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집-쫄병수첩

쫄병수첩

두칠이

7. 신병 훈련소 내무반장



	대한의 남아라면 당연히 치르는 군대생활 3년인데 그 보직과 직책은 제각각 일 것이다. 그 중에서 내가 처음으로 알게 된 군대 보직이 바로 훈련소 내무반장이란 직책이었다. 내가 내무반장이 된 것이 아니라 바로 내가 훈련받는 소대의 대장이 대장 계급이 아니라 병장 계 급의 우리 내무반장 이 병장이었다. 그는 훈련병이 입소하면 6주 혹은 10주간 훈련을 받도 록 훈련병 40명을 관리하는 어버이 같은 존재이다. 6시면 기상을 한다. 아침 기상 나팔이 불고 침구를 정리하고 연병장에 집합하여 아침 점 호를 치른다. 점호란 병력과 장비를 점고, 파악의 기능을 갖고 있다. 그런 후 간단한 체조와 구보를 마치고 주변 청소를 한다. 아침식사를 마치고 학과 시간이 오전 4시간 오후 4시간 그리고 야간교육 4시간 어떨 때는 밤 11시까지 야간 교육이 이어진다. 이 모든 시간에 우리 신병들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이고 통일되고 정리되고 준비되도록 관리하는 사람이 바로 내무 반장이다. 훈련소에만 내무반장이 있는 것은 아니다. 자대에 가더라도 각 내무반마다 고참병이 반장 을 맡아 지낸다. 내무반의 제일 고참이 자동으로 내무반장이 되는 것이다. 내무반장이 전역 을 하면 다음 고참이 내무반을 맡게 된다. 내무생활의 모든 규율과 상하관계는 이 내무생활 에서 이루어진다. 그러니 이 규율을 지키려는 노력은 바로 군기와 기합 그리고 단결과 협동 으로 그 체제가 유지된다고 해야 할 것이다. 내 훈련소 내무반장 이 병장은 고참 병장이었다. 그는 항상 말끔한 작업복에 하얀 얼굴을 하고 근엄한 표정만 짓고 있었다. 한번도 웃는 모습을 본 적이 없었다. 그는 우리에게 직접 교육훈련을 가르치지는 않는다. 교육장에 인솔하고 또 내무반으로 이동하고 식사배식, 사역, 휴식, 정리정돈, 인원 장비 파악, 취침 등 이런 생활에 관한 사항만 지도하고 관리하는 것이 다. 그러니 군기와 규율만 잡고 우리를 통솔하면 그는 한없이 편한 직책이다. 다만 사고가 발생하거나 탈영, 싸움 등 예기치 못한 사고를 책임지는 직책이니 항상 근엄하게 군기를 잡 아야한다. 그도 그럴 것이 우리 나이에 좀 풀어주기라도 하면 개판 군대가 될 것이 불 보듯 뻔한 일이기 때문이다. 그의 한마디는 세상에서 제일 엄한 명령이고 법이요 신의 뜻이라고 표현해야 맞을 것이 다. 내가 태어나서 첨으로 제일로 무서운 사람이 바로 내무반장 이 병장이었다. 그는 우리 훈련병을 휘잡는 방법을 훤히 알고 있었다. 한 달에 혹 두 달에 한번씩 들어오는 훈련병을 훈련시켜 보내고 또 새로 받아 보내니 그는 이런 일에 이력이 붙었을 것이다. 가끔씩 그는 우리에게 괜히 트집을 잡아 군기를 세웠다. 바로 훈련병이란 하루라도 기합을 안 주면 사고 치고 통솔이 불가하니 그런 일은 이해가 되는 일이다. 사람이 어디 좋은 말해서 듣는 사람 있다고 보는가? 좋고 편한 일에는 좋은 말로 통하지만 힘들고 고된 일에는 절대 말로 통솔 되지 않는다. 한 두 사람이면 될 수도 있겠지만 단체를 하나로 만드는 일은 어려운 일이다. 우린 수시로 말도 아닌 일 때문에 기합을 받았다. 그가 기합을 주는 또 다른 한 이유가 있다. 그것은 훈련병의 차별화였다. 훈련병이 꼭 같 은데 무슨 차별화인가? 그가 우린 차별화 하는 이유는 그의 수입에 관한 일이다. 그는 아주 비열한 방법으로 훈련병 호주머니를 털었다. 훈련병이 돈이 어디 있냐고 하지만 그렇지 않 다. 우리 병력은 모두 마산 창원이 고향인 사람들이었다. 그들은 다 이 사단에 줄을 대고 있 었다. 