젝키콘서트 소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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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아침 신문을 읽다보니
지난 토요일 잠실 올림픽 주경기장에서 열린 "2000 드림콘서트"에서
팀 해제를 선언한 젝스키스의 고별공연이 끝난 뒤
흥분한 여학생들이 주차된 젝키 매니저의 승용차를 부수며 소동을 피우다
몇몇 여중고생들이 다치고 실신한 여학생들이 구급차에 의해 실려 갔으며
경찰에 의해 강제해산 되었다는 내용이 있었습니다
지난 주말이면 우리집에서도 젝키로 인해 그에 못지 않은 소동이
새벽까지 있었던 터라 예사롭지 않습니다.
사건의 발단은 아주 평온한 주말
딸아이 친구가 건 한통의 전화 때문이었습니다.
중간고사가 얼마 남지 않은 토요일이어서인지
학교 끝나고 곧장 집으로 돌아온 딸아이가 점심밥을 먹고 있는데
친구 은영이가 전화를 했더군요
자주 있는 일이니까 그런가보다 하고 있으려니
"정말 좋겠다! 으응 ~ 그래. 몇번?" 이라며
전화번호를 받아 적더니 금방 전화를 끊어요.
보통땐 30분 이상을 기본으로 하는터라 좀 이상한 생각이 들었지만
배가 고프니까 밥먹고 다시 하려나보다 했지요.
은영이는 우리가 경산살때 (대구 근처) 딸아이랑 아주 친했던 친구인데
우리가 이사오고 나서 방학이나 연휴가 되면
둘이 꼭 만나 밤새워 수다떨고 난리를 펴는 친굽니다.
그애 엄마나 저나 둘이 하두 친하게 구니까
어쩌지를 못하고 그저 그러마 해왔답니다.
근데 딸아이는 전화를 끊자마자 지금 서울에 가면 안되냐는 겁니다.
밥먹다 말고 것두 갑자기 여자애 혼자 서울이라니요?
전 무조건 안된다고 딱 잘라서 말했지요.
그랬더니 지금 은영이가 기차타고 서울가는 중인데
저녁 일곱시에 젝키공연이 있다면서 저두 가야 겠으니 보내달라는 겁니다.
먹던 밥이나 먹으라는 말에 딸아이는
이번이 젝키의 고별공연이니 꼭 봐야 한다면서
흐으응~~~아빠를 불러대니 아빠는 앞뒤 재어 볼 생각도 않고
"그렇게 가고 싶음 가던지~"라 한마디 던져요.
아빠의 그 말이 허락이나 다름 없는 걸 아는 딸아이는
먹던 밥숟갈 내던지고 차표 살 돈을 달래요
그다음부터는 모두가 한순간에 벌어진 일이라
전 정신이 멍한게 뭐가 어떻게 된 건지요...
시계를 보니 은영이가 탄 기차가 김천역에 도착하는 시간까지는
30분 정도 밖에 여유가 없어요.
전 안된다고 말리는데 남편이 아이에게 돈 몇만원을 건네주는게 보이고
아이는 돈을 주머니에 쑤셔 넣는게 보여요
이젠 보내야 된다 생각하니 화가 났지만 어차피 갈텐데 싶어
얼른 가서 핸드백 메고 오라 이르고는 휴지랑 휴대폰을 넣어주고
친구 휴대폰 번호를 간신히 물어 적는데
딸아이는 벌써 밖으로 뛰쳐나가 달리고 있어요.
모든 일이 얼마나 빨리 일어 났는지요!
아이는 벌써 기차 타러 떠났으니 안전하게 보내는게 엄마의 일이지요.
친구 은영이에게 부랴부랴 전화를 걸어 지금 어디쯤 왔냐 물으니
구미가 가까워 온대요. 딸아이가 네가 탄 기차타러 갔으니
열차번호를 알려 달라 이르고는 둘이 만나면 꼭 전화 해달라고 하니
은영이는 저두 정신없이 오느라 휴대폰 밧데리가 없대요.
암튼 알았다고 전화를 끊고는
딸아이에게 은영이가 탄 열차번호를 알려줬습니다.
