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원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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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절이라서 모두가 고향에 가버리고 나 혼자서 오랫만에
가게를 지킨다.
사람들로 북적이던 이 넓은 정원에 혼자 있어 본다는것도
그렇게 나빠 보이지는 않는다.
정원엔
봄을 꿈꾸는 나무와 봄을 기다리는 새소리 그리고 나의 고적뿐이다.
컴퓨터는 켜 놓았지만 하릴없는 사람되어 정원의 숨소리에 귀를 기울인다.
참새는 쉴새없이 강가의 풀섶으로 날아 들었다가 무궁화나무 울타리로
돌아오기를 거듭한다.
쥐똥나무 울타리쪽에서 한떼의 뱁새가 울어댄다.
짹짹 찌찌
참새와 뱁새의 합창이 한동안 시끄럽다.
고양이 한마리가 낮으포복으로 살금살금 회양목으로 접근한다.
점핑하는 순간 "후드득" 새떼의 날개짓이 정원에 파도를 일으킨다.
난 저녀석이 한번도 포획에 성공한걸 본적이 없는것 같다.
챙피하지도 않나보다. 줄무늬의 털을 자랑하듯 기지개가 요란하다.
다시 조용해진 정원에 고양이만 자유롭다.
늘 사람들 눈치에 숨어지내다가 오늘은 제맘대로 활개짓이다.
무리를 떠난 박새한마리가 연못가에 서있는 나무의 붉은 열매에
벌처럼 날개를 퍼덕이며 쪼아댄다.
한입에 넣기는 너무큰 열매들이다. 열매몇알이 연못으로 떨어진다.
그러고 보니 연못의 얼음이 풀렸다. 요 이삼일 날씨가 풀려서 이리라.
얼음장사이로 버들치 납자루 피리들이 떨어진 열매를 놓고 입질을 한다.
문밖만 나가면 냇가라서 해마다 봄이면 아이들이 잡아다 놓은 고기들이
제법많다. 비가 오면 물이 넘쳐 흘러내려가 버리지만 이 작은 연못을
지키는놈들은 늘 그대로 남아 있는것 같다.
가만히 들여다보면 참 귀엽고 신기하다.
떼지어 유영하는 그들의 삶이....
수련은 아직은 멀었지만 수초의 숨소리가 들려오는것같다.
조그만 기다리세요. 입춘이 지났잖아요. 저희가 잠을 깨울께요.
물고기들이 수초의 잔해 사이를 유영한다.
나는 귀여운 이 물고기들을 보호하기 위해
창가에 작은 돌맹이 서너개를 준비해둔다.
물총새로부터 저 녀석들을 지켜주기 위해서다.
이 작은 연못의 침탈자는 두녀석이다.
하나는 고양이요. 또 하나는 물총새다.
그러나 고양이는 안심이다.
이녀석은 날렵하게 물속을 나꿔채지만 새떼를 공격하는것처럼 늘 실패다.
하지만 이 물총새는 다르다.
내가 물총새를 발견하고 돌맹이를 던지는 순간
이미 빠른 낙하로 어김없이 고기를 낚아채서 날아오른다.
실패하는 법이없다.
오늘
이 물고기를 바라보면서 물총새가 그리운건 무슨 이율배반인가.
물총새는 텃새가 아닌것 같다. 가을 이후로는 볼 수가 없으니.........
물총새가 다시 날아오는 봄을 기다린다.
배고픈 참새와 뱁새는 더이상 먹잘것도 없는 무궁화씨앗을
쪼지 않아도 될터이고, 박새는 제 입에 넣기도 힘든 마른 열매에
더 이상 힘을 쏟지 않아도 될터이기 때문이다.
문득
너무 따뜻해서 봄이 오는것 같은 착각이 드는 날이다.
또 한무리의 새때가 날아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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