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 첫 면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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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개월간 교육훈련중인 자대에 배치 받아 졸병 생활하랴, 훈련받으랴 자고 나면 식사당번, 먹고 나면 학과출장, 쉬는 시간이면 화장실 다녀와서 꼬바리 담배 한대 피울 시간이 없었던 쫄따구 시절에 내 까만 얼굴은 더더욱 봄볕에 그을려 거의 깜둥이가 되었을 무렵 드디어 우 리 부모님께서 면회를 오셨다. 어찌 알고 물어서 오셨는지? 주소야, 편지를 했으니 아셨을 건데 부대 위치를 알리지는 못 하는 게 보안 사항이고 검열사항이었다. 문서보안, 편지보안이 면경알 보듯이 훤히 다 비 쳐보던 편지의 검열이었다. 편지 이야기 보안 검열 이야기하자면 또 삼천포로 빠질 일이고 오늘은 그냥 부모님 첫 면회 온 이야기를 하겠다.
아마도 일요일이어야 면회가 된다는 걸 아셨는지 그 날도 일요일이었다. 일요일엔 고참들 은 기회가 오면 외출도 가능하나, 졸병은 빨래를 하거나, 내무반 미신하우스를 하거나, 외곽 청소를 하거나, 퍼세식 화장실을 퍼거나, 참호 보수를 한다. 11시경이나 되었지 싶구나. 연락이 왔다. 면회를 왔으니 위병초소에 나오라는 것이다. 참 으로 절차가 까다로운 일은, 이 면회도 그냥 갈 수가 없었다. 먼저 당직, 고참, 내무반장, 당 직사령에게 면회신청을 하고 신고 후 허가를 받아야만 면회도 가능한 일이었다. 일단 면회를 오면 옷부터 갈아 입어야한다. 훈련받는 낡은 옷은 안되고, 통일화 신발도 안 되고, 일기장 복이라고 외출 면회용으로 특별히 다려서 걸어둔 옷을 입어야 한다. 그러나 나 에게 이 졸병에게는 일기장 외출복이 없었다. 군화야 있지만은 이런 옷을 사전에 준비할 여 력이 없었다. 내가 옷이 없어서 찜찜하고 꼬리를 빼자 우리 분대 어느 고참이 일기장 복을 빌려주었다. 내 이름표를 임시로 달고 풀먹여 다리어 바지 줄이 빳빳한 푸른 제복을 입고 군화를 닦아 신고는 정문으로 나갔다. 한시간이나 기다렸을 것이다. 정문 면회소란 게 우리 부대에는 없었다. 정문 곁에 소나무 풀밭에서 그리던 부모님을 만났다. 눈물이 한없이 솟아지는 걸 어찌 참아냈는지 모르겠다. 손발은 얼고 손바닥이 다 터지고 엉덩이는 매 맞아 터져 있을 적이었다. 그러나 그 고생한 일 어찌 알리겠나. 까만 얼굴이지만 건강해 보이니 새 옷으로 단정하게 차려입고 나왔으니 안심하고 돌아갔으리라. 그날 식함에 담아온 찰밥과 국 그리고 산해진미로 굶은 배를 채웠 는지 곁에서 바라보던 부모님은 참으로 눈물겨웠을 것이다. 그 많은 밥을 먹고도 남아서 위 병보초를 서던 우리 전우에게도 나누어 먹었다.
뒷날 어머님께서 회고를 하셨다. 군대가면 빳다 맞는다고 하던데 혹 매 맞지는 않느냐고 물어도 안 맞는다고 대답하드라고 했다. 그냥 훈련받고 열심히 뛰고 밥 잘먹고 매 맞지 않 고 지낸다고 해서 그런 줄 알았다고. 그 시절 영내에 일어난 비리나 매 맞는 구타사건들은 다 보안사항이라고 교육을 받아서 절대 그런 말을 유포할 수가 없었다. 나의 첫 면회는 부 모님께서 가시면서 담배 몇 보루를 사달라고 말씀드려 그 담배로 인사를 한 졸병의 면회였 다.
그래도 한없이 기쁜 일이 바로 졸병시절 면회 오는 일이다. 그 면회시간도 지금 돌이켜보 니 3시간정도 끝이 났다. 졸병 할 일이 끝없이 기다리는데 한가하게 면회하고 노닥거릴 시 간을 안 주는 면회시간이다. 그 담배는 고참들, 선임하사, 당직사령 그 정도는 필히 인사를 해야하는 부대의 면회규칙이란 이면(裏面) 규칙을 모르는 대한민국 육군 졸병은 아무도 없 을 것이다.
그러나저러나 오라는 내 순이는 면회도 한번 안 와주고, 입대한 후 석 달만에 백 고무신 거꾸로 신을 줄 그때는 까마득히 몰랐었다. 그래도 한번은 와 줄 줄 알았건만.... 그토록 고 생길에 유일한 낙은 우리 순이 날 기다리고 있을 거라는 참으로 멍청한 상상을 하고 있었 다. 이 바보 두칠이는. 이런 년을 내가 내 사람될 거라고 애를 태우고 정을 바치고 했던 일 을 생각하면...... 아! 세상의 여자란 믿을 년 한 년도 없다. 이 참에 다음 편은 그 순이 이야 기로 바로 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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