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지 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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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 UW(University of Washington)에 유학차 젊은 학승 한분이 씨애틀에 오셨다. 벽안의 나라에 한국불교를 널리 포교할 큰 뜻을 품고 대학원 과정에서 비교종교학을 연구 하겠다고 했다.
모처럼 미국땅에서 만난 학승과 법열(法悅)의 대화 속에서 시간은 무척 빨리 갔다. 저녁때가 되어서 식사차 한국인이 경영하는 한국식당에 들렸다.
미국에서는 삭발염의를 입은 승려가 식당에 나타나는 일이 흔치 안아서 그런지 일제히 날아와 꽂히는 시선을 따끔히 느끼면서 자리에 앉았다.
웨이츠레스 한분이 오시더니 음식주문을 받는다. 메뉴를 쭉훌터 내려 가다가 마침 비지찌개가 눈길을 끌어 스님과 우리 일행은 그걸 주문 하기로 했다.
웨이츠레스는 "그런데.... 비지찌개에는 돼지고기가 들어 가는데요....?" 짐짓 스님의 얼굴을 살피며 묻는다.
말 눈치가 빠른 나는 " 예... 스님 비지찌개에는 돼지고기를 빼시고...."
껄껄 한바탕 웃음이 물거픔처럼 잦아 들었다.
나는 아직도 반야탕 과 오정육(주: 반야탕=술, 오정육(五淨肉)=부처님께서 먹어도 된다고 허락 하셨다는 고기.) 세상에는 술 안마시고 멀쩡한 정신에도 헛소리하는사람이 있고, 술을 마시고도 정신이 말똥말똥한 사람이 있다.
신라의 원광 법사께서는 업치락 뒤치락 세상을 살아가는 재가불자들을 위해 세속오계를 정하여 살생유택을 가르 치셨다. 48경계에는 건강을 위해서는 고기를 먹어도 된다고 이르고 있다. 그리고 대접 받은 고기는 타박 하지 말라고 이르셨다.
계율을 지킨다는 lwlswjd한 의미는 무었일까?
한때 태국에 유명한 승려가 한국을 방문 했는데 계(戒)를 지키느라 한겨울에 맨발로 가사하나만 걸치고와 벌벌 떨고 돌아갔다는 우수꽝스런 일화는 무엇을 말해 주는가? 남의 눈치에 얽매여 지키는 계율이야 말로 달마선사께서 말씀하신 지계천마(持戒天魔)가 아닐까?
드디어 구수한 냄새를 앞세우고 비지 찌개가 나왔다.
그런데 비지찌개를 스님 앞에 놓으면서 웨이츠레스가 하는 말이, "아유 어떻 하지요? 실수로 스님 드릴 찌개에 돼지고기 대신 소고기를 넣었으니....!" 웨이츠레스는 우리들의 눈치를 재빠르게 살펴가면서 닌처해 하는 듯 했다.
예상외로 "괜찮 습니다." 스님에 말에 그녀는 도망치듯 주방 쪽으로 사라 졌다.
그 식당의 비지 찌개는 맛이 일품이어서 맛있게 먹었다.
이때 무슨 이유에서 인지 조선조때 진묵 대사의 일화가 슬며시 떠 올랐다.
하루는 진묵 대사께서 남루한 옷차림으로 탁발을 나갔다가 어느 개울가를 지나치게 되었는데 그때 마침 천렵꾼들이 개울가에서 잡은 고기를 큰 솟에 끓이고 있었다. 그중에 심사(心事)가 꽁지 벌레같은 사람이 진묵대사를 보더니 "스님 배 고프실텐데 이 생선국 한그릇 잡숫고 가슈." 진묵대사는 아무렇지도 않은 듯, "고맙소이다. 듣던데로 인심이 좋구려." 진묵대사는 펄펄 끓는 솥을 번쩍들어 뜨거운 생선국을 훌훌 마셨다.
천렵꾼들은 깜짝 놀랐다. 그러고 보니 자기네들 먹을 국은 한방울도 남지 않았다. 화가난 심술쟁이는 "중이 생선국을 먹었으니 살생한거나 다름 없어요! 중이 살생을 해도 되는거요?" " 아~ 그렇군요! 잠간 기다려 주십시오." 대사는 시냇물을 따라 조금 올라가더니 대변을 보기 시작 하였다. 이 웬일 인가! 진묵대사의 변이 물위에 흘러 내리자 먹었던 생선이 다시 살아서 헤엄쳐 가는 것이 아닌가!
대사는 천렵꾼들에게 "당신들은 내게 생선국을 공양했으니 그 은덕이 크고, 그 고기들이 다시 살아 났으니 살생을 면하게 됐구료."
대사의 도력은 이토록 높아 방편으로 무명중생을 깨우치셨다.
학승이 소고기 비지찌개를 먹게된 것은 그 식당의 아차! 실수 였고, 진묵대사께서 생선국을 먹게된 것은 골탕 먹이려는 것이였으니 두 경우에 동기는 전혀 다르다. 그런데 나는 그날밤 이상하게도 꿈에서 그 학승이 송아지를 수십마리 까 놓는 꿈을 꾸고 소스라쳐 깨었다. 지금 나는 그 스님이 공부 열심히 하셔서 유창한 영어로 한국불교를 미국땅에 널리 전하기를 염원 하면서, 맛있게 먹었던 비지찌게의 뒷맛을 다셔 본다.
유상(생활 불교인) '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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