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어느 겨울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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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또 다시 찬 겨울바다를 거닐고 있다.
그의 발걸음은 마치 나침반이 지정해 둔 좌표 마냥 또 다시 이곳으로
향했다.
변화된 자신의 모습을 갈망하지만 바다 속 깊이 잠겨있는 모습은 전혀
변화 되어 있지 않다. 아니 더 추한 모습으로 일그러져 있을 뿐이다.
코트 주머니에서 담배를 꺼내어 한가치 입에 물고 라이터로 불을
붙인다. 그리고 죽음보다 더 짙게 들이마신다. 가슴에서부터 품어져
나오는 뿌연 연기는 많은 여운을 남긴 채 사라지지만 타들어 가는 재는
회색 빛으로 발아래 떨어진다.
그는 차가운 모래 위에 쓰러지듯 아무렇게 앉았다...
짙은 담배연기 마냥 품어져 나오는 입김사이로 어스름한 달빛이 비친다.
차갑게 부서진 파도의 움직임은 남겨진 삶의 흔적마저 삼켜버리듯
태초의 모습으로 사라 저 가고, 모래 위에 남아있는 숱한 발자국들의
행렬을 바라보며 삶의 무게를 느끼는 까닭은, 단순한 허상의 존재로
공유되는 게 아니기 때문일 것이다.
숨가쁘게 달려온 시간의 트랙을 한 선상에 놓았을 때 과연 자신 있게
내세울 수 있는 한 부분이 존재할까? 막연함의 아쉬움만이 차가운
등줄기를 타고 흘러내린다...
연인들이 쏘아되는 폭죽은 어둠의 화폭에 현란한 그림을 그리곤
한순간에 작은 불꽃 비되어 수면위로 떨어진다.
마치 하루살이 生 마냥 그렇게 사라진다.
그들이 내뱉는 의미 없는 웃음은 앙상함으로 울려나고, 색채감 마저
사라진 시선으로 그는 그들을 바라본다.
얼마 전까지 자신도 그들과 같은 한 부류에 속했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다. 그는 웃음의 의미를 상실했다.
그는 자신의 삶에 충실했다. 그리고 남이 가지고있지 않은 머리회전을
가지고 있었다.
그는 야망이 컸다. 아니 어떻게 보면 비굴하리 만큼 권력을 원했고,
그 권력을 얻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았다.
그래서 그는 어느 누구보다 많은 노력과 욕망으로 자신을 태워 나갔다.
하지만 자신에게 돌아온 것은 비굴함에 찌들 린 삶과 타들어간 회색 빛
재만이 그를 지탱하고 있었다.
항상 그랬다. 그는 자신만의 삶에 충실했을 뿐 어떤 비전을 두지는 않았다.
삶이란 출세나 욕망 그리고 권력이 전부가 될 수는 없다.
아마 누구나 가지는 공통된 생각일 것이다.
그렇지만, 어느 누구도 장담을 할 수는 없을 것이다. 특히 보이지 않는
욕망의 유혹을 그냥 지나쳐 버릴 사람은 이 세상에 과연 몇 명이나
존재할 수 있을까?...
또 다시 아무런 해답도 얻지 못한 채 그는 일어났다.
그리고 엉덩이에 뭍은 모래를 틀며 무거운 몸짓으로 낡은 포장마차를
향해 걸어간다.
그리고 다짐한다.
두 번 다시는 이 차가운 바다에 오지 안을 것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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