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 구름 머무는 두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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훈련소에 입대를 하면 보통 기본 훈련으로 6주간 받는다. 그리고 병과별로 특과 교육을 4 주간 정도 더 받는다. 병과란 쉽게 보병, 포병, 통신병, 운전병 취사병, 의무병 등등 수도 없 이 많다. 그런 병과에서 난 100(요건 백이 아니고 일빵빵이라고 부름) 보병으로 걸렸다. 보 병 이름처럼 걸을 보자 보병이다. 먹고 나면 걷고, 자고 나면 걷는 보병이다. 싸고 나도 걷 는다, 보병은. 그리고 이 보병의 수가 제일 많다. 전투의 하이라이트는 보병전투라고 한다. 무슨 전투가 하이라이트가 어디 있냐마는 전쟁영화에 적지를 마지막으로 공격 점령하는 놈이 바로 보병 이 아니더냐. 그 보병훈련을 한 훈련소에서 그냥 눌려 앉아서 4주간을 더 받았으니 훈련소 신병교육을 10주간이나 받았었다. 정말로 지루하고 지긋지긋하였다.
지금은 창원공단이 지어져 그 옛날 훈련교장들이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렸다. 그 여러 교 장(교육장의 준말)중에 잊지 못할 교장이 있었으니 바로 두대리 각개전투 교장이었다. 그럼 교장에는 어떤 교장이 있는데 하고 물으면 기지거리 사격교장, 수류탄 투척교장, 화생방교 장, 유격교장 등등 어찌 여기서 다 기억을 하리요. 이런 교육 중에서 또 가장 눈물나는 교육이 각개전투 교육이다. 유격교육이 제일 힘이 들 긴 해도 기간이 짧고 한 코스를 다 돌면 끝이 나지만 이 각개전투는 숙달 숙달, 연습 연습 으로 이어지는 참으로 험하고 힘든 일이었다. 교관 말에 의하면 총알이 날아오는 전장에서 자기를 지킬 수 있는 훈련이 각개전투라고 꼬셨다. 각 개인의 전투 줄인 말이 '각개전투'이 다.
다 각설하고 어느 날 야간 각개전투 훈련을 받았다. 우리가 각개전투 훈련을 받는 곳은 창원시 두대리라는 작은 마을 뒤 야산이었다. 때는 삼월초순의 날씨였다. 삼월이면 봄날이라 고 착각하시는 분도 계시리라. 그럼 그대는 내년 3월 초순경에 밤중에 산 아래에 혼자 가서 추운지 따뜻한지 경험을 한번 해 보시라. 이게 말이 早春이나 밤바람이 봄바람과 어울려 불 어대는데 그 고추 추위는 실로 견디기 어려운 일이었다. 차량으로 배달된 밥과 국 한 그릇 으로 먹어도 배는 반도 안 차는 식사를 마치고 야간훈련을 받았다. 얼굴에 온통 숯검정으로 칠을 하고 산 위까지 포복으로 오르내리기를 수 차례 한 후에 밤이 깊어 11시경이 지나서야 부대로 돌아올 수가 있었다. 돌아오는 길에 작은 개울이 흘렀다. 다리가 놓이고 이름은 두대교이었다. 우린 당연히 그 다리를 건너서 돌아와야 하는데 인솔 내무반장의 무슨 놀부 심뽀가 동했는지 다리 아래 물 을 건너게 하였다. 아니라도 밤바람이 차고 찬 기운을 이기고자 군가를 열심히 불었는데 군 가 소리가 작다는 게 개울물을 통과하는 이유였다. 물은 엷게 얼음이 얼 정도로 차가웠다. 중대원 전체가 오리걸음으로 물을 건너라는 지시였다. 참으로 황당하기는 하나 어쩔 것인가 이게 군대이고, 이게 명령이고, 이게 군기이라는데. 하루종일 찬바람에 기고, 뛰고, 소리지르고, 지랄 염병을 치렀는데 이제 곤한 몸 좀 쉴 수 있는 내무반으로 돌아가는 길에 얼음물에 집어넣은 셈이 된 것이다. 