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동수필(校洞隨筆) / 청상의 우물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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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육이오 한국동란!
잊혀져 가는 전쟁 그러나 아직도 끝나지 않은 전쟁이다.
삼척동자도 아는 전쟁이지만 우린 정녕 그 전쟁의 실상에 대하여서는 별로 아는 것이 없다. 너무도 가슴이 아파 모르는 척 하는 지도 모르지만 그 전쟁이 남긴 상처는 아직도 살아남은 가족들에게는 너무도 많은 아픔을 주었다. 이 나라는 그리고 우리들은 과연 그들에게 무엇으로 갚으려고 하는가?
1950년 6월 25일 새벽 소련의 지원을 받은 북한 인민군은 38선을 넘어 기습 남침을 감행하였다. 당시 남한은 북한 인민군의 남침에 대한 아무런 준비도 없었다. 그러면서도 국군의 최고 책임자는 금방이라도 북한군을 쳐부술 것이라는 대 국민 라디오 방송을 하였다. 수도를 지켜야할 정부 고위관리들은 이미 한강다리를 건너 피신한 뒤였다. 녹음한 이승만 대통령의 라디오 방송을 믿고 많은 시민들은 정작 서울을 떠나지 못하였다. 이틀 후인 27일 우리 군은 한강다리를 스스로 폭파하였다. 다리를 건너지 못한 시민들은 나룻배로 건너고 맨 몸으로 한강을 건너가게 되었다.
더글러스 맥아더 사령관의 요청으로 미국은 지상군을 파병하였으나 7월 5일 오산근처에서 미 지상군 스미스 부대는 대패를 하였다. 7월 7일에는 유엔안보리에서 군사적 원조가 미국의 중심으로 이루어진다는 결의안도 가결이 되었다. 미 극동군 사령관인 맥아더 장군이 유엔군 사령관으로 임명이 되었고 그는 한국군 작전지휘권도 넘겨받게 되었다.
미국의 지상군이 투입되었고 유엔군도 지원을 시작하였지만 전세는 불리하기만 하였다. 미군은 죽미령, 천안, 금강방어선에서 계속 인민군에게 밀려 후퇴를 계속하였고 혼란 중 미 제24사단장이 포로로 잡히면서 대전마저 북한에게 내 주었다.
금강전선과 대전이 함락 당하고 병력이 거의 없었던 호남지방도 쉽게 인민군에게 장악됐다. 북한의 남침 후 대구에 있던 수도는 부산으로 긴급히 이전되었으며 전쟁이 발발한 한달 후에는 후퇴에 후퇴를 거듭해 7월 25일에는 낙동강 방어선을 구축하였다. 대한민국은 부산을 중심으로 남북 135km 동서 90km라는 한줌도 안 되는 땅에서 최후의 결사 항전을 벌려야 되었다. 당시 미 8군 사령관은 미국 장병들에게 "더 이상의 후퇴는 있을 수 없으며 이제는 더 물러설 수 있는 곳도 없다. 우리는 죽기 아니면 살기로 목숨을 걸고 싸워야 한다" 고 연설을 하였다.
50년 8월 3일 한국 해병 최초의 전투가 조동마을 근처인 경남 진동리에서 있었다. 김은성 해병부대는 진동면 고사리에서 인민군 제6사단 정찰대대를 기습공격 궤멸시킴으로써 창군이래 최대의 전공을 세워 전 장병 일 계급 특진의 영예를 받기도 하였다.
그 해 8월 7일부터 13일 사이에 서북산(739m) 전투가 있었다. 서북산은 진동리 북쪽에 위치한 산으로 북으로는 함안, 군북과 연결이 되고 남으로는 진동으로 연결되어 마산 서남방의 관문지대로 호남에서 마산, 부산으로 연결되는 교통의 요충지였다. 진동리 지구에 위기가 고조된 시기는 낙동강 공방전이 바야흐로 가열되기 시작한 때였다.
이 지역을 침공했던 인민군은 마산을 공략하기 위해 호남지구를 석권한 다음 진주 사천 및 고성지구로 이동한 방호산 소장이 지휘하는 인민군 제6사단이었으며 이 지역에 투입된 아군 부대는 "킨" 소장이 지휘하는 미 육군 제25사단과 긴급 배속된 제 24사단의 1개 연대, 미 해병 제 25연대(1여단), 그리고 서부지구 전투사령부에 배속된 한국 해병대 김은성 부대와 민기석 부대, 최천 경무관이 지휘하는 경찰부대 등이었다.
진주를 탈환하기 위해 투입된 미 제 25사단과 그 배속부대들은 거듭된 패주를 멈추고 개전 이래 최대의 반격작전을 개시하였다.
서북산 전투는 당시의 전투가 얼마나 치열했는지 미군이 남긴 노래가 서북산이 있는 진북면 영동마을에는 전해지고 있다.
"잘 있거라 서북산아 다시 오마 영동아!"
