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퇴색된 계절의 약속.....(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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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색된 갈색 계절이 어김없는 약속시간에 맞추어 다가온다.
그는 그녀를 기다리며 지하철역 구석에 잘 정돈된 의자 위에 앉아
주위의 풍경을 둘러본다.
맞은편 계단으로 물 잘빠진 청바지를 입고 붉게 상기된 얼굴의 학생이
황급히 계단을 달려내려 온다.
무슨 급한 일이 있을까?
아마도 여자친구와의 약속 시간에 늦었을 꺼야...
그의 시선은 다시 계단 위를 향했다.
이번엔 잘 다려진 제복차림의 사관생들이 무리를 지어 내려온다.
저들은 또 어디로 갈까?
아마도 휴일이라 외출을 나와 예쁜 여대생들과 미팅을 하기로
했을꺼야...피식...좋겠다.
음.
이번엔 또 누가 내려올까...
초등학생쯤으로 보이는 토끼머리의 여자애가 내려오네
마치 나비의 팔랑거림처럼...
우리 곱디고운 나비님은 어디로 날아가시려나?
후 후 후 ...
나비님의 뒤를 이어 흰머리가 아름다운 노부부가 내려온다.
등뒤에는 조금은 무거워 보이는 가방을 메고
할아버지가 다정한 손놀림으로 할머니에 대한 애정과 편안함을
다듬어 준다.
두분은 등산을 가실 꺼야!
틀림없을 꺼야...
그의 입가에 부러움의 미소가 슬며시 삐져나온다.
시계를 내려본다.
약속시간을 훨씬 넘어버린 시계바늘이 쌩긋 웃어보이지만
기다림의 시간이 지루함을 느낄 여유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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