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3. 영감(靈感)으로 찾은 소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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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군대 생활 3년 동안 최고의 고비는 바로 이 사건이었다. 지난번 명정기에 적었듯이 술 마시고 공문서 든 전령 배낭 잊어먹은 일은 그 일도 영창 감이었지만 총기를 분실한 사건은 그것도 사령부 검열에서 적발된 이 사건은 죽어도 잊을 수 없는 드라마 같은 사건이었다.
우리 부대가 해안에서 이동하여 예비대에서 교육 훈련을 받은 지 두세 달쯤 지났지 싶다. 그 동안 여러 차례 지휘 검열들이 있었다. 한번은 군수 장비 재물조사 검열이 사령부로부터 나왔다. 그 중에 가장 중요한 것은 무기의 소재와 확인 감찰하는 것이다. 그 때 나는 중대 병기계원으로 중대원의 개인화기와 중대 탄약의 불출 보관 관리하는 업무를 맡고 있었다. 병기 장부에는 중대 보유 총기와 탄약의 현황이 기재되어있었다. 모든 중대원에게 개인화 기 한 정씩 지급하였고 휴가를 간다거나 전역을 하여 반납되는 화기는 중대 창고에 보관하 여 왔다. 각 소대의 인원수와 각자가 소지하고 있는 총기를 확인하고 중대 창고에 보관된 총기를 합하면 내가 사령부로부터 보급 받은 화기의 수와 일치하여야 했었다. 헌데 사령부의 검열관은 검열 결과 소총 한 자루가 모자란다는 것이다. 우린 그 시절 칼 빈 소총을 지급 받았다. 내가 제대할 즈음에 모두 M16 자동화기로 바뀌었지마는 그 때는 칼빈 소총이었다. 그 칼빈 소총 한 정이 모자란다는 것이었다. 이런 말이 안 되는 일이 벌어 진 것이다. 중대장은 놀라서 펄쩍 펄쩍 뛰었다. 나는 두 번 세 번 장부를 확인하고 중대원의 편제를 확인하고 창고의 재고를 확인하고 보니 분명히 총 한 정이 모자랐다. 혹 누가 두 자 루를 갖고 있을 지도 모른다고 중대원 모두 개인화기를 소지시키고 연병장에 집합을 했었 다. 창고의 화기도 꺼내 연병장으로 나왔다. 소대와 중대 창고전부를 뒤지었다. 그러나 총은 아니 보였다. 이제 꼼짝없이 병기계원의 책임만 남았다. 중대원 모두 각자의 총을 갖고 있고 휴가자들 총도 그대로 총번과 이름표가 그대로 붙어있었다. 드디어 분실된 총 번호까지 파 악되었다. 사실 그 시절 총기 관리를 참으로 허술하였다. 누가 총 집어 갈 사람은 없지 않는 가? 총 팔아먹는 사람도 없지 않는가? 하는 식으로 수시로 확인하고 그러하지 못했다. 그러 니 내무반이고 창고이고 총의 유무나 보관은 언제나 그 자리에 그냥 놓여 있는 것, 이런 식 이었다. 우리 중대장 우 대위는 성질머리는 지랄이어도 천성이 고왔다. 그도 화가 머리끝까지 나 서 어쩔 줄을 몰랐다. 나는 그의 얼굴만 봐도 그가 얼마나 당황하고 있는가를 알았다. 나의 과실은 중대장의 지휘책임으로 귀착되는 제도이니 중대장과 내가 몽땅 지고 가야 할 운명의 배였다. 그는 그냥 어쩔 수가 없었다. 이 일을 풀어 볼 사람은 아직은 그래도 병기계원 나뿐 인 것이다. 나는 중대 행정반 의자에 멍하니 앉아 하염없이 하늘만 쳐다보고 담배 연기만 내 뿜었다. 하늘이 무너지고 있었다. 군대 생활 2년만에 내 인생 끝장이 나고 있었다. 정말 앞길이 망막 하였다. 누가 날 구해 줄 것인가? 아무도 없었다. 내 병기계 사수였던 차 병장은 전역하고 없었다. 그가 있다고 해도 해결 할 일이 아닌 것이다. 귀신이 곡할 노릇이라는 건 이런 일을 두고 하는 말일 것이다. 하늘로 솟았나, 땅으로 꺼졌나, 정말 귀신이 집어 가지 않았다면 있 을 수 없지 않는가?
