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집-쫄병수첩

쫄병수첩

두칠이

60. 꽁치 구이 그 천상의 맛



	이 글은 꼭 적어 놓아야하겠다는 나름대로 이유가 있다. 즐겁고 아름다웠던 나의 그림이 기 때문이다. 그리고 내가 좋아했던 전우들과의 즐거웠던 한 추억이기에 그렇다. 그들은 다 잊고 있을 아주 작은 일이기에 나에게는 더욱 소중하다. 고참 말년 여름 그러니 10월초에 전역을 한 나는 그 해 여름이었으니 왕 고참이었다. 정 자마을 바닷가 산 어귀에 부대 뒷동산이 있었다. 독사, 살모사 잡으러 간다는 그 산이었다. 소나무가 동산아래 이랑 긴 밭을 에워싸고 있는 언덕에 저녁 해가 니웃거리면 그 언덕에 산 책을 다녔다. 하루에 한번씩 부식 수송차가 왔었다. 여름이면 말짱 도루목이라는 도루묵 국을 엄청 먹 었다. 그 많았던 도루묵들 지금은 다 어디로 갔나? 이제는 구경하기도 힘든다. 누구 요즈음 그 도루묵 고기 본 사람 있나요? 140m이상의 깊은 바다 밑 진흙 속에서 살다 산란기에 수 심 1m의 해안으로 나온다는 동해바다 물고기, 은백색이며 옆구리에 흑갈색 얼룩무늬가 군 바리 닮은 가시가 많고 살이 없는 도루묵, 조기 스타일이건만 맛은 아니다. 그러나 기름이 많고 신선하여 국 맛은 먹을 만했다. 살은 가시가 많아 그냥 국그릇에 남아돌다 짠밥으로 나온다. 시쳇말로 일이 제대로 안되었거나 한 일이 헛일일 경우에 말짱 도루묵이라고 한다. 별로 요긴하게 쓸 물건이 못 된다는 뜻의 그 도루묵 말이다. 참 내가 꽁치 이야기를 한다고 했는데 도루묵 들고 말짱 도루묵 같은 짓 할 뻔했구나. 그 부식 수송차에 여름 꽁치가 실려왔다. 나무 상자에 얼음을 채운 생 꽁치였다. 그 시절에 냉 동 음식 잘 없었다. 난 지금도 냉동식품 별로 안 좋아한다. 신선도는 제로이다. 냉동시키면 상하지 않으니 신선도가 100프로라고 하지만 상하지 않았다고 신선도가 있다는 용어는 잘못 이다. 살아있는 식품이 신선도 100프로이다. 허나 우리가 어찌 살아있는 동물을 통 채로 먹 을 수는 없지 않은가? 그래서 나는 지금도 바다 생선회를 좋아한다. 바닷가에서 살아있는 생선을 즉석으로 잡아 요리한 음식 그리고 생 야채들 이런 식품이 그래도 신선도가 나은 식 품이다. 고기도 그렇다. 냉동 소고기 돼지고기 닭고기 냉동 생선 다 상한 것 먹는 것보다야 낫기 때문에 먹을 따름이다. 얼음에 채운 생선은 냉동식품이 아니다. 죽은 생선은 맞지만 죽은지 하루 이내일 것이다. 그 시절에 냉동시절이 부족하여 잡으면 얼음으로 채워 하루이내에 소 비했었다. 갈치 꽁치 정어리 고등어 조기 명태 도미 민어 병어 도루묵 임연수어 대구 방어 낭태 볼락 아이고 그 고기 이름 다 외우려니 숨이 차구나. 꽁치, 오늘의 주제는 꽁치이지 여기 꽁치 좀 접시 올려주시오! 나와 동기 둘은 그 꽁치가 나오는 날이면 취사병이 담아준 꽁치를 들고 뒷산 언덕 소나무 아래로 갔었다. 우리는 마른 솔가지를 꺾어서 불을 지폈다. 소나무 끝다리가 바삭 말라서 연기도 없이 파아란 불꽃을 내 며 여름 저녁 무렵을 태웠다. 저 산 아래로 정자 항이 보이고 작은 포구에는 고깃배가 하나 둘씩 쉬고 있는 어촌의 저녁 풍경이었다. 그 불꽃 속에 꽁치를 구웠다. 꽁치가 구이면 그 냄새 하나 죽여준다. 누가 군대 내무반에 서 사제라면 끊이는 냄새가 죽여준다고 했지만 이 꽁치구이를 먹어 본 사람이라면 생 꽁치 솔가지에 굽는 냄새, 이건 천상의 냄새를 알 것이다. 이건 환각의 극치이지 않은가. 그 기름이 뚝뚝 떨어지는 꽁치 대가리와 허리통에 통 소금을 툭툭 친다. 꽁치 껍질이 거 뭇티티하게 굽혀 벗겨진 살에 묻은 하얀 소금도 누렇게 변하더니 까맣게 타고 만다. 우리는 꽁치 살을 호호 손으로 발려 먹었다. 입술이 새까맣도록 손가락에 기름기가 니글니글 하도 록 살 후비면, 꽁치는 그 하얀 속살을 드러내 놓았다. 그 맛이란..... 안 먹어 본 자는 모른다 고 단언한다. 세 놈이 꽁치 열 마리 정도면 항상 모자라는 숫자이나 열 마리 이상을 가져간 다는 것이 고참의 횡포라 그 정도로 그쳤다. 초록빛 숲에서 바라본 바다와 하늘에는 여름날의 하얀 바다 구름이 떠 있었다. 찬란한 하 오의 빛나는 젊음의 구름이었다. 그 동기 둘은 서울에 산다. 셋 다 경상도 사람이었지만 나 만 여전히 경상도를 못 떠나고 있다. 그러나 그 녀석들 고향 떠나 살지만 언제나 날 부러워 한다. 내가 서울 한번 오기를 그렇게도 학수고대하지만 내가 서울 왜 가나, 또 갈 일이 어디 있어야 가지..! 텔레비전도 신문도 휴대폰도 안보고 없는 나에게 그런 일을 이제는 기대하지 도 않는다. 그러나 그들은 잊고 있을 꽁치의 맛을 나는 아직도 간직하며 산다. 이놈들 언제 고향 내려오면 내가 그 생 꽁치 구해 소나무 마른 가지에 왕소금 발라서 구워 줄 터이니 오너라, 더 늙기 전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