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 멸종 생물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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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시대의 살충제는 DDT뿐이었다. 시대의 만능이었다. 농촌에 밭농사 해충 구제와 화장 실 구더기 박멸에 과히 명성을 떨친 농약의 대명사였다. 집집마다 이 DDT 한 봉지는 상비 약이던 시절이었다. 이 DDT가 지금은 환경 홀몬제라고 사용이 중단되었다는데. 허허 이를 어쩌나? 우리나라 온 천지에 DDT로, 차마 바로 먹지는 않았지만 생활에 일부분으로 같이 살았던 시절이 있었 다는 걸 이야기하면 지금 사람들 나만 물끄러미 쳐다보다 기억이 없어, 난 아니야! 나는 몰 라! 그런 적이 있었던 것도 같아! 하고 얼버무려 넘어가려고 할 것이다. 기억하고 싶지 않은 일들이니... 고엽제 악몽이라도 살아나면 별로 기분 좋을 일은 아니다. 그러나 뭉낀다고 있던 일이 없어지나? 그 때 우리가 행했던 결정적인 사례를 적어볼 터이니 기억이 없더라도 들어 보시기 바란다. 한마디로 DDT 살충제의 유해성을 모르던 때였다.
겨울이면 우리 부대 졸병들은 이와의 전쟁이었다. 동 내의 바느질 자리를 따라 하얀 쌔가 리(알)들이 통통하게 살이 올라 주렁주렁 달려 있었다. 그 바느질 깃 자리를 들추어보면 이 들은 작은 머리를 내밀고 다리들을 꿈지럭거리면 살고 있었다. 특히 이가 많이 모이는 곳은 겨드랑이 사이와 빤츠 가랑이 옷깃이었다. 그 곳이 신체에서 제일 따뜻한 모양이다. 이놈의 이들은 주간보다는 야간에 주로 활동을 한다. 이가 야행성이라고 내가 주장하면 웃을지도 모르나 이는 내 경험으로 야행성이다. 밤이면 모두들 가려워서 긁다, 자다 긁다, 긁다가 날 이 새고 마는 졸병의 겨울이었다. 자다말고 깨면 그야말로 이와의 전쟁이었다. 잘 때는 잠에 취해 가려워도 잤지만 깨면 무척 가려웠다. 그러나 까만 내무반 잠자리에서 어쩔 도리가 없 었다. 그냥 잠도 깰 겸 긁어 시원함이라도 느낄 따름이었다.
나는 몸이 따뜻한 편이었다. 그래서 외풍만 잘 막으면 불이 없는 방에서 잘 잔다. 겨울에. 그러니 이가 더욱 극성이었다. 몸을 안 씻으면 이가 많다고 하는가? 우리들의 이는 공용이 니 내가 아무리 깨끗이 하여도 한 모포 덥고 줄줄이 붙어 자는 우리 졸병들의 내무생활에 전염이라고 해야하나 이동은 어쩔 도리가 없었다. 자다 일어나 상황실 근무를 가서는 밤새 내 몸을 탐닉하던 이들을 소탕했었다. 동 내의를 뒤집어서 뻬치카 탄 난로에 털어 낸다. 그러면 돌콩만한 놈들이 난로 뚜껑에 우수수 떨어졌 다. 난로 뚜껑에 까만 연기가 한 올씩 피어오른다. 즉석 화장 처리 된 것이다. 우수수 털어 졌으니 실연기도 콩나물 새순 오르듯이 피어오른다. 그리고 손으로 집어내어 또 뚜껑 위에 올린다. 마지막으로 옷깃에 숨어있는 놈까지 색출하고 나면 근무 시간도 후딱 지나가 버렸 다. 이 잡는 맛을 아는 사람은 안다. 통쾌함과 시원함을 그리고 손톱사이에 끼워 압사시키는 쌔가리 죽이는 소리의 경쾌함까지 덧붙이면 그야말로 사디즘의 쾌감마저 만끽하는 즐거움이 었다. 어디 이런 오락장 없는가? 이 잡는 통쾌함을 주는 유료 오락장 같은 것! 이런 이 잡이로 이와의 전쟁을 치러서는 백전백패이니 내무반 전원이 이를 소탕하라는 전 통이 내려왔다. 전통(전화로 하달되는 상부의 지시 명령)은 이 주머니를 속옷 세 겨드랑에 차라는 것이었다. 이 주머니 속에는 이가 사는 것이 아니라 DDT가 들어있었다. 주머니에 한 숟가락 정도의 DDT를 넣어 달고 동 내의 차림으로 점호를 받는다. 이 주머니로 이를 다 잡을 수는 없었다. 겨드랑에만 이가 사는 것은 아니니 다음 전략은 바로 모포에 DDT를 살 포하는 일이었다. 모포에 사는 이들을 소탕하는 일이었다. 매주 일요일 아침이면 내무반 모든 모포를 연병장에 꺼내어 모포 사이에 DDT를 살포했 다. 우리가 그 겨울동안은 사실은 이와의 전쟁이 아니라 DDT와의 생존을 건 실험을 하고 있었다. 인체의 중요부위에 DDT로 마사지를 하고, 자면서 모포로부터 온몸 DDT 사우나를 했던 것이었다. 그러나 이런 일이 한번으로 끝나지 않았다. 겨울이 지나가도록 이 주머니를 달고 다니며 모포 살포를 했었다.
우리는 아무도 몰랐다. 국방부도, 사령부도, 중대장도, 우리도 몰랐다. 우리네 집에서도 금 기시 하지 않았던 DDT 약제였으니 그리고 우리가 그 시절 환경이 어떻고, 오염이 어떻고, 중독이 어떤지 아는 사람도 사회문제도 아니었다. 그러나 지금 생각하고 보니 그런 일은 있 을 수가 없다는 것이다. 세계적으로 제조가 금지된 약품이 DDT이고 그 독성이 조사 발표되 었으니 말이다. 아직 고엽제 피해도 보상받지 못하는 세상이니 하물며 DDT 운운하면 웃을 일일지도 모르지만 우린 그 시절 DDT 바르고 마시고 살았다. 이 잡는다고 말이다. 그런데 그 이들 다 지금은 어디에 있나? 설마 DDT 때문에 멸종한 것은 아니겠지... 그렇 다면 정말 걱정이다. 내 생각에는 이도 멸종하면 안 되는 보호동물이기에 그렇다. 무엇이라 고 보호동물이라고, 이가? 그렇다, 이 세상의 먹이 사슬과 종들은 다 자연의 필요에 의해서 태어났다. 그런데 인간이 멸종을 시킨다고 말도 안 되는 일이다. 이도 반드시 보호되어 이 세상에 같이 살아가야 할 동물임에 틀림없을 것이다.
이와 DDT 이야기를 하다 문득 생각이 난 것은 이 잡던 추억이 그립고 그 이가 보고싶다 는 것이다. 손톱 사이에서 피 튀기며 죽어주던 이들이. 손으로 잡는 방법은 불법이 아니다. 그건 페어플레이다. 그러나 화생방 전법은 비겁하다. DDT 살포로 멸종시키는 전법은 불공 정 게임이다. 사람이 이들을 상대로 말이다.
오늘은 DDT 폐해를 걸고 나왔다가 이 타령만 하고 간다. 이 이를 본 사람은 키워 분양하 라! 이도 보호 생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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