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움? 그리고 실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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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형.
설악 을 물들인 만산홍엽(滿山紅葉)은 점차 남으로
남으로 확산 되어가고, 풍문에 들었나 그렇지 않으면
평소 우리가 귀거래사를 얘기할적 남녁 어디엔가
있을것 같은 형 에 대한 막연함 을
실종된 그리움의 이름 빌어 몇자 적어 본답니다.
"아우 야, 형 부도 났다"
"아니 무슨 말이에요?"
"잘 살아라"
형 과의 마지막 대화가 8년전 위와 같이 이루어 지고
형은 그렇게 떠나 갔네요
처음 한두 해, 형을 아는 우리 주위들은
많은 안타까움을 나타내기도 한 반면에 세상사
그러하듯 구구한 억측과 극도의 불신이 어우러져
양극의 평가가 있었답니다.
그러는 가운데 해 바꾸어짐에 따라 점차 희미해져
가는 기억속의 사람이 되어가고
형을 구심점으로 하는 나와의 인연들도 점차
멀어져 갔답니다.
P형.
형은 나와 10살차이고 술 자리에서 형의 친구들과
나이를 얘기 할라치면 해방동이와 호적 기재의
부실을 들어 44년과 45년을 애매 하게 하셨죠.
형 의 유려하고 당당한 언변은 항시 어느장소,
자리에서도 좌중을 압도 하였고 해박함은, 그러면서도
때론 궤변과 관록으로 아우들을 황당하게도 하셨지요
늦동이를 보고나서 그렇듯 기뻐하시고
항시 두주불사 하시며 호탕함과 포옹력으로
만사 아무런 근심없는 모습이었답니다.
형의 재기를 나름대로 기다려 왔고
어느날 갑자기 나타나 "용가야, 나 왔다"
하실것 같은 기대속에 몇년을 기다려왔었죠.
허나 이제는 형의 모습도 가물가물 하고
아이들의 이름도 잊었답니다 말그대로 헤어지면
그 뿐 이더군요.
아마 형의 큰 딸이 나의 아들과 동갑이고
둘째는 막내 리나와 같고, 형의 막내는 고 1학년
쯤 되었겠네요.
하긴 저의 자식도 헤어지고나니 점차 기억속에서
희미해져가긴 합니다만
사노라니 온갖 경우 닥쳐오고 그리워하는 대상에
대하여도 그리움이라는 것이 실종되어진답니다.
저마다의 삶이 그렇구 그렇다고 하면
나 답지 않나요.
식성도 변하고,가장의 위치도 변하고
모습 또한 초로의 모습 완연하여 은연중 완고함을
띄워 간답니다,
형의 모습은 어떠한가요?
나의 기억에는 지금이 나의 모습이 형의 모습
아닐까 생각되는데,연령으로 비교 한다면
근사치는 되네요.
저역시 IMF의 높은 파고 속에서 요 몇년은
허덕 대고 있답니다, 우리가 알았던 주위에서
가장 왕성하게 활동 하는 분은 허 화백 같구요.
점ㄹ고 패기에 찬던 나의 모습은 아예 찿아볼수
없답니다.
아직은 삶에대해 허무를 느낄 나이는 아닌데
평소 책을 좋아하던 버릇 남아
사이버 문학 코너를 들락 거린답니다.
맑은 햇살 한자락이라는.
평생 일기 조차 변변치 않았다 보니
이제라도 나의 삶에 대한 자취라도 남겨볼까하는
치기서일지는 몰라도요.
가을 이벤트로
그리움이라는 주제하 에
받을수도, 닿을수도 없는 이 에게
한장의 편지를 띄워 보자는 취지에서 공시가
형에 대한 잊었던 그리움 솟구치더군요.
아둑바둑 허우적대며 살아옴도
예 성현의 말씀대로 일장춘몽(日長春夢) 아닌런지.
새삼 저 용가도
인생에 대해 옛 어른 말씀 되새겨보는
나이 되었네요
어디에 계시든 건강에 유의하시고
가족의 미래는 어찌되었든 형 의 안위에
일희일비 한다는점 유념해주셔요.
마음속의 이야기야 헤아릴수 없으나
언젠가는 재회 하여 밤새워 통음(通飮)하며
그간의 희로애락 얘기할 날 있으리라 믿습니다.
2000년 만추(晩秋)에
형과의 추억 떠올리며 몇자 적습니다.
용철식 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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