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 준비된 사수로 부터 사격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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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인이라면 적어도 사격만은 잘 해야 했다. 눈이 나쁘다고 손 떨림이 있다고 해도 사격만 은 전투능력의 제일 중요한 평가사항이었다. 어떤 이는 사격을 잘 하여 올림픽에 출전하여 금메달 은메달을 목에 거는 스포츠가 사격이라고 하나 군대의 사격은 이건 완전히 기합에서 시작하여 기합으로 끝나는 사격훈련이었다.
신병훈련소 시절 PRI이라고 사격훈련 과목이 생각이 났다. 우린 PRI를 피나고 아리고 아 픈 PRI교육이라고 불렀다. 정말이지 사선에 오르기 전에 그 기나긴 훈련과정을 다 이야기하 자면 눈물이 앞을 가려 글도 못 쓸 일이니 대강 적고 넘어가자... 엎드려 쏴, 앉아 쏴, 쪼그려 쏴 서서 쫘 누워 쏴 까지 있으니 사람이 취할 수 있는 자세는 그 시절 다 익혔다. 특히 남성의 취할 수 있는 자세는 군대에서 우린 마스터했다. 참 기대 쏴는 없느냐고? 기대 쏴도 남성 자세에 있다면 사격 자세도 있다. 피나고 아리고 아픈 PRI 사격훈련을 기합과 숙달로 마치고 우리는 드디어 생전 처음으로 실탄을 지급 받아 사선으로 향하였다. 사선에 오르기 직전에 한차례 정신통일을 위한 기합을 받는다. 올빼미 체조라는 것이었다. 이건 체조간에 수를 헤아리는 데 교관이 헤아리라고 한 마지막 숫자는 소리를 내면 안 된 다. 그러나 수십 명이 다 함께 소리내어 헤아리다보면 한 녀석이라도 마지막 숫자를 헤아리 는 소리가 들리면 다음 체조의 수는 배로 증가를 하는 요령이다. 그러나 이렇게 기하급수로 늘어나는 체조도 그 회수가 늘어나면 정신통일이 되어 무한대로 가는 법은 절대로 없었다. 그처럼 기합이란 정신통일을 시키는 훌륭한 훈련이었다. 일단 사선에 올라서면 우린 무지무지하게 긴장을 했다. 난생 처음 사람을 사살하는 총이 란 걸 사용하여 총알을 쏘아보는 일인 것이다. 그러다 오발 사고라도 생기면 사람을 죽일 수도 있으니 긴장 할 도리밖엔 없었다. 그리고 사격소리가 귀를 아리게 하는 일이니 겁도 났었다. 최초의 사수는 25m의 영점사격이란 것을 했다. 실탄 5발을 받아 정해진 시간에 쏘아서 탄착 군을 보고 노리쇠와 가늠자를 이동하여 조준선 정열이란 것을 했다. 사격을 하면 표적 판의 까만 동심원에 탄착이 생겼다. 이것도 훈련을 통하여 마음의 흔들림이 없이 사격이 되 어야 합격을 할 수가 있었다. 만약 불합격을 하면 그들만의 지옥 훈련에 돌입하게 된다. 정 말로 이 지옥 훈련이 겁이 나서도 우린 최선을 다하여 신중하게 사격을 했었다. 사격 전에 표적판에는 하루 핀이란 것으로 각자의 표적지를 붙였다. 이걸로 종이 표적지 를 네 귀에 바람에 안 흔들리도록 붙였다. 참으로 나는 이 문둥이 손가락 때문에 하루핀 꾸 부림이 힘들어 남들은 잘도 붙이는 표적지가 난 돌아와서 보면 한쪽 귀가 흔들리고 있었다. 그러나 흔들리면 종이를 보며 불안하여 사격이 잘 될 리가 없을 것 같으나 나는 표적지만 떨어지지 않는다면 거의 합격 수준을 유지했다. 사격 통제관의 한마디 한마디에 한 명이라도 허튼 짓을 하거나 동작이 일치하지 않는다면 우린 사선에서 바로 퇴장하여 고된 정신통일 기합을 받았다. 정신통일 되지 않는 사병이 사 선에서 사격을 한다는 것은 바로 사고의 요인이기 때문이었다. 기합으로 기운이 쇠잔하여 가물가물해져도 정신만은 말똥말똥해졌다. 기합은 이런 위력이 있었다. 준비된 사수로 사격 일발 개시! 이 때는 한발만 쏘아야 한다. 한발의 총알이 어디에 가서 맞았는지 25m의 거리에서 보면 그 탄착이 보였다. 지금 보았다면 어림도 없는 일이다. 그리 고 다시 나머지 실탄을 쏘았다. 언제나 통제관의 사격명령에 따라 쏘아야 했다.
