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 올빼미 시절에 배운 뱃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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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부대의 닉네임은 올빼미 부대였다. 부대 정문에 올빼미부대라고 쓴 간판을 정식으로 걸어두었었다. 그러니 우리들은 올빼미였다. 군대 생활 해 본 사람은 알겠지만 유격훈련 들 어가 유격조교가 훈련병보고 부르는 이름도 올빼미였다. 우리가 올빼미로 부르는 이유는 간 단했다. 낮에는 자고 밤에는 해안을 지키는 일을 한다고 붙인 이름이었다.
졸병의 분초 초병생활은 참으로 고달프다. 다른 고생들이야 군대생활이니 참고 견딜만하 다만 야간에 해안 참호에서 밤바다를 지키는 일은 고통이었다. 겁이 많은 사람은 얼마나 견 디기 어려울까? 까만 밤 파도는 끝없이 일렁거리고 뭍이 흘러내린 어두운 골짜기로 파도소 리가 악마의 울음소리처럼 흐느끼고 마을에서 흘러나온 귀신이야기들이 마을 어귀 산모롱이 마다 있었다. 사람의 심리란 묘해 모르면 될 일도 굳이 듣고 알아내서 그 앎이 무서움의 근원이 되는데 도 이야기는 이야기로 전해져 내려왔었다. 어느 참호 뒤 늙은 소나무는 어느 처녀가 목 메 달아 죽은 곳이라며, 어느 무덤은 어떤 과부귀신의 원혼이 묻힌 곳이라며, 근거도 없는 귀신 이야기들이 우리들 참호 주변으로 늘어져 있었다. 그런 참호로 야간에 이동을 한다든지 참 호 곁에서 근무를 설라면 그 곳이 자꾸 눈이 가니 마음은 어쩔 수가 없다. 참호 야간 근무 방법은 밀어내기로 한바퀴를 돌아 내무반으로 들어오면 한 밤이 지났다. 밀어내기 말이 밀 어내기이지만 졸병의 근무는 거의 말뚝이었다. 참호마다 초병을 세울 병력이 없기에 간혹 빈 참호도 생긴다. 이 빈 참호에는 허수아비를 세워두었다. 간첩이 허수아비를 보고 다른 곳 으로 피해서 군인이 지키는 참호로 유인하는 것이다. 허수아비는 참새만 쫓는데 쓰이는 것 이 아니라 간첩을 쫓는데도 이용되었다.
그래도 밤이 짧은 여름날은 좋았다. 별도 뜨고 밤바람도 시원하니 좋았다. 그러나 겨울의 밤바다는 지옥 같았다. 별이 떠 주지만 달도 초승달부터 그믐달까지 줄지어 떠 주지마는 어 둠은 혼자서 지키는 초병에게 무서움과 공포의 대상이었다. 가끔 방위병을 데리고 복초로 들어가지만 고참이 빠지는 호를 메우려면 단초로 지켜야 했었다. 그러나 말뚝으로 졸병만 고생한다고 푸념할 일은 아니다. 다 졸병이 늙으면 고참이 되니 고참 되면 분초에서 상황이 나 보다 순찰 오느냐? 하고 감독이나 하다 분초에서 넘기고 마는 시간이었다. 배운 게 도둑 질이라고 고참 되면 다 근무 열외하고 뭉갠다.
우리 보초 수칙에 이런 말이 있었다. 한 곳을 오래 바라보거나 마음대로 상상하지 마라! 마음대로 왜 상상하면 안되나? 아름다운 미녀도 그려보고 없는 천사도 그려보고 상상만큼 마음을 풍요롭게 하는 것이 없는데 마음대로 상상하면 안 된다고 했다. 인간의 무서운 감정 은 바로 마음에서 발원하기에 그렇다. 아무 것도 아닌 것이 그렇다고 여기고 쳐다보면 그렇 게 보이는 것이 바로 상상의 세계이다. 그냥 평소에는 그 자리에 있었던 돌도 나무도 돌탑 과 지형지물들이 바라보는 사람의 생각대로 바뀌어 보이는 이치를 경고하는 수칙 구절이다. 이런 바닷가 산기슭의 귀신들과 바다 귀신들과 밤마다 실랑이를 벌이며 바다를 지켰다. 그러면서 졸병도 고참이 되어갔다. 남자는 이 무서움으로부터 해방이 되어야 비로소 어른이 된다고 본다. 두려움을 이기고 자신감에 차야 장차 한 가정의 가장이 될 수 있으며 사회와 가정에 책임을 질 수 있는 인간인 남자가 되는 것이다. 우리가 그런 밤에 바다를 지키면서 터득한 용기와 기백은 훗날 사회인으로써 살아가면서 좋은 경험이 되었다고 말 할 수 있다.
그렇게 밤에는 올빼미가 되어 간첩을 잡으러 지새다 낮에는 잠을 잤다. 그러나 이 잠도 아침 한나절만 자고 말았다. 오후가 되면 여러 가지 사역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해안의 장애 물을 보수하고 참호를 정비하고 병기와 탄약을 관리하고 내무생활에 관련한 집안 일을 했 다. 그리고 각종 보고서와 하계준비 월동준비 태풍준비 식사준비 등이 있었다. 사실이지 낮에 자는 잠은 잠이 아니다. 아무리 커턴 치고 내무반에서 잔다지만 잠이 제대 로 들 것인가 말이다. 그러니 우리 야간 참호 속에서 졸았다. 앉아서 졸고 서서 졸았다. 그 러면서 시간이 흘러 동이 트면 철수를 했다. 일출 전에 철수하고 일몰이 시작되면 투입이 되었다.
그런 3년 동안 기다리던 간첩은 한 명도 아니 왔었다. 간첩은 온다고, 기다리면 온다고 하 던 간첩은 끝내 오는 걸 못 보고 말았다. 올빼미 해안 경비 초병들은 지금도 혹 예비군 비 상훈련으로 야간근무를 서다 보면 뒷동산 무덤 가에 귀신이 어른거리는 것을 찾아낸다. 그 러면 그 날의 기억을 들추어 한 곳을 오래 바라보거나 마음대로 상상하지 마라! 무서운 곳 을 지날 때도 그 날의 올빼미 시절에 배운 뱃심을 올려 용기를 내어 본다. 앞으로 야간에 초병이 지키지 않아도 되는 첨단감시장비가 개발되어 해안도 지키고 밤도 지키는 날이 오길 기대해 본다. 아니면 지키지 않아도 믿을 수 있는 남과 북의 현실이 오길 간절히 바래본다. 이제는 하룻밤만 지새면 다음날 종일 헤매는 나이가 되어 그날의 젊음을 추억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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