이십분쯤 지나 딸아이는 역에 도착해서 기차표를 끊고
플랫폼에서 기다리는 중이라며 전화를 했어요
혹시래두 기차가 틀려서 못 만나면 집으로 돌아오라고 당부 했지만
딸아이는 혼자래두 서울로 갈거란 생각이 들어서 마음이 얼마나 불안하던지
옆에 있는 남편에게 온갖 말을 다 퍼부었습니다.
아빠가 되어서는 다 큰 딸아이를
어디 그렇게 함부로 내돌리냐고 속상하다고
서울역에 내려 두리번거리는 걔 얼굴이 촌티가 줄줄 흐를텐데
걱정도 안되냐고?....
사람이 어쩜 그렇게 대책없이 즉흥적이냐고?...
들들볶는 제게 남편은 아이가 그렇게 가고 싶어하는데 안보내주면
마음에 상처가 남는대요.
그래 전 또 그럼 아빠가 같이 가야지!
애를 그 멀리까지 그렇게 정신없이 혼자 보내냐고
마누라는 그동안 자기랑 살면서 그런 공연 한번 못가서
얼마나 가슴에 상처를 받은 줄 알기나 하냐고 막 꼬집어 뜯었지요!
그저 묵묵히 아무 대꾸도 없던 남편은
기차에 탄 딸아이에게 전화를 걸어
"만났냐?"고 물으니 "그렇다!"고 한대요.,
글구는 "짤깍" 끊어요.
그래 전 또 잔소릴 했지요.
"아니 그럼 은영일 바꿔서 진짜로 둘이 만났는지 확인을 해야지!"
확인도 않고 끊었다고 쫑알대는 제게 남편은 그럼 니가 다시 확인하래요.
은영이 말이 친구 여섯명이 같이 간댔거든요.
다시 확인하고 싶긴 하지만 그럼 그 여섯명이
우리 딸아이를 어떻게 생각할까 싶어서 그건 또 망설여져요,
엄마 마음에 그래도 확인하고 싶은 심정과
그러지 말라는 심정이 뒤죽박죽이 되어서 맘이 편치 않아서
남편이 더욱 미운겁니다.
돈을 얼마 줬냐 물으니 사만몇천원을 줬대요
기차값이랑 저녁 먹을 돈이랑 이것저것 계산해 보니
어쩜 택시값이 비싸서 모자라면 어쩌나 하는 생각이 드는게
또 걱정이 되는 겁니다.
그래 이번에는 또 먼길가는 아이에게 왜그렇게 돈을 쬐금 줬냐고
남편을 들들 볶았어요
어쨌든 아이는 기차에 탔고 우리부부는 내내 서로 불편했지요.
남편이 못마땅해 씩씩거리고 있으려니 돌아오는게 또 문제였어요
인터넷 접속해서 마지막 기차를 살펴보니 12시 30분이에요.
근데 애들은 기차가 몇시에 끊어지는지도 모르고 있는겁니다.
아이들에게 알려주자 싶어
얼른 또 휴대폰 쳐서 은영이 좀 바꾸랬더니 딸아이 알이
자기 혼자 밖에 나와있대요
토요일 오후에 예매도 않고 그렇게 정신없이 표를 샀으니
좌석이 없었을테지요만
전 또 그게 걱정이 되서 빨랑 들어가서 친구들이랑 같이 있지
위험하게 왜 거기 혼자 그러구 있냐고....
글구는 돌아오는 기차가 12시 30분이면 끊어지니까
서울역에 내리면 곧장 기차표부터 끊으라고 신신당부를 했어요
아이는 기차타고 친구들하고 수다떨며 즐겁겠지만 전 내내 불안했습니다
세시간 반쯤 지나자 아이가 서울역에 내렸다면서 전화가 오더니
그다음부턴 연락이 안되요
공연장에 있을테니 연락할 생각도 않았지요만.
암튼 저는 아이를 그렇게 보낸 남편이 미워서 머리나 깎으라고 보내고
저녁밥 먹으려니 아이걱정이 되서 밥도 안넘어가요,
혹시래두 친구들과 헤어지면 어떻하나
돈이라도 잃어 버렸음 어떻하나....
안절부절 하고 있으려니 시간은 또 왜그리 더딘지요
좋아하지도 않은 텔레비젼 앞에 앉아 이곳저곳 돌려도 다 신통지 않은게
지루해서 견딜수가 없어요.
