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들레 꽃씨
|
| |
|
|
| |
| |
| |
봄을 알리는것 중 하나에 민들레를 뺄 수 없다.
아무리 척박한 땅에서도 도시의 죽음같은 시멘트벽사이에서도
한줌 흙만 있으면 질기게도 꽃을 피워낸다.
천하고 흔한꽃이지만 그 아름다움에 애정을 아끼지 않는다.
예전만 같에도 도시한켠이 숲이 존재했지만
갈수록 높은 빌딩이 늘어나고 시멘트의 도시가 되다보니
이런 하찮은 자연에도 눈길이 주어지는 세상인가 보다.
민들레는 하얀 씨방을 바람에 날려서 종족을 보존한다.
보송한 씨앗들이 거품처럼 머물렀다가 바람만 불면 기다렸다는듯
털어내듯이 몸을 실어보니다.
지금 내 눈앞엔 또 하나의 꽃씨가 바람에 날리고 있다.
영락없는 민들래 꽃씨다.
종족을 더 멀리 퍼트리기 위해서 또 한번의 이동을 하는 것인가?
궁금한 생각에 밖으로 나가
바람에 날리는 꽃씨를 하나 주어서 살펴보았다.
민들레 씨앗은 아니다.
바람이 불어오는 방향으로 눈을 돌려 바라보니 무궁화나무 울타리 쪽이다.
가까이 다가가 본다. 넝쿨에 매달려 있는 열매다.
지금 저 넝쿨의 이름을 알 수는 없다.
지겹도록 무궁화 나무를 감아 올라가서 네가 이기나 내가 이기나
틈만나면 걷어 내던 도저히 내가 당할 수가 없는 넝쿨이다.
그 바짝마른 덩쿨에 콩깍지처럼 달려서 오므려 있던 열매가
이른 봄했살에 벌어져서
그 속에서 씨앗을 바람에 날리고 있는것이다.
신기하다.
이미 바짝 말라서 죽어있는 깍지가 어찌 봄이 오는것을 알고
오므린 열매를 벌려서 꽃씨를 바람에 날린단 말인가.
실은 생각해 보면 겨우내 오므렸던 깍지가 봄했빛에 더 바짝 말려서
이제 터트리는것이겠지만 좁은 내 생각으로는 마치 마른줄기에도
무슨 종족을 보존하려는 의식이 있어서 자발적으로 동작하는
힘으로 느껴졌던 것이다.
민들레처럼 질긴녀석이 씨앗도 꼭 민들래 닮아
나를 민들래 꽃씨로 착각하게 하더니 하는짓도 꼭 민들래와 매 한가지다.
무궁화 나무를 못살게 굴던 덩굴을
지금 저 씨앗이 날리지 못하게 따버린다면
여름에 그놈과의 싸움이 수월할것 같아 아이를 시켜 걷어내라고 시켰다가
이내 그만 두라고 했다.
"싸움은 정당하게 해야지" 하고 중얼거렸지만
기실은 그 진한 삶의 모습이 경외스러웠던것이다.
봄은 잠자던 모든것이 일어나는 계절이다.
나도 저 씨앗처럼 강해야겠다.
"오냐 올 여름에 한번 보자."
|
|
| |
|
|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