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 손빨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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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래 이야기 하나 하고 가자. 주부가 가장 힘들어하는 일이 밥하는 일과 빨래하는 일일 것이다. 군대에서 밥은 취사병이 마치 회사 식당처럼 단체로 지어서 배급을 한다. 그리고 빨 래하는 일은 요즈음은 모두 세탁기란 게 보급되어 집집마다 사용하니 군대에도 보급되었으 리라 믿는다. 그러나 그 시절에는 가정에도 세탁기란 이름은 없었다. 그러니 우리 어머니께 서 하신 방법처럼 손빨래로 해결하였다. 주간에는 교육 훈련이고 야간에는 내무생활이니 빨래할 시간이 없었다. 그래서 교육훈련 이 없는 휴일이 바로 단체 빨래하는 날이다. 빨래터는 부대 근처 시냇가이다. 내무반의 공용 옷들은 졸병 빨래 몫이다. 그리고 분대장 빨래도 나누어서 해야한다. 고참과 내무반장은 내 무반에서 쉬었지 줄을 지어 빨래터에 따라가지 않았다.
내가 이등병 졸병 시절에 빨래한 그 날의 기억이 생생하여 그 하루를 여기에 기록해 보겠 다. 모인 빨래를 그래도 할 수 있는 날은 좋았다. 그 겨울이 가고 초봄이었다. 그래서 시냇 가의 물소리가 맑게 들리는 날이었다. 철로가 지나고 그 아래로 맑은 물이 잠뱅이까지 올라 오는 물 속에서 비누칠 한번하고 흐르는 물에 흔들면 그 땀내 찌던 때와 흙먼지 묻은 자국 은 지워졌다. 겨우 지고 들고 온 빨래를 나는 그 느린 몸짓으로 다 마치기도 전에 빨래 끝 5분전이라는 소리가 들렸다. 그런데 들고 온 빨래를 남겨 갖고 갈 수는 없는 일이다. 그래서 몽땅 물 속에 집어넣었다. 그리고는 비누칠 쓱쓱 대강 문지르고 물 속에 담구어 발로 밟았다. 그 맑은 물에 담군 기분 은 상쾌하였다. 우린 오던 모습으로 정렬하여 되돌아가야 했다. 군인은 행군간에 오와 열을 맞추고 발을 맞추고 질서와 통일을 기해야 한다. 빨래들을 말리고 있는 사람도 있었다. 방죽의 돌 위에 올려놓고 산들산들 봄바람을 마시 며 철교 지나가는 기차에 손을 흔들어 손 인사로 대화를 하는 일도 즐거운 일이었다. 나는 그 많은 빨래를 걷어 어깨에 메고 돌아올 수가 없었다. 물에 젖은 빨래는 무게가 두 배가 되어있었다. 끙끙거리며 그 짐을 어떻게 운반하였는지 기억은 없다. 다만 힘이 못 미쳐 당황 했던 기억만 아련히 떠오른다. 군대 빨래는 내가 제대하는 그날까지 내 손으로 손빨래로 마 쳤다. 내의와 양말은 수시로 빨아야 하는 것들이 아닌가?
여자들이시여! 군대 간 남자들도 그 3년 동안 수없이 자기 빨래는 제 손으로 다 해결했다 는 사실만은 기억해 다오! 지금은 마누라, 어머니 덕택에 미루고 게으름 피워 그렇지, 안 해 서 그렇지, 다 잘 하고 하며 살았다. 군대 생활한 대한의 남아라면 누구나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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