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인님의 송곳이 늘어진 나를 콕콕 찌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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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봄 오즈모임때 참석해 주신 시인 김종인님께서
오늘 시집 몇권을 소포로 보내 주셨다.
며칠전 방문록에 책을 보내주시마 하고 주소를 묻는 글을 남기셨길래
새로 낸 시집 한권을 기대하고 있었더니 나의 예상과는 달리
김종인님께선 네권의 책을 보내 주셨는데
그중 "흉어기의 꿈" 이란 책은 1985년에 출판된 것으로
나는 그중 송곳이란 시를 좋아한다.
여기에 시 전문을 적어본다
송곳
김종인
종이도 철판도 막힌 곳은
바위라도 뚫을 수 있다,
몸을 스쳐 지나가는 끝 모를 아픔 뒤에
답답한 곳마다 시원하게 뚫리는 기쁨
지난 날의 앙금진 해묵은 슬픔까지
끝도 없는 어둠의 침묵까지 다
뚫을 듯한 날카로운 이빨
손에 쥐이면 흉기도 되고 불안도 되지만
자루 속에서도 날카로움을 감추지 않는다.
그러나 살아 남기 위해선
견고한 서랍 속에 몸을 숨겨야 할지 모른다
한겨울 내내 칩거해 있던 사람들
스스로 날카로움을 감추고 살아가는 사람들
산에 들에 봄이 오고 꽃피는 4월이면
부푼 희망 하나로 살아가는 사람들
궂은 비에 꽃잎처럼 쓰러질 수 없다
송곳은 송곳이므로
껍질 속에서 마냥 잠들지 않는다
종이든 철판이든 막힌 곳은 다
뚫어내고 싶은 송곳
기다리며 날카로움을 간직한다
시를 쓰고 싶어하던 내게 어느 시인은 그랬다.
시란 아름다운 언어로 아름다운 말을 쓰는 것이라서
써야 할 단어와 쓰지 말아야 할 단어를 구별해야 하는 것이라고..
나는 오늘 김종인님의 시 속에서 아름답지 않으면서
눈물나게 고운 언어들을 보고 느낀다.
끙끙대다가 그만 둔 불쌍한 나의 시.
김종인님의 송곳이 늘어진 나를 콕콕 찌른다.
2000년 10월 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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