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어린시절의 수채화.....[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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촌스러운 바지에 낡은 운동화를 신고 다니는 사내아이가 있었다. 쉬는
시간이면 창가에 앉아 먼 풍경을 멍한 시선으로 바라보곤 한다.
그 사내아이의 눈빛에는 초등학교 5학년이 가지는 천진함이나 어떤
미래에 관한 꿈 같은 것은 전혀 찾아볼 수 없을 만큼 지쳐 있었다.
또래의 사내아이들처럼 운동장에 나가 축구나 야구를 하지도 않았다.
등교를 하면 자신의 자리에 앉아 화장실에 갈 때를 제외하고는 일어나지
않았고 엎드려 있었다...
점심시간이 되면 늘 같은 반찬만을 가지고 왔어며, 그 아이의 가방은
항상 김치 국물에 반쯤 젖어 시쿰한 냄새가 났다.
그래서 학급친구들은 그 아이의 곁을 지날때마다 구겨진 인상으로 코를
잡고 지나가야만 했었다. 친구들은 그 아이를 김치 통이라고 놀렸지만 어떤
변명도 어떤 변화도 그 아이에게는 찾아 볼 수 없었다.
어느 날 선생님은 반 전체 짝을 바꾸어 주셨다.
그 아이는 내 짝이 되었고, 난 너무 창피하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책상가운데에 줄을 끄어 조금이라도 넘어오면 사정없이 몰아세웠다.
"왜 넘어와, 더럽게..."
하지만 그 아이는 말이 없었다. 아무런 대답도 없이 책상 위에 엎드려
그 특유의 멍한 시선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난 이상하게 그 시선이 나의 뇌리를 비집고 들어오는게 싫었고, 그
아이의 그런 모습에 알 수 없는 분노를 느꼈다.
그 분노는 어느순간 행동으로 옮겨졌다...
그날은 받아쓰기 시험이 있는 날 이였다.
책상가운데 가방을 올려놓고 서로 볼 수 없게 한 다음 시험을 쳤다.
그때 그 아이가 실수로 연필을 떨어트렸는데 그 연필은 내 오른쪽
발아래에 떨어졌고 난 그연필을 발로 밟았다. 그 사실도 모른체
그 아이는 연필을 줍기 위해 내 쪽으로 고개를 내밀었다. 난 소리쳤다.
"선생님, 동욱이가 제 시험지 봐요..."
조용한 가운데 시험을 보던 친구들과 선생님의 시선이 모두 나와 동욱이
에게로 모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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