주간 사격은 그렇게 낮에 쏘았다. 그런데 야간사격이란 게 있었다. 군인은 야간에 전투를 행하여야 하니 야간사격 훈련도 받았다. 우린 그 시절 야간전투가 전쟁의 승패를 좌우한다 는 군의 지휘명령에 따라 야간훈련을 부지런히 받아야했다. M야간 조준경이란 걸 지급 받 아 총 끝에다 붙이고 사격을 했었다. 그 해 우리는 울산 현대 자동차앞 양정동 사격장에 야간으로 이동을 했었다. 밤바람이 어 실어실 추운 겨울 우린 추위도 잊고 그 사격장을 다녔다. 까만 밤을 택하여 사격을 했었다. 우린 인민군처럼 방한모를 쓰고 야전잠바를 걸치고 살았다. 그런 밤이면 곁에 전우가 있어 도 쓸쓸하고 씁씁한 밤이었다. 밤눈이 그리 밝지 못한 나는 표적판으로 세워진 판자 인형을 육안으로 식별하기란 참으로 곤란하였다. 그러나 보이는 사람도 안 보이는 사람도 안 보입니다란 말은 없었다. 별빛에 비 친 50M거리의 사람크기의 표적을 본다는 것은 누구나 어려운 일이기에 그렇다. 그래서 우 린 이미 사선에 먼저 사수가 표적 방향으로 세워둔 막대기를 이용하였다. 막대기가 제시하 는 방향으로 그리고 희미하나마 희끗희끗한 표적을 향해 사격을 했다. 사수 곁에 앉아서 탄 피를 받아내는 조수는 표적에 맞았는지 안 맞았는지는 알려 주었다. 첫발이 안 맞아주면 계 속 헤매는 것이다. 사격이란 총구가 조금만 이동하여도 이미 총 쏘나 마나였다. 곁에 앉은 조수 탄피 찾기만 힘들뿐이었다. 아, 이 탄피 받아내는 일도 사격 못지 않게 어렵고 중요한 일이었다. 탄피가 곧 실탄이었 다. 탄피 없어지면 실탄이 없어졌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실탄이란 총에게는 바로 무기가 되 는 일이었다. 그래서 우린 소총의 노리쇠가 뱉어내는 탄피를 어둠 속에서 찾아내야만 했다. 사선에서 탄피를 못 찾으면 내려오질 못한다. 사선의 언덕은 풀밭이기에 풀숲에 숨은 탄피 와 숨바꼭질을 해 본 사람이라면 다시는 숨바꼭질 놀이라도 하자고 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눈물고개 같은 사선의 언덕에서 기합소리와 정신통일소리 그리고 통제관의 명령에 따라 복 창소리로 양정리 사격장에서 우리 졸병들은 젊음으로 추위와 고생을 이겼다. 그런 사격에 대한 즐거움보다도 한이 얽힌 사연이 있기에 나는 다시는 장난 삼아든 시합 이든 사격장에는 가질 않았다. 누가 사격이 재미있다고 하드라만 나는 사격하면 추위와 싸 웠던 그 시절이 되살아나는 걸 나도 어쩔 수가 없다. 사격에 관한 일이라면 지울 수가 없었 다.
어느 누가 남자의 한은 없다고 하더냐! 난 사격이 군대생활 최대의 한이라고 말하고 싶 다. 그 중에서도 야간에 보이지도 않았던 표적을 향해 어둠 속으로 방아쇠를 당기던 슬픈 기억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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