딸아이에게 전화를 해보고 싶었지만
공연중에 전화걸면 아이가 싫어 할테니 그럴수도 없었어요
그래도 우찌우찌해서 시간은 흐르고 열한시가 되자마자 전화를 했어요
이젠 공연이 끝이나서 서울역으로 갈꺼래요
그래 얼른가라 말하고는 서울지도를 펴놓고 아이가 제시간에
갈수 있나없나를 살펴보고 있었습니다.
근데 집에 앉아 가만 생각해보니
공연이 끝이 났음 수없이 많은 사람들이 쏟아져 나왔을테고
그럼 분명 차가 엄청나게 막힐텐데 딸아이가 제시간에
역에 도착이나 할려는지 자꾸만 걱정이 되어 다시 또 불안해요.
전화를 걸려니 남편은 아일 귀찮게 한다며 못걸게 해요
지도를 보니 공연장에서 서울역까지는 한참 멀어 보여요
도저히 안되겠어서 열한시 사십분이 되어 전화를 거니
아이는 아직 차도 못타고 거기서 헤매고 있다는 겁니다.
아니 공연 끝난지가 언제고 그동안 시간이 얼마나 흘렀는데
대체 거기서 뭐하냐고 집에 안돌아 올거냐고
기차 끊어짐 대체 어쩔거냐?고 막 소리치면서
빨랑 택시라도 타고 역으로 가라고 했습니다.
전화를 끊고나니 오밤중에 길도 모르는 시골아이들끼리
어쩔껀가 싶어 가슴이 두근거리고 하늘이 노오란게 안절부절 못하겠어요
그렇게 불안하게 서성이고 있는데 딸아이가 전화를 했어요
밤이라서 어디가 어딘지 모르고 택시를 타야할지
전철을 타야할지 모르겠대요.
지네들도 이제서야 걱정이 되었는지 목소리에 걱정이 잔뜩 묻었어요
역까지는 한참 가야 한다는데 차가 안온대요,
전철이든 택시든 아무거나 타고
그럼 영등포 역으로 가서 타라고 일러놓고나니
그 기차가 영등포에 안서는게 아닌가 싶어 다시 또 불안해요.
인터넷 들어가서 확인해보니 영등포에 서는것 같은데
확실치가 않은게 또 불안해요.
다시 또 역에다 전화를 걸어 물어보니 영등포에도 기차가 선대요.
그 소동을 벌이는 중에 12시는 벌써 넘었구요
딸아이는 신도림에서 내려 택시타고 역으로 간대요.
그러자 이번에는 또 아이가 일곱인데 택시하나로는 모자라겠고
그러다 서로 놓치면 어쩌나가 걱정이 되요
기차를 놓치면 여기서 거기까지 데리러도 못가고 어쩌나 싶은게
그럴줄 알았음 지네 삼촌더러 진작에 공연장으로 데리러 갔다
밝은 날에 보내라 할걸 그랬나 싶고
아니 그게 더 걱정되지
그러다 지네 삼촌 못만나고 지혼차 있음 안되지 싶고
오만가지 생각을 하면서 가슴을 졸이고 있으려니
드디어 딸아이가 기차에 탔다면서 이제부턴 잘거래요
소리지르고 울고 불고 했을테니 피곤하겠지 싶은게
한숨이 나오면서 비로소 안심이 좀 되요.
온종일 좌불안석이던 마누라 모습이 안스러웠던지
남편은 자기가 애를 데리러 갈테니 들어가서 자래요.
"애 얼굴을 봐야 안심이 되지 잠이 와!"라고 똑 쏘아붙이고
소파에 앉았으려니 반나절 남짓한 그시간동안 얼마나 애를 태웠던지
피곤이 몰려와요
새벽 세시가 되어 남편은 딸아이 데리러 역으로 가고
전 또 아이가 잠이 들어 내려야 할때를 놓칠까봐
도착시간 다 되어 전화 걸어 딸아이를 깨우고는
아빠가 마중갔으니까 같이 오라고 했어요
방에 들어와 누우니 몸이 바닥으로 가라 앉는것 같은게
그냥 잠이 들었습니다.
