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6. 우리가 지킨 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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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를 지키는 초병에게는 초병을 지키는 사람이 있다. 순찰이라는 제도이다. 졸병들 야간 에 해안 초소에 배치에 놓고 줄줄이 상관들은 순찰을 한다. 이 순찰을 하는 사람은 절대로 바다를 지키지 않는다. 그들의 임무는 바다를 잘 지키는지 어떤지 졸병들을 감독 감시하는 사람들이다. 아마도 그 수가 졸병들 수만큼 될 것이다. 이른바 그들은 장기 복무자들이었다. 우리 졸병은 단기 복무자이고 그들은 직업군인들이라고 보면 된다. 선임하사 소대장 중대장 대대장 그리고 줄줄이 대대 사령부의 장교들이 야간순찰을 다녔 다. 오늘 내가 순찰을 거명하는 이유는 해안부대 순찰의 문제점을 알아보고 또한 보다나은 점은 무엇이었을까를 한번쯤 생각해 보고자 한다.
우리가 해안 초소에 근무하는 동안 수많은 순찰자들이 왔다 갔었다. 그런 순찰자중 가장 최고의 순찰자는 내가 모셨던 세분의 중대장중 한 사람이었다. 중대장은 보직은 일년 단위 로 바뀌었다. 그는 일년을 우리와 함께 중대장으로 근무를 했다. 그는 야간에 중대 담당지역 을 전용 오토바이로 순찰을 다녔다. 분초고 소초고 적당한 곳에 오토바이를 세워두고 그냥 바닷가 초소로 걸어갔었다. 어떨 때는 해안을 오토바이 소리를 요란스럽게 내면서 잠자던 초병을 깨우곤 했다. 그는 아주 철두철미한 군인이었다. 성격이 불같고 명령이 단호하고 거 침이 없었다. 아무도 그를 존경하지 않고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이 없었다. 사실 사전 통보 없이 해안의 초소를 덮치는 일은 여간 강심장이 아니곤 할 수 없는 일이다. 초병의 순간적 인 착각이 일기라도 하면 총알 한방이면 끝장이 나는 일이기 때문이다. 항상 총알 장진하고 방아쇠만 당기면 사격이 될 수 있는 최전방의 전선이 우리 부대였다. 그는 가끔은 새벽 순찰을 나왔다. 그는 영외에서 살았다. 그러나 비상이 걸리거나 상황이 발생하면 5분 10분이면 오토바이를 타고 들어올 수 있었다. 그러니 그는 자다 일어나 새벽 순찰을 가는 것이었다. 새벽이 최고의 취약시간이다. 밤중에는 그런 대로 옆 초소와 딸딸이 전화기로 통신도 하며 시간을 보냈어나 새벽잠에 이기는 사람은 잘 없었다. 그런 새벽에 중 대장이 순찰을 나오는 날은 처음 방문하는 초소는 바로 초상 날이 되었다. 그 초소를 지나 면 벌써 전화연락이 점점이 되어 근무중 이상무를 열심히 복창하게 된다. 우리 중대장도 이 런 사정을 이미 잘 알고 다녔다. 중대장 이름은 이상용 대위였다. 그러나 초병은 한밤이 오면 소총을 껴안고 쪼그리고 앉아서 잠을 잤다. 잠을 자지 않고는 견딜 수 없는 곳이었고 조건이었다. 재수 없어 초번에 걸려 터지더라도 잠은 피할 수가 없 었다. 다른 순찰은 아무 것도 아니다. 분대장과 소대장의 순찰은 분초나 소초에서 출발하니 상황병이 초소로 연락을 해주고 깨워주는 것이다. 연락 받으면 열심히 사주경계로 근무를 서면 된다. 그러면 칭찬 받고 또 다시 잠이 오면 잘 것이다. 특히 대대나 사령부의 순찰장교는 완전히 형식이었다. 자주 오는 일도 아니지만 그들이 해안의 검문소를 지나서 해안으로 와야하니 검문소에서 이미 그들의 정체가 다 들어 나고 만다. 검문소는 우리 중대 요원이 파견되어 있어 중대 상황실로 보고되고 상황병은 바로 소 대와 분초로 정보가 전달되었다. 또 그들은 바로 분초나 소초로 입성하는 일은 거의 없었다. 그들은 초병의 재물이 되기 싫은 까닭이었다. 괜히 용감한 척 하다 이름 모를 초병에게 땅 콩알 한방이면 이승을 작별해야 할 일이었다. 그들 중 몇몇은 우리 해안의 특산물이 나는 철이면 자주 주야간 순찰을 왔다. 사령부 순 찰이 온다고 중대장 숙소로 무전을 보내면 중대장은 바로 철모 쓰고 중대 상황실에 대기를 했다. 그는 중대장과 몇 마디 수인사 나누고 떠났다. 해안 부대는 가보지도 않고 떠났다. 그 가 중대장 실에서 차 한잔 나누는 시간에 중대 취사병은 질 좋은 돌미역 몇 단을 짚차에 실 어 놓았다. 그들의 목적은 순찰을 핑계로 돌미역 한두 단 얻어 가는 것이다. 짚차가 검문소를 지나갔다는 연락이 오면 해안의 초소는 상황 끝이라는 연락이 오고 가고 한다. 우리들은 그런 시절 바다를 지키려고 밤을 지새우면서 정작 지킨 것은 바다가 아니라 순찰장교였다. 바다를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순찰로를 바라보고 있었다. 우리에게 오늘밤 나 타날 것은 분명히 간첩이 아니라 순찰자들 뿐이기 때문이었다. 이건 현실이니 어쩔 수가 없 었다. 한번도 온 적도 오지도 않는 간첩을 올 것이라고 믿으라고 하지만 설사 온다고 하더 라고 믿고 싶지 않았다. 죽고 싶은 사람이 어디 있는가? 죽는 것을 꿈꾸는 사람 또한 어디 있단 말인가? 믿거나 말거나 그 시절의 순찰의 의미는 우리들에게 그러하였다. 떠밀리어 들어간 참호에 서 우리에게 무얼 기대 할 것인가? 어쩔 수가 없어 지킨 바다, 내가 살기 위해 들어간 참호 였지 나라를 위해 이 한 목숨 조국을 위해 피땀 흘린다는 어떤 사명감은 알지도 못 했고 갖 지도 않았었다. 그러나 단하나 군기와 명령은 어떤 군대보다도 어떤 군인들보다도 확실한 곳이었다. 우린 인명을 살상할 목적의 무기를 몸에 지녔던 사람들이었다. 오발 사고나 폭발 사고가 얼마든지 생길 여지가 많았다.
그런 최전방 해안 초소근무를 무사히 마치고 오늘을 살고 있는 나는 운 좋고 재수 좋은 사람임을 부인할 길이 없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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