내 고향마을이 서북산이 바라보이는 서북산 아래 진북면 이목리이니 나는 너무도 잘 아는 곳이다. 이 산 산정에는 묘비 하나가 하얀 바람을 맞으며 정상석처럼 지키고 있다.
묘비에는 이렇게 새겨져 있었다.
"서북산은 6.25 전투 중 낙동강 방어전투가 치열했던 1950년 8월 미 제25사단 예하 제5연대 전투단이 북괴군을 격퇴, 총반격작전을 가능케 하였던 격전지이다.
이 전투에서 전사한 미군 중대장 '티몬스'대위와 100여명의 넋을 기리기 위하여 그 아들 주한 미8군사령관 '리처드 티몬스'중장과 제39사단장 하 소장을 비롯한 지역주민들이 1995년 11월에 추모 비를 세웠다."
미 8군 사령관 티몬스 중장, 그리고 45년 전 전사한 미 8군 제 25사단 제 5연대 중대장 티몬스 대위, 전사한 아버지는 말이 없으나 아버지가 전사한 부대의 사령관이 되어서 아버지가 전사한 격전장(서북산)을 찾은 노장군의 심정은 과연 어떠했을까!
내가 6.25 전사를 찾아서 여기에 일일이 기록하는 까닭은 인간이란 이런 기록을 통하여서만이 사실을 확인하고 또 회고를 하는 역사적인 동물이기 때문이다.
인간을 사회적 동물이니 정치적 동물이니 하는 것처럼 말이다.
그 격동의 현장에 우리들의 부모와 가족이 있었고 이제 그들은 말없이 먼저 떠난 사람들을 따라 한 분씩 떠나고 있다. 이런 일을 결코 잊어서니 안되고 잊을 수도 없는 일을 우리는 잊고 사는 까닭이다.
거제도로 떠난 외가의 가족들은 거제 수용소에서 배급으로 연명을 하고 있었지만 모자라는 식량을 구걸하는 일은 외할머니의 몫이었다. 입담 좋으시고 노래 잘 부르고 인정 많은 덕으로 적으나마 끼니를 거르지 않고 지낼 수 있었다.
외삼촌 나이 23살 부모님 모시고 처자식 가졌으니 사내 나이로 올곧은 시절이었다. 비록 피난시절이었지만 할 수 있는 일이 있었다. 그는 수용소에서 피난민에게 머리를 깎아주는 이발 일을 했다. 본인이 갖고 간 수동 이발 기계 한 벌로 이부갈이 고부갈이도 아닌 막 깎기로 이발을 하고 주는 데로 돈을 받고 이발 일을 했다.
마치 진전면 봉곡마을에 사는 외삼촌의 처남 가족도 이곳으로 피난을 왔다. 장인은 해방 후 좌우익의 소용돌이를 피해 일본으로 피신하고 처남이 일가를 인솔하고 있었다.
그날 외삼촌은 처남을 걸상에 앉히고 수용소 군중사이에서 처남의 머리를 깎아주면서 들은 이야기를 지나가는 이야기로 처남에게 해 주었다.
"저 놈(인민군)들은 머리가 비상하다고 하드라. 나락 논에 총을 발목에 걸고 논 일 하는 흉내를 하며 내려 온다하더라."
"그래 그 놈들 머리가 비상하구나."
군중 속에서 한 사람이 그 말을 듣고 외삼촌을 연행했다. 그는 사복 헌병이었을 것이다.
외삼촌은 조사를 받고 바로 돌아왔다.
"나보고 시말서를 쓰라고 해서 안 써주고 나왔어요."
외삼촌은 외할머니에게 이렇게 한마디했다.
그리고는 다시 경찰이 더 조사할 것이 있다며 외삼촌을 연행해 갔다.
저녁이 되어도 돌아오지 않자 외할아버지와 외할머니는 헌병대로 외삼촌을 찾아갔었다.
면회를 나오는 아들은 그 사이에 얼마나 맞았는지 다리를 절며 나오고 있었다.
"상죄야!"
외할머니는 절규를 했다.
"어무이 아부지 돌아가이소."
외할머니가 헌병들에게 울며 대들자 그들은 대나무 마른 가지로 울타리를 세운 꽃밭의 대나무 작대기를 뽑아서 외할머니의 허리를 내리쳤다.
"가소!"
외삼촌은 과묵하고 무뚝뚝한 사내였다.
마지막이었다. 이 세상에 태어나서 마지막으로 가족을 보는 순간이었다.
이제는 다 돌아가시고 마지막 한 분 남은 일흔 두 살의 내 어머니의 증언을 오늘 아침에 다시 확인하니 그 날로 마지막으로 내 외삼촌이 가족의 얼굴을 본 날이라고 되 내시는 어머니 목소리는 또 젖어있었다.
그 때 그 일들을 보고 겪은 사람들은 다 떠나고 있다. 외할아버지 외할머니 그리고 재작년 여름에 한 분 남으신 우리 외숙모님까지 떠났으니 다 떠나고 이제는 내 어머니 한 분 살아 계신다.
사천의 두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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