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꾸 잊고 사는게 많은 아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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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젯밤엔 과음을 했나보다. 음주타이핑까지 했으니.........
야수님께 답한 글이 맘에 들지 않아 지워버렸다.
역시 음주타이핑은 해서는 않되는가 보다.^^
차를 놓고 퇴근하라는 아이들의 권유로 그냥 퇴근한 줄도 모르고
아파트 담벼락을 한바퀴 돌고 나서야 차를 세워두고 왔음을 알았다.
아직 치매가 올 나이는 아닌데....... 혼자 피식 웃으며 큰길가로 걸어
나왔다.
학교 운동장에서 축구를 하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
여가 선용을 저렇게만 할 수 있는 사람들은 그래도 행복한 사람들일게야.
담배가 한가치 밖에 남아 있지 않다.
택시를 타려면 잔돈도 준비하는게 좋겠다 싶어 슈퍼에 들어갔다.
아직 이른 시간이라서 할머니가 가게를 청소하고 있다.
늘 보던 아들 부부는 밤 늦게까지 장사를 해서 늦잠을 자나보다.
"디스한갑주세요"
계산이 서툴러 보여서 주머니를 뒤져 동전 한개를 꺼내서 주고
"구천원만 주시면 됩니다."
거스름돈을 두번이나 꼼꼼이 세어서 건네준다.
튀김가게 아주머니는 길가에 내 놓은 기름솥에 튀김을 튀기고 있다.
그런데 저게 이름이 뭐더라?
밤이면 아이가 공부하다 슬쩍 빠져나가 한봉지씩 사와서는 나눠먹던 것인데.....
옆가게는 "점포 세놓음"이라는 쪽지가 붙어있다.
며칠 전까지만 해도 문을 열었던 책 대여방이다. 장사가 안 되었던 모양이다.
그리고 보니 비디오 방도 간판이 바뀌었다. 아이가 군에 간 이후로 비디오를
빌려본적이 별로 없다. 혼자 보는 비디오는 정말 재미가 없다.
큰길로 나섰다. 국기가 전봇대에 꽂혀있다. 오늘이 무슨날이지?
개천절? 한글날 ? 아닌데?
어머님의 친구되시는 분이 정류장옆 교회버스 서는 자리에 서있다.
"왜 오늘은 걸어가세요?"
이분은 내게 말을 놓아도 되련만은 늘 존대말이다.
술먹고 차를 놓아두고 나왔다고 할 수도 없어서
"차가 고장나서요."
언제 보아도 인자하신 어른이다. 한복으로 곱게 차려 입으신 것으로 보아서
오늘은 교회에서 봉사담당이신가 보다.
그러고 보니 일요일이란 생각이 났다.
학생들이 없는 거리는 한산하다. 가게 쪽으로 가는 버스가 오고 있다.
버스를 한번 타볼까? 버스비가 얼마더라? 얼른 주머니에 손을 넣어보았다.
동전 두개가 손에 잡힌다. 버스비가 이백원은 아닐꺼야. 천원짜리를 건네주면
기사아저씨가 잔돈을 거슬러 줄까?
망설이는 사이에 버스는 출발해버렸다.
택시가 한대 섰다. 배가 만삭인 임산부가 남편의 부축을 받으며 내린다.
여기에 산부인과가 있었던가? 길건너에 산부인과가 보였다. 얼마전 도로 확장공사를 하고 도로변 건물이 철거되고 나서 뒷면에 붙어 있던 낡은 스레트집이 보였는데 어느새 건물이 올라 선것이다.
장사꾼 아니랄까봐 순간적으로 복 많은 땅쥔이란 생각이 들었다.
택시를 탓다. 오십은 좀 더 되어 보이고 그렇다고 육십은 아닐것같은
중후한 느낌이 얼핏들었다.
"어서 오세요"
택시 타면서 오랫만에 들어 보는 소리다.
"산성동에 있는 삼오가든이요"
"어디쯤이지요?"
"모르세요?"
기분이 갑자기 가라 앉았다. 설명을 자세히 해 주고는
"어지간한 기사님들은 모두 알던데요?" 했더니 사연이 구구절절했다.
택시를 시작한지가 얼마 되지 안 하셨단다.
아이엠프 희생자중의 한분이었다. 자존심 때문에 집에 박혀 있다가
이래선 안되지 하는 맘으로 택시를 시작했다는 것이다.
좀전에 내려준 임산부 이야기를 하면서
"남편되는 사람이 힘들겠읍디다. 임산부가 어찌나 까타로운지......"
혼자 말하며 혼자 웃는다.
산부인과 의사들은 파업을 안 하는지 모르겠다는 이야기도 나오고
의사들이 너무 한다는 이야기도 나왔다.
"의사들의 파업도 이유 있는거라고 하던데요?" 했더니
"의사 만드는데 십이년 걸린다고 합디다. 어떤 박사 만드는데 십이년 안걸리는 박사가 어디 있답니까? 미국에선 의사가 중산층이라는데 한국에선 의사가
상류층 노릇 할려니 그 모양이지요"
게시판에서 줏어 들은 풍얼로 의료보험의 잘못된 운영이라든가 의사들의
애로를 잠간 설명했지만 역부족이었고 또 가게에 거의 도착하고 있었다.
이야기를 계속하기는 거리가 짧아 그냥 내리기도 멋적어
"오늘 날씨는 좋네요." 했더니
"좋으면 뭐 합니까? 정치하는 놈들은 쌈박질이나 하고 .... 올림픽도 끝나가고
이젠 뭔 재미로 살까 모르겠어요. 이봉주나 1등을 해야 할텐데......"
택시기사들의 마음이 민심의 표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잠시 해봤다.
내리면서 천원을 더 얹어 주었다.
"감사합니다"
사양하지 않고 받으면서 밝게 인사한다.
이봉주가 일등을 해서 그 기사 아저씨가 기분 좋은 하루가 되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그 기사 아저씨가 세상 돌아 가는 일에 대해서 겉으로만 보지말고
좀더 바로 알 수 있는 기회도 있었으면 하는 바램도 좀 들었다.
오늘 작은 단체가 하나 있는데, 아이는 벌써 일어나서 마당을 쓸고 있다.
"내가 좀 늦었지? 도와줄까?"
"다 됐어요. 미루나무 잎파리 때문에 한동안 싸워야 겠어요"
"그렇구나. 애 먹지 마라. 그냥 한쪽에 모아 두렴"
아이에겐 낙엽이 성가신 존재다. 낙엽을 한쪽에 쓸어 모아두면 나는 좋던데
어떤 사람들은 보고 청소도 하지 않는다고 하는 사람들이 있다.
보는 눈이 다르니 대세에 따를 수 밖에 없다.
이제부터는 낙엽과의 전쟁이다. 부지런히 쓸어 모으고 그리고 태워야 하는
계절이 돌아 왔다.
달력 한장을 찢어 내면서 이제 두장이 남았다는 생각을 했다.
오늘이 국군의 날이란 것도 알았다. 국군의 날에 거리에 국기가 게양되는것도
오늘에야 알았다.
자꾸 잊고 싶은것이 많아서인지 잊고 사는게 너무 많다.
건망증이 생기는것이 나이탓이겠지만 내 스스로는 잊고 살려고 노력하기
때문이라고 고집해 본다.
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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