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한번씩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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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가리님이 쓰신 글을 읽으니 왠지 옛날 생각이 나서 쓰고 싶어졌다.
84년에 남편과 결혼 한 이후 열한번째 이사를 치루었다. 경상북도 안에서만 옮겨 다녔다고 해도 언제나 우리에게는 객지 였으니 참 막막하고 외롭고 쓸쓸 할 때가 많았다.
우리 아이들은 어릴적에 둘 다 병치레가 심해서 병원엘 자주 다녔다. 아는 사람이 없는 곳. 그것도 양반 고을 이라고 소문만 무성한 무뚝뚝한 경상도 사람들 틈에서 살려니 여러가지로 힘든 일이 많았지만
작은아이가 폐렴으로 병원에 입원을 했을때 일이 생각난다. 돌이 좀 지나서 걷기 시작할 때이니 지금도 그렇지만 잠시도 가만히 있지 못할 때이다. 열이나고 기침이 심해서 병원에 갔더니 입원을 시키는 것이 좋겠다는 의사 말에 따라 아이를 입원 시켜야 했는데 혼자서 얼마나 막막하던지. ...
외래진료가 끝나자마자 그대로 병실에 자리를 잡아놓고 입원에 필요한 준비를 해야 했는데 아이를 맡아 줄 사람이 없어서 나는 혼자 아이를 업고 집에 가서 이불 보따리며 필요한 물품들을 택시에 싣고 병원에 갖다 두고 또 아이를 업고 집에 가서 짐을 챙겨 오기를 두어번 했다, 작은 아이를 병실에 누이고 나니 큰아이를 어쩔것인지 막막했다, 그렇지만 멀쩡한 아이를 입원실에 데리고 잇을수 는 없어서 하는 수없이 큰아이 혼자 집에다 두고 먹을 것과 만화 비디오를 빌려다 주고는 아빠 말고는 세상 누구든 아무에게도 현관문을 열어 주지 말라고 신신당부를 하고는 병원으로 갔다.
아픈 작은 아이는 눈에 보이는 곳에 있어 그나마 안심이 되엇지만 집에 혼자 있을 큰아이 생각을 하니 얼마나 걱정이 되던지 폐렴이란 어린 아이들에게는 좀 걱정스러운 병이라 나는 속으로 무척 걱정이 되어 음식도 먹지 못했고 잠도 거의 잘 수가 없어서 극도로 신경이 예민해져 있었는데 그래도 걱정 할까봐 친정집에는 알리지 않고 혼자서 며칠을 지냈다. 병실이 없어 여러사람이 함께 지내는 병실에 아이를 넣었더니 아이는 병원에 입원을 한 것이라기 보다는 또래의 고만고만한 아이들이 많이 있다고 좋아서 날뛰느라 잠도 안잤고 온종일 복도를 뛰어 다녀서 나는 링거병을 치켜 들고 온종일 아이 잡으러 뛰어 다니느 파김치가 되었다.
같은 병실의 다른 환자들은 연신 사돈의 팔촌들까지 병문안을 와서 들썩거리고 교회의 목사님을 비롯 온갖 사람들이 병실이 미어져라 들락거렸건만 우리는 남편이 한번 얼굴을 빼꼼 내민 것을 제외하고는
아무도 찾아 오는 사람이 없었다. 다른 침대의 환자들 머리맡에는 쥬스병이며 과일이며 병문안 오면서 사온 음식들이 지천으로 널려 있었는데 우리칸에는 딸랑 생수 이외에는 아무것도 놓여 있지 않았다.
하루 이틀이 지나도 아무도 찾아오는 사람이 없자
옆침대의 아줌마는 드디어 우리를 고아라고 단정 짓고는 쯧쯧 혀를 찾다 "세상에 불쌍 한 것"이라면서 과일도 주고 음료수도 주고 괜찮다는 데도 자꾸만 뭔가를 주고 싶어 했다. 사흘째 되던날에는 옆침대에 또다른 아이가 들어 왔는데 하마같은 몸집의 젊은 새댁의 아이였다, 시골에서 농사 짓느라 아이를 팽개쳐 뒀더니 병이 심해졌다는데 한참 바쁜 농사철이라 아무도 병문안을 못 온다면서 자기에게는 아이가 아픈 것이 농사에서 벗어나는 휴식이라고 했다. 이상한 동지애가 싹텄는지 충정도 어디에서 시집왔다는 그녀는 나를 언니라고 부르면서 잘 따랐다. 아무도 병문안 오지 않는 우리 두사람은 다른 환자들에게 병문안 오는 사람들을 구경하면서 시간을 보냈다.
며칠이 지나 아이의 병세가 호전되어 우리가 먼저 퇴원을 하게 되자 옆자리의 새댁과 나는 서로의 전화번호를 교환했다. 병원에 있던 그녀에게서 몇번의 전화가 왔고 그 이후 내가 몇번인가 그녀 집으로 전화를 했지만 번번이 통화는 하지 못했다, 아마도 그녀가 들에 나가 있을 시간이어서 그랬던 거 같다,
낯선 곳에서 산다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은 아니다.
그렇다고 절대 불가능한 일도 아닌 외로움은 사람을 강하고 견고하게 만들며 내면으로 침잠하게 만들어 주는 좋은 면도 가졌다
이제는 익숙해져 버린 외로움이지만 어쩌다 한번씩은 가슴에 사무치도록 쓸쓸 할때가 있다
2000년 9월 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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