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집불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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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집통이 "
나는 고집불통(固執不通)이란 말을 자주 듣는다. 신념과 주관이 뚜렸하여 부리는 고집에는 별 이의가 없으나 "불통(不通)"이라는 말은 달갑지 않다. 변통 함이 없다는것은 무더운 여름날 창문 없는 방안에 앉아 있는것과 다름 없기 때문이다. 사통오달(四通五達)하고 호연지기(浩然之氣)한 삶을 살아 보려고 노력 하는터에 "불통"이란 말은 정말 가당찮다. 얼마전에 또 그 소리를 들었다. "역시 고집불통 이야! 미국에 까지 와서 불교 믿으면 그건 보통 고집불통이 아니야! " 이 소리는 불교를 믿으면 지옥에 가니 예수님을 믿고 천당에 같이 가자는 내 친구가 그의 끈덕진 설득이 실패할 때마다 노상 하는 말이다.
내 사후에 지옥행 까지 걱정해 주는 그 우정이야 말로 정말 훌륭한 불성(佛性)이 라고 생각 한다. "미국 까지 와서......" 그도 그럴것이 기독교의 왕국인 미국에 살면서 부처님을 닮아 가겠다는 내 나름데로의 고집(固執)은 한 마디로 외롭고 쓸쓸한 "고집(苦執)" 같은 것이다. 근면한 우리 한국사람들은 미국에 이민와서도 발을 잘 붙이고 살아 간다. 좋은 집에 좋은 차 타며 비교적 물질의 풍요를 즐기며 산다. 반면에 마음은 제대로 붙이지 못하고 사는것 같다. 마음을 붙인다는것은 신앙생활을 통하여 마음 편하게 산다는 뜻이다. 미국에 이민을 오면 우선 생활정보며 외로움을 달랠곳으로 안내 되어 가는 곳이 교회 인것이다. 그곳에서 그들은 우리 불교에서 말하는 동사섭(同事攝)이라고 할까 하는 이웃과 어울리기(물론 목적 의식이 있는 것이기는 하지만)에는 둘째 가라면 서러울 정도로 잘한다.
육이오 동란후 기독교 선교사들이 구호물자, 우유가루와 강냉이 가루로 주린 배를 체워주면서 예수님 전도를 했듯이 그들은 불교의 무주상보시(無住相布施)와는 거리가 먼 유주상보시(有住相布施)에는 도통했기 때문에 초기 이민자들의 현실적 필요성을 갈파해 가려운데를 잘 긁어 준다. 내 생활권에서 만날수 있는 사람들도 거개가 기독교 인이들이다. 그런데 놀라운것은 상당수의 그들이 불연(佛緣)의 줄에 꿰어 있다는 사실이다. 이민 오기전에는 불교 신도였던 사람들이 현질적 여건에 따른 이런저런 도움 때문이라고나 할까, 미국에 와서 자기도 모르게 기독교인이 되어버린다. 이들 망실불자(忘失佛子)들은 교회에 다니며 제딴에는 신앙생활을 하고 있다고 하나 마음을 붙이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들은 내심 부처님에 대한 내 고집통이 를 부러워 한다는 사실까지도 은연중에 발견 한다.
"이 사람아 부처님의 가르침을 깨달으면 고집불통이 아니라, 고집능통(固執能通)이야! 부처님의 가르침 에는 가히 삶 뿐만이 아니라 죽음까지도 그실상을 뚜렸하게 알수있어. 천당이다 지옥이다 하는것 원래 없는것인데 내게 천당 같이 가자고 꼬드기지 말고 지옥 간다고 협박 하지 말게......그리고 자네 마음속에는 부처님이 계셔, 그 부처님을 한번 찾아 뵙게." 나를 고집불통이라고 부르는 불성(佛性)이 충만한 기독교인인 내 친구에 대한 나의 당당한 답변이다.
요즈음 고집통이는 또 다른 고집스런 일을 하고 있다. 붓글씨 다. 아! 이 향기(香氣)! 20여년이 넘도록 뻐터와 치즈 냄새에 찌들은 내 취각을 진동하는 묵향(墨香)! 나는 붓을 들어 천수경을 사경 하면서 미국에와서 망실불자가된 많은 동포들이 부처님의 대자대비의 품안으로 다시 돌아올날이 닥아 오고 있음을 느낀다. 그리고 나는 부처님의 품에 영원한 "고집통이"로 남아 있을 것이다.
有想
미국 씨애틀 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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