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 도둑 주제에 설교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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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도둑이 아니고 전문 도둑이라고 몰아가도 별로 할 말이 없긴 하다. 그 행위들을 짚어보 니 잡 도둑이기도 하다. 우리나라에 배 단지가 어딘가 하면 지금은 여기저기 배 과수원이 많지만 아마도 저 섬진강의 하동하고, 울산 배라고 들어보았는지 모르겠다. '아닌데요' 하실 분은 우리 시대 사람 아닌 모양이다. 이 울산 배의 고장이 방어진 옆 현대조선소 앞 전하이 다. 전하, 미포 해안의 산자락 밭들이 모두 배 밭이었다. 언제? 1974년도에는 그 밭자락을 헤매고 다녔지. 무얼 한다고 다녔냐고? 나라에서는 간첩들 지나갔나 하고 수색하라고 해서 다니고, 우린 혹시 떨어진 돌배라도 주어 먹으려고 다녔다. 그런 일은 사람 사는 곳이면 일상 생기는 일인지라 이야기 거리도 못되지만 우리 소대에 서 어느 상병 한 명이 그 배 쓰리를 해서 소대원을 잘 먹였는데 다음날 떨어진 작업모가 증 거품이 되고 돌아왔던 일이 있었다. 그는 따블빽에 달밤에 한 짐 지고 와서 소문내어 나누 어 먹였다. 돼지 쓰리와는 아주 다른 허술한 시나리오였다. 작업복에 작업모 쓰고 외출하듯 이 가서 따블빽에 지고 들어왔다. 그러나 어찌된 영문인지 쓰고 간 모자를 잃어버리고 왔던 것이다. 잃어버렸으면 다시 가서 들고 와야지 그냥 마음놓고 있다가 모자에 적힌 주기로 그 만 들통이 난 일이 있었다. 그런 일이야 생기면 중대장이 사과하고 배 값 달라는 대로 물어 주면 뒤탈이 없던 시절이었다. 그만큼 인심들이 야박하지 않았다. 지금은 그런 사람 잡으면 꼭 영창에 집어넣고 감옥에 옥살이를 시켜야 분이 풀린다는 사람들이 사는 세상이 되었다. 어차피 이 세상 물건들 다 빌려쓰고 사는 일인데 마치 자기가 소유하고 있다고 자기 것인 줄 아는 사람들이 많으니 참 으로 한심하고 개탄할 일이로다. 어찌 배가 배 주인의 것이냐? 하느님이 배 물을 올려주어 꽃피워 배 열렸거늘. 빌려서 먹고 쓰는 줄 아는 사람은 절대로 앙갚음 같은 것 모르나니. 적 당히 모른 척 넘어가는 아량 있는 사람들이 많이 사는 세상이 되었으면 좋겠다. 더 큰마음 을 가진다면 내 부모도, 내 자식도, 내 아내도, 내 남편도 빌려쓰고 있다고 생각을 넓혀보 자! 그 배 밭 주인들 그 후에 큰 부자 다 되었다. 그곳이 바로 현대 조선소 앞 아파트 단지 자리가 되었으니 그들은 그냥 배 다 버려도 부자 되고 남았다. 혹 이 글보고 내가 그 배 밭 주인이었어 하고 나서는 분 아니 계시는가! 준 재벌 되어 인터넷 글 볼 새가 없을지도 모르 겠다.
각설하고, 도둑놈 주제에 설교가 많구나! 바닷가 사람들은 생선회를 많이 먹는다. 그리고 물고기를 잡아서 반찬도 하고 몸보신도 한다. 그러다 보니 그들은 고추 농사를 지어야하고 고추장을 많이 담아야 했다. 우리는 그 고추장 단지도 표적이 되었다. 군대의 된장도 고추장 도 집에서 담근 것과는 다른 색이고 다른 맛이다. 그래서 우린 사제 고추장을 즐겨 먹었다. 사제 고추장을 어디서 구할까? 요즈음은 고추장도 슈퍼에서 팔지만 사제 고추장의 빨간 똑 똑 쏘는 그 맛을 어디서 볼 수가 있었겠는가. 단지 채로 엎어와서 숨겨두고 먹었으니 그렇 다. 그 갯마을에는 모두가 고추장 단지가 김장단지 만큼 하다. 우리들이 보던 고추장단지 하 면 작고 귀여운 조그만 독을 연상하지만 거기에 고추장단지는 혼자서는 들지도 못한다. 그 런 단지를 지고 온다. 단지 채로....
단지를 잃어버린 집은 어찌 살았을까? 고추장은 그들에게 없어서는 안될 밑반찬이고 양념 감인데... 고추야 저장한 것들이 많았을 터이니 아마도 다시 담아 먹었을 것이다. 그들은 쌀 이 없어도 살지마는 고추장이 없이는 못 산다. 바닷가의 생리는 내가 잘 안다. 내 어릴 적 자란 고장이 갯마을이기에 횟감으로 소주 마시는 낙으로 사는 우리의 어버이들이기에 나는 그들의 고추장단지 사랑을 아는 사람이다. 그러나 군인들 눈에는 오직 현재의 배부름과 입 맛만이 오늘을 사는 보람이었다. 나도, 그도, 우리는, 우리 졸병들은 다 그러했다.
또 어느 누가 나는 아니야! 하고 나설까? 좃도 방위를 받은 사람일거다. 그렇다면 그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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