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8. 날라리가 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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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세상에는 착실한 사람이 있는가하면 날라리도 있다. 이 날라리는 어느 집단에도 있다 는 것이다. 하물며 군대 중대장도 있었다. 나는 날라리를 좋아한다. 날라리는 남 보기에는 착실하지도 엄격하지도 열심이지도 않지만 날라리가 없으면 세상사는 재미가 없을 것이기에 나는 날라리 되기를 마다하지 않는다. 난 지금도 날라리이고 예전에 어릴 적 학창시절도 날라리였다. 내 명정기를 보면 얼마나 날라리였는지를 알 수가 있다. 여러분은 날라리가 무엇인 줄 아시는가? 날라리가 되려면 어 떤 사람이 되어야 하는지 아는가? 한마디로 바보 멍청이는 절대로 될 수가 없는 짓이 날라 리이다. 자기 책임과 직분을 제대로 충실하지 않으면서 어느새 일을 다 하는 사람이라고 보 면 된다. 학생은 공부가 본분이거늘 공부에 마음이 별로 이거나 그렇다고 공부를 아예 못하 면 날라리가 될 수 없다. 별로 하는 것 같지 않고 주변을 빙빙 돌며 사람들을 산만하게 한 다든지 지금처럼 직장생활 하면서 업무에 열심이지 않는 사람 그러면서 자기 일 다 하는 사 람이 바로 날라리이다. 나는 언제나 날라리였다. 지금도 회사 일에 날라리이다. 그러나 일에 날라리라고 아무도 일 안 하다고 못한다고 하지는 않는다. 내가 해야 할 일은 한다. 다만 열심히 하는 것이 보 이지 않을 뿐이다. 결과는 우수하나 과정은 없어 보일 뿐이다. 그러니 보통 사람들 하기 어 려운 일이 바로 날라리 되는 것이다.
내가 군 복무 말년에 부임해 온 중대장은 이 대위였다. 그는 하얀 얼굴에 반반한 모습의 중대장이었다. 그 전 중대장은 열심히 순찰도 다니고 우리들을 달달 볶더니만 새로 온 이 대위는 한마디로 부처였다. 그렇다고 위엄이 없다거나 지휘통솔력이 모자란다거나 그런 사 람은 아니었다. 내가 보기에 아주 유능한 지휘관이었다. 사령부 순찰이 온다고 연락을 하면 다른 중대장 들은 전화 받기가 무섭게 중대본부로 들어와 대기를 했는데 그는 언제나 사령부 짚차와 같 이 정문을 들어와서는 중대 상황보고를 일사천리로 했다. 브리핑은 전문가였다. 준비도 없이 일사천리로 설명을 잘 했다. 그러니 우리들이 별로 그를 위해 준비할 것이 없었다. 그는 우 리에게 근무로 닦달하지 않았다. 그의 근무 신념은 간첩이 어느 해안으로 침투할 지 모른다. 내가 맡은 지역으로 간첩이 들어오면 내 운수가 나쁠 뿐이다라고 생각하는 사람이었다. 우 리들이 아무리 잘 지킨다고 하드라도 우리 초병의 지킴으로 간첩을 발견하지 못한다는 것이 다. 아무쪼록 간첩이 아니 오면 좋고 오더라고 나의 지역으로 침투하지 않길 바랄 뿐이었다. 가끔씩 중대본부에 들러 현재 분초의 근무상황을 보고 받는 것이 전부였고 야간에는 퇴근하 고 항상 집에서 직통전화로 지시하고 말았다. 나랑 가끔씩 바둑을 두다 사령부 순찰관이 정문을 통과하여 중대 연병장에 차 소리가 나 면 곁에 둔 철모 들고 나가는 것이었다. 보통 사령부 순찰자는 소령 중령들이니 그의 상관 이나 그는 그저 그 좋은 웃음과 재치 있는 입담과 지혜로 돌려보내는 것이었다. 그리고는 두다만 바둑을 마무리하는 사람이었다. 한마디로 졸병들에게 그리도 편하고 유능한 사람이 었다. 그의 오토바이는 아주 천천히 다녔다. 우리들도 그를 닮아 그가 나오면 슬슬 내무반에서 행정반으로 나갔다. 그는 마냥 웃음을 머금고 살았다. 그러나 그의 말은 아주 투명하였다. 아무도 그의 한마디 한마디를 거역하거나 거르지는 일은 없었다. 우리 중대 골통 인사계도 그의 언변에는 당하지 못하여 꼼짝도 못하고 기어 주었다. 그는 날라리였다. 우리들과 어울려 놀기 좋아했다. 술을 잘 마시거나 잡기를 잘 하거나 하 지는 못하였으나 축구게임도 같이 해 주었고 회식파티에도 나타나 주었다. 중대장이면 중대 장이라고 중대장 일에 열심이기 마련인데 그러면서 졸병들 업무로 훈련으로 준비로 괴롭히 는 게 일이라면서 중대장 노릇을 할 것인데도 그는 그런 일을 별로 시키지도 챙기지도 않으 니 그는 중대장으로써 날라리였다. 그러나 중대장으로써 그의 일에 차질이 생기거나 못했던 일도 없었으니 그는 확실히 날라리 반열에 들 수 있었다. 내가 가장 존경했던 중대장이었다. 이유근 중대장님!
세상에 날라리가 없다면, 날라리가 날라리가 안 된다면 날라리는 어디서 모여 무얼 한단 말인가? 나는 학창시절에도 군바리시절에도 그리고 사회에 나와 직장생활 가정생활 생활이 란 말이 붙는 어느 곳에도 날라리라는 별명이 따라 다닌다. 내가 대학 졸업반이든 때, 우리 친구들 취업시험에 도서관에서 밤12시까지 공부한다고 열 심이던 시절에 나는 학교 앞 느티나무 주막에서 저녁마다 공부하고 내려오는 놈들 골려주곤 했다. 술 마시고 기타 치고 노래부르며 그런데 웬걸 내가 제일착으로 대기업 공채에 취업이 되고 말았으니 우리과 교수도 친구도 놀라고 말았다. 역시 날라리답다고.....
날라리같이 살면 잘 사는 인생이다. 날라리는 남을 즐겁게 하고 기쁘게 하고 편하게 하고 경쟁하지 않는다. 날라리는 자기를 위해 살지 않고 남과 주위 사람을 위해 사는 사람이다. 날라리를 국어 사전에서 찾아보니 태평소라고 한다. 태평소란 나팔 같은 농악기이다. 한마당 신풀이할 때 불어주는 악기이다. 나는 그런 놀이판의 악기가 되고 싶은가 보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날라리로 살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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