그러니 인편을 통하여 집으로 소식을 나르고 또 집에서 돈을 조달 받았다. 나의 경우도 내 친구가 여기 보안 부대에 근무를 하고 있고 그는 주말이면 집으로 외박을 갔다. 허니 그는 우리 집에 내 안부도 전하고 약간의 돈도 갖다 주었다. 그 돈의 필요성은 바로 Px 이용 비용이요. 또 갑자기 신변에 생길지도 모르는 예비비가 훈련병에게도 필요하 니 말이다. 예를 들어 지급됨 관물을 분실하는 경우가 있다. 이때는 기본으로 기합을 받아야 하고 이를 찾지 못할 경우에는 금전으로 변상을 하는 제도가 공식화되어 있었다. 내무반장은 누가 돈을 얼마나 갖고 있는지 훤히 알고 있었다. 그런 이유로 그는 차별화를 하여 기합을 준다. 물론 그에게 금전적 지원을 한 사람은 기합에서 공공연하게 면제를 받는 다. 아주 치사한 방법 중에 하나가 이런 경우이다. 내 친구가 날 만나고 간 다음날 그는 날 내무반장실로 불렀다. 그리고 돈을 꾸어 달라고 했다. 그런데 없다고 잡아 땔 수도 없고 그 렇다고 아니 된다고 이야기 할 수도 없었다. 그는 이미 훤히 알고 있기에 나는 빌려주었다. 나는 그가 다음에 값아 줄 줄 알았다. 다음날 단체기합을 내무반에서 받았다. 그는 우리에 게 원산폭격을 시켰다. 그리고 자세가 불량한 자는 가차없이 엉덩이를 워커발로 걷어찬다. 그러니 우리 낑낑거리며 기합을 받는다. 그런 중에 그는 내 앞에 와서는 날 건드리며 일어 서라고 눈짓을 한다. 다른 사람들은 내가 혼자서 일어난 줄을 까마득히 모른다. 나는 이게 웬 떡인가 하고 힘든 팔을 풀고 일어서서 다른 사람들이 받는 기합을 쉬면서 즐긴다. 나는 왜 특전을 입었는지. 나는 진실로 그때는 몰랐었다. 나에게 간혹 관심을 보여주던 그의 남다 른 사랑인가하고 여겼다. 그러나 지금 생각해보니 그 특전은 바로 나에게 꾸어간 돈의 대가 였다. 내가 퇴소하는 날까지 그는 한번도 빌려간 돈에 대하여 말이 없었다. 그렇다고 내 돈? 하며 물어볼 수 있는 훈련병 이 세상에 드물 것이다. 고문관이나 아니면... 그런 자는 이미 방위병 제도에 다 걸러져서 현역으로 입대도 못했을 터이니 말이다. 내무반장은 가끔 우리가 자는 밤이면 부대 후문을 통하여 외박을 하고 들어왔다. 그는 우 리가 퇴소하는 날까지 우리와 같이 내무생활을 해야하는데 그는 몰래 시내로 나가서 아침이 면 눈이 휭하게 되어 내무반에서 하루종일 잠을 자는 일이 있었다. 한번은 그가 주사를 맞 는 걸 보았다. 의무병이 찾아와서 그에게 주사를 몇 일간 놓아주고 갔었다. 우리끼리 쑥덕이 었다. 내무반장 외박 후 파이프가 센다고 쉬쉬하며 쑥덕이었다. 우리를 내보내고 얼마 안되어 그는 전역을 했을 것이다. 그도 우리도 다 3년 채우면 국방 의 의무를 마치는 사병인데 그 시절에 그는 하늘에서 떨어진 선택받은 사람처럼 여겨졌다. 참으로 사람이란 어떤 환경에 접하면 자기를 망각하는 못난 존재이다. 그토록 찬바람 속에 군대 생활하는 그나 우리나 같은 처지인데 그는 우리에게 참으로 과시하며 우릴 차별화한 인간이다. 내가 만일 훈련소 내무반장이 그 시절에 되었다면 나도 저러했을까? 다시금 손을 얹고 물어본다. 내가 바로 그 내무반 내무반장으로 근무를 했다면 그런 식으로 사람을 차별 화하고 돈을 갈취하고 탄당번을 교대로 임명하고 기합을 일부러 주고 그렇게 생활을 했을 까? 알 수가 없다. 지금 마음 같으면 천만에, 절대로 라고 말하겠지만. 우리는 환경의 지배를 받는다고 한다. 그런 환경이 되어서 나는 아니다라고 해야지 진실 로 아닌 것이지 지금 생각으로 묻는 일은 무의미하다 싶구나. 아마 그도 나처럼 평범한 가 장이 되어 무난한 회사원으로 이 세상을 살아가고 있을 것이다. 그의 나이가 나보다 하나 아니면 둘 정도 많을 나이였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