나는 형광등이 훤히 밝힌 빈 행정반에 있었다. 그리고 벽에 걸린 우리 중대원의 소대별 분대별 명단을 무심코 쳐다보고 있었다. 아무 뜻 없이, 의미도 없이 그 곳에 적힌 이름들을 한 명씩 한 명씩 바라다보고 있었다. 나는 이런 의미 없는 일을 한 이유가 있었을까? 이건 바로 영감이라고 밖에 표현 할 길이 없다. Inspiration(영감)이었노라고. 나는 어느 이름 앞에 눈이 멈추었다. 제 일병, 제 일병 나는 그 신병의 이름 앞에서 눈이 지나가지 않 았다. 그는 얼굴도 잘 모르는 신병이었다. 그런 졸병의 이름에서 난 갑자기 섬광처럼 이는 희망의 불꽃을 보았던 것이다. 곁에 동기에게 물었다. 난 내 판단을 감히 혼자 스스로 깰 수 가 없었다. 제 일병이 지금 일 소대에 있느냐고 질문도 아닌 질문을 그 친구에게 했었다. 아 마 나도 그 때 내 정신이 아니었을 것이다. 그는 우리가 방어진에 있을 때 이등병으로 전입 해 온 서너달 짜리 신병이었다. 난 갑자기 흥분되는 심장을 가눌 길이 없었다. 가느다란 실같은 희망을 보았기 때문이었 다.
"제 일병을 불어오라!" 나의 일성이었다. 곧 바로 아무 것도 모르는 제 일병이 불러왔다. "제 일병 너 총을 갖고 와라!" 제 일병은 칼빈 소총 한 정을 갖고 소대장과 같이 들어왔다. "너 이 총 어디서 받았니?" 그의 대답은 거리낌없이 나왔다. "여기에서 받았습니다" "여기가 어딘가?" "방어진인가? 여기 예비대인가?" "예비대입니다."
나는 순간 머리의 피가 거꾸로 치솟는 순간이었다. 내 구둣발은 그의 면상을 쳤고 그는 한방에 앞으로 꼬꾸라졌다. 곁의 내 동기생이 사태를 파악하고 나의 앞을 가로 막아섰다. 그 가 막지 않았다면 나는 더 큰 사건을 벌렸을 지도 모른다. 당황한 소대장이 그 녀석을 끌고 나가 버렸다. 그들은 모두 내가 왜 두 마디 그의 말을 듣고 구둣발이 날아갔는지 아무도 몰 랐다. 구둣발에 차인 제 일병도 몰랐다. 왜 그런지 몰랐다. 그러나 나는 알고 있었다. 이 분 실 칼빈 소총 한 정의 범인은 사건의 주모자는 바로 제 일병이란 것을 알았다. 나는 좀 진정을 했다. 중대장이 오셨다. 중대장은 그 동안 내가 일을 해결하도록 자리를 피해 주었던 것이다. 나의 행동에 대한 보고를 받고 다시 온 것이었다. 제 일병이 다시 끌러 왔다. 나는 그에게 방어진 부대에서 받았던 총의 소재를 물었다. 그는 그곳 내무반에 두고 왔다는 것이었다. 우리와 부대 인수인계를 한 방어진 중대의 병기계원을 전화를 불렀다. 총 번과 총이 있을 위치를 알려 주었다. 총을 찾았다. 나의 영감으로 마침내 총을 찾았다. 분실한 총은 하늘로 올라간 것도 아니오 땅으로 꺼진 것도 아니다. 총은 바로 우리가 방어진에서 이동할 때 두고 온 것이었다. 제 일병은 전입하여 한 삼일만에 다시 대대로 원복을 하였다. 아마도 군대 높은 분 빽이 있어 해안 부대에 근무하는 일을 못 하도록 지시가 왔을 것이다. 군대 인사 비리었다. 그리 하여 그는 다시 몸만 내륙 예비대로 돌아오면서 지급 받은 총은 반납하는 일을 잊은 것이었 다. 내가 그 녀석의 복귀를 알았다면 반드시 총을 반납시켰을 것인데 이런 일이 비원칙이고 비리인지라 행정반 계원도 몰래 처리했던 것이다. 그런 제 일병은 우리가 예비대로 들어가 자 다시 우리중대로 배속이 되었다. 그는 다른 전입생과 함께 신병으로 들어왔고 나는 신병 으로 취급하여 총을 지급하였다.
중대장이 얼마나 기뻐하는지 그 얼굴이 지금도 선하다. 나는 허탈하기만 하였다. 폭발하는 열기를 누가 저지하지 않았다면 살인이라도 했을 것이다. 순간적인 살인은 이러다 일어나는 구나. 다음날 우리는 잃어버린 총 한 정을 찾아서 창고에 잘 보관하였다. 내가 전역하는 그 날까지 이 총 분실 사건의 휴유증으로 총 관리에 대한 알레르기 반응이 있었다면 안 믿어라 나? 그 일을 지금도 생각하면 소름이 끼친다. 그 만큼 내가 받은 충격이 큰 사건이었다.
그렇다. 군대에서 화기만큼 중요한 것이 없질 않는가? 화기는 바로 인명을 살상하는 무기 이기 때문이고 범죄에 이용되기에 그렇다. 다른 한 생각은 지금도 이런 챙기는 일과 숫자 맞추는 일은 아주 잼뱅이이지만 그 대신 영감이 발달하여 길과 맥을 집는 일은 누구보다도 잘 한다. 하나가 모자라면 다른 하나가 낫기 마련인 것이 인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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