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집-쫄병수첩

쫄병수첩

두칠이

11. 줄빳다와 식기당번



	두칠이의 졸병수첩이 11번째이다. 그 동안 겨우 열 한편이면 앞으로 모두 쉰 편은 될 터 인데 사설들이 너무 길고 진부하다. 이제부터 좀 짧게 써 보자. 오늘의 이야기는 졸병시절 빳다 맞은 이야기와 취사장 식기당번 이야기이다. 먼저 내무생활의 줄빳다의 내력은 지난번에 간단히 했기에 빠진 이야기만 나열해보자. 매 없는 군대생활을 요즈음 누누이 강조하고 있다. 매 없는 학교 이야기처럼 매 없는 군대, 과 연 매 없는 학교야 가능하겠지만 매 없는 군대란 참으로 어려울 것이다. 만들 수야 있겠지 만 그런 나이에 그런 집단이 단체생활을 하자면 도덕과 규범과 법률만으로 과연 유지 통솔 이 될까하는 의문이 앞선다. 없으면 좋지마는 빳다와 기합은 군기와 사기를 위해서 필요악 같은 존재라고 생각한다. 무기를 소지하고 죽음을 담보로 전투를 위해 훈련하는 몸이 군인 이다. 전시에 5분 써먹기 위해, 그 시간을 위해 이토록 투자를 하는 것이 군인이다. 그래서 전시에 우리 보병들은 소모품과도 같은 존재이다. 그런 순간에 조국과 민족과 명령을 위해 초개와 같이 목숨을 버릴 수 있도록 정신무장과 훈련을 받는 것이다. 군인의 길 강론은 그만하고 왜 매를 맞아야하느냐에 단순한 나의 대답은 이렇다. 맞아야 규율이 선다. 그리고 상하가 구분되고 각각의 할 일이 불평 없이 나누어진다. 군대는 평등의 사회가 아니다. 그런데 잘못 이해하는 사회인들 인간은 군에서도 평등과 자유를 외친다. 평 등과 자유는 군에서는 없다. 존재하면 군이 아니다. '나 대신 네가 가서 죽어다오' 라는 명 령을 받으면 이유를 묻지 않는 게 군대이고 그게 군의 생리이다. 그런데 일각에서 평등하고 자유로운 군대를 기대하고 바라는 일부 못 깬 인사들이 있는가보다. 이런 일들을 부정하는 사람은 전쟁을 부정하고 평화의 논리를 알지 못하는 사람이다. 평화를 위해 전투력은 필요 하고 군대는 또 필요한 것이다. 각설하고 이런 길로 빠지면 또 이야기가 길어지니 줄이고. 난 군대 생활에 많이 맞고 많 이 팼다. 군대 용어로 때리다가 아니고 팬다라고 한다. 그리고 사디즘이 있는 걸까? 맞을 일 을 한 후엔 맞고 나야 기분이 아련하고 좋았다. 패면 맞고, 까라면 까야하는 게 군인의 길이 요 군바리의 생태이다. 그런고로 내무반 줄빳다는 주기적으로 실시하여 군기를 세우고 상하 를 구별하고 예와 맛을 키우는 일이다. 그런 줄빳다를 맞고 다음날 아침에 퍼세식 화장실에서 엉덩이 까고 앉아서 찢어진 살 소 독하던 일이 생각난다. 나도 너도 우리 고참들 졸병 때도 그들은 아침이면 화장실에 피어오 르는 암모니아 냄새에 소독을 했고 고참들은 다음날 화장실에 가서 소독하고 오라고 알려주 었다. 간밤에 몽둥이로 찜질시킨 놈이 아침에는 약을 주곤 했다. 그래서 전우애가 살아있었 다. 때리고 맞았기에 더욱 끈끈한 정이 살아있었다. 두 번째 이야기는 식기 당번 이야기이다. 내무생활 수많은 일들 거의가 졸병이 하지만 소 대에서 가장 졸병 3명에서 5명 정도가 아주 확실히 잘 수행해야 하는 일이 바로 소대원 밥 을 제대로 챙겨 먹이는 일이다. 조식, 중식, 석식, 하루에 3번을 빠짐없이 제 시간에 수행해 야 하는 일이다. 소대원의 식기와 수저를 보관 관리하며 소대원 전체의 식수 인원대로 식당 에서 배식 받아 식탁에 진열하고 식탁을 고참과 졸병으로 구분하고 식사 후 식기를 챙겨 짠 밥은 버리고 세척을 하여 보관하는 일이다. 고참들 국에는 특별히 준비한 조미료(미원)를 쳐 주는 일이며, 이를 소홀히 하면 또 저녁에 줄빳다가 기다리고 있었다. 노천 식수대에서 스펀지 조각에 빨래비누 한 조각으로 거품을 내어 찬물에 씻어서 짠밥 냄새를 없애야만 했었다. 식기 세제를 왜 안 쓰고 빨래비누냐고 물을지도 모르지만 식기 세 제라는 게 우리 생활에 출생하기 전의 이야기이고, 세수비누로 세척을 하면 식기에 화장품 냄새가 나서 밥을 먹을 수가 없다. 그래서 무조건 이 빨래비누다. 빨래비누의 세척력은 탁월 하다. 그리고 수질 오염도 덜하다. 나는 제대 후 가끔씩 빨래비누로 머리를 감았던 기억도 있다. 어느 날 우리 졸병 식기당번은 신나는 식사시간에 멋지게 배추 국을 배식 받아 식탁에 진 열해 놓았다. 모두들 가을 배추의 그 풋풋한 맛과 된장이 아우러진 진 맛에 취해 있었다. 그 런 중에 어느 고참 국그릇에서 왕건이 한 덩이를 건져 올렸다. 아! 그런데 그 왕건이 때문 에 그만 식당은 아수라장이 되고 말았다. 까만 어미 쥐 한 마리가 통 채로 건져 올려진 것 이다. 털이 까맣고 윤기가 잘잘 흐르는 쥐고기, 먹어 본 적이 없는 사람은 그냥 그런가하고 듣기 바란다. 그는 스푼에다 집어들고 취사장으로 걸어갔고 밥을 먹던 우리들은 그 동안 시원하게 끊인 배춧국 맛이 바로 저 쥐고기 맛이란 걸 알고는 그만 다들 숟가락을 놓고 말았다. 모르고 먹 을 땐 그렇게 맛있다고 먹은 걸, 알고는 먹지 못하고, 먹은 것조차 속이 역겨워 구토까지 올 리는 사람도 있었다. 그런 일로 고참들은 우릴 괜히 트집을 잡았지만 식기 당번 우리들은 밥 굶은 고참들을 고소해 하며 남은 짠밥을 맛있게 먹었다. 고참은 굶어도 살지만 졸병은 한끼를 굶으면 바로 후송을 가야한다. 그토록 졸병의 몸은 부대를 위해서 중요한 사명을 같고 있었다. 그래야 난로용 탄도 타 오고, 보초도 서고, 청소 도, 빨래도, 기합도, 빳다도 맞을 게 아닌가. 그 쥐로 끊인 국 때문에 당직 사령한테 직사게 터진 취사병이 있긴 하지만 나는 까만 토종 쥐국을 먹어본 기회도 갖게 되었다. 식기를 도둑 맞고 또 도둑질로 채우던 이야기를 다 할 수 없어 아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