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자가 천국으로 들어 가는 것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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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경 말씀에 "부자가 천국에 가는 것은 낙타가 바늘구멍으로 들어 가는 것과 같다."는 귀절이 있다지요? 저는 교회에 다니지도 않고 성경도 다 읽지 않아서 모르지만 하느님께서 왜 그런말씀을 하셨는지 나이가 들면서 알 것 같습니다. 어릴적부터 이 귀절을 수도 없이 들었지만 철없었던 시절에는 그저 우습다는 생각만 했던거 같은데 어느날 부터인가 부자들을 좀 다른 시선으로 보게 되었나 봅니다. 아니 다른시선으로 보았다기 보다는 부자들이 하는 행태를 보면서 저절로 그런 생각들이 자리잡은 거 같습니다.
어릴적에 저는 별로 말이 없고 너무 비쩍 마른데다 이쁘지도 못해서 누구의 눈길을 끈다든가 하는 것과는 거리가 멀었지요. 그렇다고 애교 있는 성격도 아닌데다 둘째딸 특유의 고집까지 있었으니 백조는 커녕 미운오리 새끼도 과분한 아이였어요. 사람들이 많이 모이면 전 그냥 어느 구석에 책 한권 끼고 앉아서 그걸 읽거나 사람들 구경을 하면서 그 사람에 대해 혼자서 관찰하고 분석하고 그랬던거 같아요. 그래 그런지 제가 어릴적에 생각하고 느꼈던 그 사람들에 대한 느낌이나 분위기나 인간성들은 세월이 아주 많이 지나 불혹의 나이를 넘긴 지금까지 단편적인 기억으로 남아 있고 좋은 사람 나쁜사람 야비한 사람 응큼한 사람등등....그런식으로 나누어진 감정들은 지금도 거의 변하지 않은 체 머리와 마음속에 남아 있어요. 예전에 만나고 보았던 사람들을 지금도 여전히 만나게 되는 경우가 많이 있습니다. 그럴때는 여지없이 제 머리와 마음에 입력된 정보들이 찰칵찰칵 작동을 합니다. 만나고 얘기하고 느끼면서 전 또 이런 생각을 합니다. 세월이 이렇게 많이 흘렀어도 이사람의 생각은 역시 여기까지 이구나 하는 그런 생각을요...
때로는 나 자신 어쩜 편견에 치우쳐 잘못 되었나? 몇번씩 고개 갸우뚱 거려 보기도 하지만 세월이 흘러도 쉽게 변하지 않는 것은 사람들이 가진 속성인거 같습니다. 아무리 잘 포장을 했어도 지지리도 못난 가난의 땟꾹을 벗었어도 화려한 치장으로 온몸을 휘감고 있어도 변하지 않는 사람들의 속성. 제가 느끼는 부자들에 대한 감정은 어릴적부터 제 주변을 감싸고 있던 몇몇 부자들에 의해 규정지워 졌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부자! 가난하다는 것 보다는 분명 근사하고 멋지고 풍요로와서 인생. 그 자체가 가난한 자의 삶보다 훨씬 더 풍부 할거 같지만 글쎄요. 전 아직 인간적으로 풍부한 감성을 지니고 멋지다는 느낌을 주는 부자를 만나 본 일이 별로 없습니다.
물론 처음 만났을때의 느낌이야 여유롭고 너그러워 보이지만 뒤돌아선 모습의 적나라한 인간적 모습에서 여유로운 부자들을 만나기란 쉽지 없더군요, 오늘 어떤 부자 아주머니의 얘기를 들었습니다.
그 아주머니 얘기를 들을때마다 늘상 감탄을 금치 못하는데 오늘도 역시 틀림없이 그 아주머니다운 발상으로 사람을 놀라키게 하더군요. 부자들의 시계란 모두가 다 자기자신을 위해서 째깍이며 돌아간다고 믿으니 죽을날이 다 되어가는 그 아주머니의 시계는 죽음 앞에서도 그분만을 위해 째깍이라고 명령할지 모르겠습니다.
"부자들이란 세상 천하에 인정머리 없는 것들!"이라던 어느 할머니 말씀이 생각납니다. 맞네요 그말이 꼭 맞습니다. 지금은 하늘나라에 계신 그 할머니 말씀이 꼭 맞습니다. 아울러 부자가 천국에 가는 것은 낙타가 바늘구멍에 들어 가는 것 보다 더 힘이 든다. 여기서 낙타를 코끼리로 바꿔도 아무 지장 없을거 같네요.
2000년 9월 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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