들 장난으로 먹여 마시고 하던 시절은 말처럼 맛이나 본 셈이고 초등학교에 들어서는 도시의 학교로 입학을 하였으니 제대로 차려놓고 마실 기회를 놓친 것이다. 그러다 중학교에 들어가서 여름이고 겨울이고 방학이면 시골로 친구를 만나러 갔다. 그 시 절 시골에는 농주는 밀주이고 금지를 하여 마을 단위 공동 운영하는 구판장이 있었다. 내 어릴 때 같이 자란 친구들이 이제는 중학생이 되었다고 저녁 후 야심하면 구판장 토방에 모였다. 그리고는 꼬깃꼬깃한 종이돈이 한두 장씩 나오면 그 돈으로 술상이 들어온다. 그리나 그 시절에 누구하나 몰래 먹는다는 생각과 혹 어른에게 들켜 혼이라도 날까하는 걱 정들은 예시당초부터 없었다. 막걸리 한 사발은 음식으로 여겼으며 남자아이가 중학생이면 논농사 밭농사 다 해치우는 중 일군이 되었는데 모여서 술 한잔 나누는 것이 흉이 될 수가 없었다. 다만 어른들 앞에서 내 놓고 술상 차려 마시지 못 할 따름이다. 그리고 어른들처럼 상 뚜드리고 주모 옆에 앉히어 마시지 못할 따름이지만 동네에서 그나마 인물 있고 명망 있 는 집 딸 아이 한둘은 몰래 동석했던 적도 있었다. 밤이 야심해지고 술기운이 돌면 노래 소리는 못하니 나이롱 뽕, 민화투놀이, 전기놀이, 손 뼉놀이로 겨울밤을 보내고, 여름이면 마을 뒤 감나무 밭에서 막걸리 받아와 그 시절 유일한 먹거리인 건빵으로 안주를 삼았다.
그렇게 우리끼리 술을 마시고 배웠는데도 술 주정이나 술 뒤치닥거리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 었다. 우리끼리 마셔도 술을 취하기 위해서 마신 것이 아니고 음료로 마신 것이다. 아마도 호기심이나 재미로 어울리는 기분으로 마시는 음료로 먹었던 것이다. 그 시골동네 친구들은 모두 헤어져 소식도 안부도 모르고 산다. 그중 몇은 병들어 일찍 죽 었다는 기별이 있었고 아무도 그 동네에 지금 사는 이는 없다. 그 시절 배고파 마신 술이 독이 되었는지 약이 되었는지 모르나, 내 유년을 보낸 시골마을 이 인물이 흥하지 못하고 인적이 끊어진 마을이 되었기에 한편으로 가슴 언저리가 휘잉하 게 찬바람이 후비고 지나간다.
2000. 01.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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