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동수필(校洞隨筆) / 햇살은 다시 들고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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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화넘 어화넘 어너리 넘차 넘어간다
어허넘 어허넘 어너리 넘차 어허넘
여보시오 소년들아
이내 한 말씀 들어보소~
어허넘 어허넘 어허리 넘차 넘어간다
내일 청춘 오늘은 백발
어이 아니 가련한가~
어허넘 어허넘 어허리 넘차 넘어간다
나도 어제 청춘이드니
백발 되기가 잠깐이다~
어허넘 어허넘 어허리 넘차 넘어간다
담 너머로 상여소리가 들린다.
앞집 단동 댁에서 들려오는 소리다. 오늘이 설 명절인데 이게 무슨 곡소리가 하고 담 너머로 기웃거리니 꾸부러진 허리를 이제는 다시는 못 펴는 단동 아줌마가 할머니가 되어 돌계단을 딛고 서서 담을 너머 내다보았다.
"너거들 왔나? 안담의 산소는 다녀왔나?"
"야, 시방 댕기 오는 질임니더."
"하끄나, 태희하고 정희하고 와 있다. 넘어 오이라."
가요 가요 나는 가요
북망산을 나는 가요~
어허넘 어허넘 어허리 넘차 넘어간다.
북망산이 멀다더니
대문 밖이 저승일세~
어화넘 어화넘 어나리 넘차 어화넘
슬프다 우리 인생아
살 수 없다 우리 인생아~
"니 하끄이가? 내 모리것나? 내 신구다 심이 칭구 신구다."
나는 알 듯 말 듯한 신구인데 아는 척 하니 담을 넘겨 손을 잡고 악수를 했다.
헌데 내 기억에 신구는 내 친구가 아닌 것 같지만 친구라고 말을 걸어오니 그런가 하였다.
상여소리를 내며 신구는 낮술에 잔뜩 취해 있었다.
그러자 이번에는 단동 댁 아들인 태희가 나타났다. 보자, 아무리 기억을 더듬어도 삼십 년 사십 년 전의 얼굴일 뿐, 오랜만의 만남인지라 얼굴 큰 그림만 기억이 나고, 서로의 이름만 기억이 남아 입에서 맴도는 이름이 되었다. 이마에는 큰 주름이 잡혔고 앞머리는 저만치 벗어져서 중년도 한참을 넘긴 모습이었다. 기억은 다만 초롱초롱했던 어린 시절의 친구인 것은 확실하였다.
내 아우들이 줄줄이 나서서 인사를 하자. 목소리 큰 태희는 내 어머니 모시고 자기 집으로 담을 넘어 오란다. 예전에는 흙담이라 쉽게 넘어 다녔는데 이제는 어깨만큼 높아진 담이라 마을길을 돌아서 단동 댁에 들어섰다. 내 어린 시절 같이 놀았던 태희와 정희형 그리고 신구가 술상을 대청에 받아놓고 할머니 두 분이 안방 문을 열어놓고 방에서 내다보고 계셨다.
정희형과 태희 어머니였다. 모두들 남편은 저 북망산에 보내고 할머니가 되어서 그 옛날 남편 보듯 술 마시고 노는 모습을 흐뭇하게 바라보고 계셨다. 그 속에 내 어머니도 일흔을 넘겼으니 할머니가 되시어 아우들과 내가 술상머리에 앉아 노는 모습을 즐기고 있었다.
"신구는 우찌 그리 신구 지 아비를 닮았노? 상여 앞소리 하는 것도 우찌 그리 배웠노?"
어머니는 내가 모르는 말씀을 하신다.
"신구 아버님도 소리를 하셨나요?"
"똑 같다. 똑 같애. 옛말에 씨앗 도둑은 없다고 하드니 동네 상여 앞소리는 신구 아비가 다 했지."
"하끄나 학똥아 또 학쭈야. 탁비(막걸리) 브라보 한 잔 하자! 잔 들어라."
"망내이 이름은 뭣꼬?"
"하경이가.... 사 형제가 다 모였구나.."
"태희가 내보다 한 살 어린데.. 신구 니가 내 친구라 하몬 니 태희랑 친구 되나?"
내가 이렇게 물었다.
"맞어, 내가 하끄이와 친구인데 우찌 신구 니가 하끄하고 친구가 되나?"
태희가 드디어 신구를 채근한다.
"그라마 내 친구는 눈데?"
신구는 좀 계면 적하며 꽁무니를 뺀다.
"신구야.. 니 정말 내 모르나? 니하고 친구는 내다. 내가 니 친구인데 니는 내 형님을 보고 칭구라고 막 묵을라꼬 카나?"
한참을 참고 있던 내 아우가 나선다.
"하하 형님 내가 잘못 알았심더. 그라니 내 칭구는 학똥이가 맞네. 내는 머리에 백핸기 하끄나 꽁알이라 내 친구가 하끄인 줄 알았제..."
신구는 술에 취해 비틀거리며 일어섰다. 그리고는 양은 그릇 막걸리 잔을 숟가락으로 뚜드리며 소리를 시작했다.
오늘 가면 언제 올 꼬오
어화넘 어화넘 어나리 넘차 어화넘
한번 가면 못 오니
한심하기 짝이 없다~
어화넘 어화넘 어나리 넘차 어화넘
정든 땅 일가친척 다 두고
어화넘 어화넘 어나리 넘차 어화넘
간다 간다 나는 간다
이제 가면 언제 오나~
어화넘 어화넘 어나리 넘차 어화넘
가기는 간다만은 뒤가 돌아 보여서 못 가것소
어화넘 어화넘 어나리 넘차 어화넘
나는 이미 간다만은 아들딸은 잘 살아라
어화넘 어화넘 어나리 넘차 어화넘
신구는 벌써 혼자서 한껏 취했다. 제 흥에 겨워서 덩실덩실 춤을 추며 양은 그릇 꽹과리를 치며 노래를 불렀다.
세월은 이렇게 흘러주어서 제 아버지들이 놀던 자리에 그 아들이 대를 이어서 놀고 있었다. 그 자리에 모인 사람들 하나같이 아버지 살아 있는 사람은 없었다. 시집온 타지 사람 안사람으로 맞아 자식 낳고 홀어머니 모시고 고향을 지키고 있는 사람들이었다.
人生流轉이다. 그리고 人生酒轉이다. 물처럼 술처럼 세월은 사람을 태워서 흘러간다. 이것이 인생이다.
사천의 두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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