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5. 딸딸이 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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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즈음 군대에서 성추행이 벌어진다는 기사를 본 적이 있다. 남자들만 사는 군대 내무생 활에 무슨 성추행이 일어날까 하는 의구심이 일어 되짚어 본 적이 있다. 성추행이라면 보통 은 남자가 강제로 여자를 성적으로 정신적 육체적 상처를 입는 행위를 말한 것이다. 또는 가끔은 여자도 남자를 그런 식으로 가해를 하는 경우가 있다고 한다. 그런데 동성끼리의 성추행은 잘 이해가 안 되는 일이다. 아무튼 있다고 하니 있는 모양이 다. 동성애란 것이 있다니 동성 추행도 있긴 있겠구나하고 상상만 해 볼 따름이다.
이런 이야기는 지금의 그런 군대의 성추행사건에 귀감이 될지도 모르겠구나 하는 심정으 로 감히 공개하니 혹 언짢아하시는 분은 어서 이 페이질 떠나시라! 세상에 사람 사는 곳에 는 사람 사는 이야기들이 다 있다. 더럽다고 얼버무리고 추하다고 덮고 숨기고 쉬쉬하며 넘 어가는 일이 많다. 어떤 일들은 그렇게 넘어가야 좀 깨끗해지고 고상해지는 것은 사실이다. 그렇다고 이런 일들은 늘 감추고 숨기어 나은 세상과 밝은 세상은 오지 않는다. 특히 성 교 육적 측면과 남녀의 보다 나은 행복과 평등을 위한다면 우린 우리의 내면에 살아 있는 솔직 한 마음들을 열고 직시해야 하는 일들이다.
서론이 너무 길구나. 사실 나도 이런 일을 적으려니 선뜻 마음대로 글이 나올까 망설여지 고 부끄럽긴 하다만 초장부터 언급했듯이 나는 내 얼굴에 피칠 똥칠 받을 각오 혹은 국가 보안과 연결된 이적 죄에 해당한다고 해도 사실과 나 자신의 고백도 다 적을 것이라고 다짐 한 바 있다고 했다. 우리 부대 어느 분초에 모 하사가 분대장으로 분대를 통솔하고 있었다. 하사는 우리처럼 3년의 복무생활을 한다. 하사관 학교에 입교하여 6개월 하사 교육을 받아 배치되면 3년 만 기 제대까지 분대장으로 지내는 사람이다. 우리와 별로 군대에서 특별한 사람이 아니다란 말이다. 우리는 그를 딸딸이 하사라 불렀다. 그는 체격도 우람하고 술도 잘 마시고 그렇다고 졸병을 무지 막대하게 학대하는 사람은 아니었다. 아시다시피 우리들은 밤에는 올빼미처럼 보초를 서고 오전에는 분초에서 모포와 매트리스 를 깔고 잠을 잤다. 내무반 나무 침상에 한 줄로 맞추어 나란히 낮에 잠을 자는 것이다. 매 트리스 하나에 한사람씩 모포 뒤집어쓰고 잠을 잤다. 다만 불 침범이라고 한 사람만 분초를 지킨다. 모두들 잠이 들었다. 그 여름철 빤츠차림으로 흔들리며 살아 오르는 청춘을 붙잡고 잠을 잤을 것이다. 그 누가 달래줄 것인가? 다만 잠이 깊이 들어 꿈속에서라고 달래볼 꿈을 꾸면 좋으련만...
분대장 딸딸이 하사는 습관처럼 잠이 깰 시간이 되면 모포 속의 몸을 뒤척이었다. 11시가 넘으면 기상을 하고 12시에 중식 식사를 해야 했었다. 매일같이 그 시간이면 기상이니 우리 들의 배꼽 시계는 저절로 잠을 깨웠다. 우리들이 잠에서 깰 즈음이면 우리는 그 분대장 하 사의 꿈길처럼 흘러나오는 신음 소리, 아니 거친 숨소리를 들어야만 했었다. 그는 점점 큰 소리를 질렀다. 그의 모포는 더욱 크게 흔들렸다. 응아응아. 큼큼.... 헥 헥...으으억.... 그리고 작은 박자 맞추는 소리로 흔들리는 모포와 같이 딸딸딸딸 딸딸이 치는 소리가 들 리는 것이다. 마침내 그는 절정의 순간을 맞았다. 그는 모포를 걷어내고는 내무반 벽을 보고 물총을 쏘았다. 물 총알은 허공을 갈라 벽에 철썩 달아 붙었다. 긴 사선을 그으면 흘러 내렸 다. 어제 쏜 총알이 이미 말라 붙어있었다.
분대장의 사정이 끝나고 신음소리가 잦아들면 우리는 죽였던 숨을 다시 쉬고는 일어났다. 분대장은 우리가 일어나도 일어나질 않았다. 그는 분대장이니 아무도 간섭하거나 주의를 주 는 사람도 없었다. 우리의 기상나팔은 분대장이 몽롱한 쾌락에 싸여 한차례 내 부르짖는 원 초적 본능의 소리이었다. 딸딸이 하사는 일어나면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우리들을 대했다. 그렇다고 그 일을 어 느 누구도 거론하지도 않았다. 돌이켜보니 그 분대장 참 괜찮은 사람이었다. 그런 환경에 그 런 위치에 있는 분대장이 어떤 졸병에게 시쳇말로 하는 동성 폭력을 강요했다면 졸병들은 피할 방법이 없었을 것이다. 그런 후유증은 여자만 가지는 일은 아닐 것이다. 그런 성적 후 유증으로 고생하는 남자도 있을 것이다. 그 시절 우리들에게도 그런 말 못하는 일들이 있었 다. 그러나 졸병들끼리도 고참 졸병간이라도 성폭력 같은 치사한 일들은 없었다.
참으로 더러운 세상이 되었다. 성적 상식과 이해의 폭은 넓어졌는데 사내끼리 동성애를 한다고 하지 않나, 동성폭력이 있다고 하지 않나. 우리들은 그 분대장을 딸딸이 하사라고 불 렀고 그 별명에 이견도 없었다. 그저 무던한 사람이었다. 그가 대낮에 그런 짓거리를 한 것 은 꿈속에 생긴 일을 꿈인지 생시인지 구별을 할 수가 없었다고 이해를 해 주는 편이 편하 다. 그러다 상습으로 그 짓을 했을 것이다. 빤츠에 흐즐레하게 적힐 일이 아니라 아주 빨고 닦을 일없는 벽에다 흩뿌렸다. 그 벽에는 딸딸이 하사가 대붓으로 일필휘지한 산수화 그림 들이 여기저기 그려져 있었다. 얼마 전 나도 지리산 토종꿀을 상복 하였더니 이틀 견디기가 힘이 든다. 그래 어쩔 수가 없다. 이런 일에는 나도 말이다. 우리나라도 얼마전 상영한 아메리칸 드림의 주인공처럼 많은 가족들이 떨어져 살고 또 가 족 관계를 점점 상실한 시대로 가고 있다는 느낌이다. 그러다 점점 삐뚤어진 성문화가 확산 될까 심히 걱정이 된다. 성적 발산을 정상적으로 행하여야지 그런 폭력으로 타인을 괴롭히 는 일은 정말 잘못된 일이다. 이성간이고 동성간이고.
그 시절 그런 폭력이 없었던 우리의 내무반 생활에 우리들의 고참들에게 감사를 보낸다. 딸딸이 하사 잘 살고 계시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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