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님과 차(茶)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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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문으로 쏟아져 들어오는 달빛에 눈이 부셔서 잠이 깨었읍니다.휘영청 밝은 달이 중천에 떠서 세상을 월광욕(月光浴)이라도 시킬만큼 철철 넘처 흐르는 가을밤, 지금 시각은 자정(子正) 입니다. 리빙 룸의 커튼을 활짝 열고 달빛을 한껏 껴안아 봅니다. 그리고 창문앞에 달님을 향해 정좌(正坐) 했읍니다.
사랑하는 여인의 눈동자를 들여다 보듯이 달님과 눈 맞춤을 합니다.오늘밤, 둥근 달의 영상을 내 심상(心象)에 둥글게 둥글게 아로새겨 두려고 합니다.
그래서 칠흑 같이 어두운 밤이면 달을 다시 꺼내어 마음을 밝히려고 합니다.
수정(水晶) 열두알이 담긴 식힘그릇의 물을 다관(茶罐)에 정성스레 붓습니다. 잠을 잃은 밤에 마실수 있는 차 로서는, 각성 효과 보다는 안정효과가 있는 중머리 국화차 가 좋읍니다.꽃망울이 작은 야생 들국화꽃을 말린 중머리 국화차는 다관에서 우려 지면서 말라붙어 있었던 향기를 은은하게 풀어 냅니다. 달빛속으로 번져오는 국화 향기......
옛 선인들 께서는 이렇게 읊었 읍니다.
다향만좌소창허(茶香滿座小窓虛),
차 향기 방에 꽉 차니 마음 비워지고
세심다 자작(洗心茶 自酌).....
홀로 차 마시며 마음 씻고 있네
다도(茶道)가 높으신 서거정 께서는 그의 시(詩) 에서 차의 향기를 하늘의 향기에 비유하고, 문청향(聞天香)이라 하여 하늘의 향기를 듣는다고 표현 하셨읍니다. 다산 정약용 께서는 차의 향기를 만져 본다고 하셨읍니다.
차의 향기를 듣고 만져 볼수 있었던, 그러니까 온몸으로 차의 향기를 느낄수 있었던 선조 다인(茶人)들께서는 차 한잔을 마시며 마음을 비우고 마음을 씻을수 있었던 높은 경지에 계셨읍니다.
다관에서 모락 모락 피어 오르는 국화 향기와 함께 달빛이 온몸으로 스며 들고 있읍니다.두손으로 공손이 찻잔을 들었 읍니다.잔을 들여다 보는 순간 나는 멈칫 했읍니다.차잔속 에서 요란 스럽게 엉크러지고 있는 달빛....,
그것을 고정 시켜 보려고 숨을 멈추어 보기도 했지만 요동은 여전 합니다. 차잔을 차상(茶床)위에 내려 놓았 읍니다.
그러자 금방 조그만 청자(靑磁) 차잔에 10전 짜리 동전 만한 달의 반영(反影)이 나타 났읍니다.하늘에 떠있는 쟁반만한 달님과 차잔속에 비춰있는 동전만한 달님을 번갈아 보는데 이런 소리가들려 옵니다.
"그릇이 튼튼해야 물을 담을수 있고 물이 고요해야 그곳에 달이 비친다."
그렇습니다. 흔들리는 마음, 떨리는 손으로 잡은 차잔에서 나는 달을 볼수가 없는 것 입니다.그것은 마치 탐욕과 성냄과 어리석음으로 흔들리고 있는 내가 들고 있는 차잔에는 지혜의 달이 비출수 없다는 뜻일 것입니다.
집착을 버려라. 분별시비(分別是非)를 여의 어라. 움켜 쥐지만 말고 펴 보여라. 바로 그것이 삶의 지혜 이다. 이렇게 다짐해 봅니다.
어느새 기울은 달은 나무가지에 걸려 있읍니다.벌써 새벽 2시. 고요한 차잔 속에 비춰있는 달을 엉크러 트릴만한 만용(蠻勇)이 내게는 없읍니다.달을 차잔에 담아 놓은체 달빛에 흠뻑 젖은체로 잠자리로 돌아 왔읍니다.그리고 생각해 봅니다. "나는 언제쯤이나 차잔에 달을 흔들지 않을 말큼 적정(寂정)에 들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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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벽 2시에 달빛 밑에서 -有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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