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과 차(茶)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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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지리하게 내리고 있는 창 밖을 멍청이 내다 보고 있었다.
하느작 거리는 나무가지에서 하나 둘 빗 속으로 떨어지는것이 있었다.
그것은 낙엽이 었다.
어느새 가을이 내 창밖에 까지 와서 서성 거리고 있었다.
가을의 낌새도 있기전에 해마다 서둘러 가을 마중을 나가곤 했는데, 금년에는 어쩌다 때를 놓치고 말았다.
내가 가을 맞이를 하는곳은 Mt.Baker(10773 ft) 뒷쪽에 있는, 그러니까 카나다 쪽 으로 우뚝 서있는 Mt.Suksan(9773 ft)이다.
창밖에서 손짓하며 떨어지는 낙엽을 보고서야, 씼은듯이 맑게 개인 엇그제 서둘러 집을 나섰다.
그러니까 금년에는 가을 맞이가 아니라 가을 배웅을 나선 셈이 었다.
그곳은 내가 살고 있는 에버렛에서 북쪽으로 100 마일 정도는 실히 되는 거리이다.
I-5에서 20번 도로로 들어서 9번 도로를 딸아 가다가 542번 도로 동쪽으로 접어들어 오르락 내리락 꾸부렁길을 조심스레 한참동안 드라이브 하면 마운트 배이커 국립공원내 헤더스 메도우로(Heathers Meadows)에 들어 선다.
산정에 조그만 연못이 있다.
그곳은 해마다 가을이 제일 먼져 찾아와 울굿 불굿 찬연(燦然)한 색깔의 축제를 벌리던 곳인데 벌써 눈이 힛끗 힛끗 쌓였고 단풍은 칙칙하게 바래 버렸다. 가을은 이미 떠나 버린것이다.
Parking 장으로 부터 눈덮힌 Trail을 따라 두어 시간 오르면 마운트 배이커의 웅장한 설봉과 마운트 석산의 시퍼런 설빙(雪氷)이 마주 보고 있는 곳에 이른다.
그리고 크고 작은 설봉(雪峰)들이 눈 높이로 평풍처럼 빽 둘러처 있다.
눈녹은 물들이 쉬어가는 동그라미 작은 호수들, 그 주위에 딩구는 낙엽 들, 가을이 떠난 자리는 썰렁 하기만 하다.
집에서 끓여 보온병에 담아온 국화차를 찻잔에 딸았다.
한모금 한모금 마시면서 동그라미 산정호수를 굽어보고 있다가 나는 문뜩 이런 생각을 한것이다.
낙엽이 쌓이고 쌓인 산등성, 그 밑으로 스며내려 고인 눈녹은 물들이 모인 연못, 바로 저 물이 낙엽으로 우려낸 찻물이 아니 겠는가?
그렇다 그것은 분명히 가을의 감로수(甘露水) 임에 틀림이 없다.
산에 오를때마다 물통을 준비해 산(山)물을 받아다 차를 다리곤 한다.
찻물 로서는 바위틈에서 솟아나는 석간수(石間水)와 젖샘(乳泉)에서 나오는 물을 으뜸으로 치고, 그다음이 강물 그리고 우물 물이다.
연못에서 잠깐 쉰 물이 돌사이를 휘돌아 흐르는 곳에서 물통 두개에 감로수를 가득 채웠다.
그물로 씀바귀 차를 끓여 마시면서 가을 마중을 나가지 못한 내 개으름을 꾸짖어보고 재촉해 떠나 버린 가을의 냉정함을 씁쓸한 찻잔에서 느껴 보려고 한다.
내 배웅도 아랑곳 없이 훌쩍 떠나버린 가을....
내년에는 꼭 서둘러 마중을 나가 리라.
* * * *
"차 한잔의 대화"에서 흘러 나오는 감미로운 음악을 들으면서 차나 한잔 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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