이동간에 지휘통솔은 내무반장 중에 한 사람이 중대 병력을 인솔한다. 훈련소 입소 단위가 중대원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우린 모두 보병교육을 받으며 교육 후 같이 퇴소할 사람들이다. 공군사관생도를 메추리라고 부르던가? 우린 앞으로 땅을 기며 뛰어갈 호랑이나 사자가 될 터이니 지금은 땅강아지라고 부를까. 허나 우린 그 살짝 언 물을 통일화 신발과 작업복 다 적시며 건너야 할 판이다. 다리 위에서 내무반장은 호통을 치고 우리가 울부짖었던 그놈의 군가는 서럽고 눈물나는 눈물병 마개용이었던 것 같다. 이럴 때는 그냥 악을 지르며 군가를 부르며 건너야 할뿐이다. 물은 깊지가 않았다. 까만 밤에 별들만이 총총히 내려다보았을 것이다. 허벅지까지는 적시 지 않았으나 이제 추워서 걸어가긴 걸렀다. 젖은 몸은 구보를 하는 게 제격이다. 추위를 이 기려고 군가는 더욱 힘차게 나왔다. 군가 소리도 힘이 있어야 하고 신이 나야 하는데 진종 일 기운을 다 솟았는데 노래 부를 힘이 나왔겠는가. 나는 열심히 불러댔다. 노래도 좋아하고 목소리도 크니 내 전우 세 사람 몫은 한다고 본다. 그런데 참으로 이 소리마저 모기소리 내 는 전우도 있다. 천성이 그렇기도 하겠지만 같이 섞여 나오는 소리이니 내 소리가 구별되지 않으니 소리 지르기 싫어 그냥 입만 뻥끗 하는 요즈음의 립 싱어를 그 놈들은 그 시절부터 흉내를 내었다. 잘 났어 이놈들아! 내 혼자 목이 다 터져 버렸네... 그래도 아끼면 똥되고 똥 되면 버려야 얻는 것이여... 개울물 통과 후 우리들은 악에 바쳐 눈물을 삼키며 내무반으로 귀가를 했다. 그래도 집이 있어 좋았다. 밤새 바람 숭숭 들어오는 막사이지만. 내 쉴 곳은 이곳이니 그래도 지친 육신 몸 눕힐 수 있는 곳이니. 젖은 신발 뻬치카 난로 옆에 기대놓고 젖은 작업복 그냥 적당히 널어놓고 잠이 든다. 잠만이 행복이요. 잠만이 기쁨이요. 잠만이 희망이다. 그런데 그 고된 힘든 생활에서도 감기 한번 안 걸리고 잠자다 꿈 한번 못 꿈 신병교육 10주간이었다.
꿈은 미사어구로 꿈은 프로이드가... 개똥같은 말을 했지! 꿈은 有意味하고, 꿈은 원망충족 이고, 꿈은 욕구불만의 해소라고 했나? 뭐라고 했나? 개나발이여... 꿈은 지랄이여.... 좃도 잠 이 모자라고 힘이 들고 군기가 들면 꿈도 없어여... 할 일없고 쓸 때 없는 놈들이 자다말고 꿈이나 꾸지. 다 개꿈이여 꿈은.... 두대교장에서 돌아올 때 부른 미워도 한세상이나 불러보 자. 오늘은. 미워도 6주간, 좋아도 4주간, 마음을 달래며 웃으며 살리라. 바람 따라 구름 따 라 흘러온 사나이는 구름 머무는 두대리에서 오손도손 살리라.......
그 두대교와 두대리는 지금 창원공단의 교통요지가 되어 비포장 도로는 6차선 도로와 대 교로 변했고 그 아래 흐르던 맑은 물은 창원시민이 싸 놓은 똥물이 되어 흐른다. 그리고 그 한 많고 눈물 맺힌 두대리는 어쭈구리 창원전문대학이 명당이라고 자리를 잡았고 돌격 앞으 로를 외치고 짠밥차에서 식은 쓰레기 국 한 그릇 마시던 자리는 아파트가 들어와서 모른척 하고 누워 자고 있다. 세상 참... 내가 아직도 창원시민으로 살고 있다 이 말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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