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운 얼굴 그러나 잊고사는 얼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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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집에선 화초를 키우기가 어렵다.
그늘이 많아서 심을 자리가 마땅치 않고 어쩌다 빈자리가 있다 하더래도
잡풀이 많아서 풀을 뽑는것보다는 풀을 베는 일이 많아 꽃들을 가꾸기가
어렵다.
그속에서도 어떻게 견뎌냈는지 수양버들 밑둥에서
어울리지 않게 피어있는 봉숭아꽃이 눈에 띤다.
귀하지 않은 꽃은 눈에 들어오지 않아서인가.
관심도 없었는데 오늘 비온뒤 쏟아지는 햇빛속에서
선연한 붉은 빛갈의 꽃잎들이 눈앞에 들어온다.
그 빛깔만큼 고운 고향집 툇마루의 정경도 생생히 떠오르면서.......
봉숭아 꽃잎에 백반을 섞어넣고 콩콩찧어 손톱에 물을 들이던
고모들의 얼굴이 떠오르고, 그 얼굴속에 막내고모의 얼굴도 떠오른다.
언니들 틈새에서는 늘 애기같던.... 나보다 대여섯살 위 막내고모는
내게는 자상하고 사랑스런 고모였는데......
시집가 생활이 어려워져 스스로 소식을 끊고 지낸지 오래다.
사내인 내 손톱에도 봉숭아 물을 들여주던 막내고모의 얼굴이
지금 저기에 피어있는 봉숭아꽃속에서 웃고 있는것 같다.
지금은 잊고 사는 그리운 얼굴중의 하나이다.
삶이란것은 잊고 사는것인가 보다.
또한 삶이란 것은
봉숭아꽃 하나에도 그리운 얼굴을 담아낼 수 있는것인가 보다.
그리움은 늙어가는 고모도 꽃다운 얼굴로 보이게하고
고단한 현실도 잊게해서 아름다운것만 보여주는것인가 보다.
그래서 사람은 잊고 사는 축복을 받았는지 모르겠다.
허상에서 깨어나라고.........
그래도 이 아침 봉숭아꽃은 곱다.
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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