잠결에 남편이 들어오는 소리를 들었구요
딸아이는 어제 점심때쯤 일어나 한숟갈 먹고는 거의 온종일을 자더군요
"젝키~ 짱!"을 얼마나 외쳤는지 목이 다 쉬었구요
시간이 없어 밥도 못먹었다며 정신없이 먹어요.
딸아이 말로는 전국에서 몰려온 젝키팬들이
젝키 해체하는게 안타까워서 동동동 발 구르고
슬퍼서 얼마나 통곡을 했는지 얼굴들이 퉁퉁 부었고
기차역이고 어디고 할거 없이 젝키팬들로 넘쳐 났대요
열한시 넘어 그때까지 차를 안탄건 열광한 팬들이
젝키 차 부시고 실신하는 소동 지켜보느라 그랬구요
은영이도 젝키공연장 가는 관광버스를 탈려고 했는데
지네 선생님이 종례를 늦게 맞춰 줘서 차를 놓친거래요
그러면서 기차에 탄 애들중에도
젝키공연 보러가는 애들이 부산에서부터 줄줄이 타고 있었대요
자기들도 젝키해체 하는게 너무 속상해서 팬들이랑
울고불고 하느라고 시간이 그리 된줄도 몰랐다나요!
지네 엄만 애가 타는 줄도 모르고서는
기차 놓쳐서 집에 못오면 어디서 잘려고 그랬냐 물으니
집에 못가는 애들은
동부이촌동에 있는 젝키멤버 대문앞에서 같이 밤을 새우기로 했대요.
관광버스라니요?
글구 또 그날밤 안돌아오고 젝키 집앞에서 밤새자고
미리 계획한 아이들은 다 뭐구요?...
세상에나 엄마된 입장에서 전 그애들 엄마 생각을 하니 진땀이 다 흘러요!
신이나서 얘기하는 딸아이에게
번번이 다짐해봐야 소용없지만
다음부턴 절대 안된다고 못을 박았습니다.
해마다 공연때마다 그래봐야 소용없었지만 그래두요
남들은 3학년이라고 모두 시험공부하면서 보냈을 주말을
그렇게 보내고서는 신이나서
내일 학교가서 얘기하면 친구들이 벌러덩! 넘어지면서 믿지 않을거래요
오늘 아침에는 일어나더니 목이 쉬어 아픈지 기침을 해요
조금 먹이고 간식 싸주면서 학교가 먹으라고 보내고 돌아서니 전화가 와요
같이 걸어 가기로 한 친군데 늦어서 먼저 가라고 전해 달래요.
만나기로 했다는 전화통 앞에 가니
그 이른아침에 누구에겐가 전화를 하고 있다
엄마를 보더니 깜짝 놀라서 끊어요.
친구가 먼저 가래서 엄마가 전해 주러 왔다고 했더니
빨리 젝키 얘기 해줘야 된다면서 샐샐 웃어요
오늘 학교가면 큰 자랑꺼리겠지요!
이 촌구석에서 젝키공연 보러 서울까지 갔다왔다면
모두가 다 깜짝 놀랄 일이 틀림 없습니다.
예전에 우리 딸아이가 이러기 전에는
저두 텔레비젼 보면서 그런 공연엘 보내주는
엄마아빠가 이상하다 생각했더니 막상 당해보니 그심정 이해가 갑니다.
공연이야 보고 왔건 말건 젝키가 해제 된다는 것을 못견뎌 하는 딸아이.
다시 또 다른 우상을 정해서 열광하면 되지 뭘 그러냐는 제게
"그동안 공 들인게 얼마인데!"라는 딸아이.
그러네요. 그 많은 테잎과 CD 음반들.
옷만 다르지 그게 그거인 브로마이드 사진들.
스티커 공연 비디오테잎 앨범...팬클럽 회비며 뱃지며...
딸아이 말마따나 다시 또 다른 우상에 열중하려면
그 비용또한 만만치 않겠어요..
오늘 아침 신문을 보니 그래도 별 탈 없이 집으로 돌아와 준게
더욱 더 고마와서 딸아이 방에 들어가보니
밤사이 어질러놓은 건지 책상위에는 젝키 사진만 수북히 쌓여 있습디다.
정말이지 젊은 날의 우상이란
요즘 아이들의 우상이란 바로 그런것 정신없이 날뛰는 그런건가 봅니다!
2000.5.22
오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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