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위때문이다 2 - (봉수댁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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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궁이에 불을 지피며 아침밥을 짓던 봉수댁은
파닥파닥 불꽃을 튀며 타들어가는 솔가지를 부지껭이로 밀어넣으며
흘끗 부엌문으로 새말댁네를 돌아봤다.
어제 밤내 타시락이며 싸우는 소리가 울타리를 넘어 왔는데
둘이다 잠을 설쳤는지 아직도 아침을 짓는 기척이 보이지 않는다.
더운여름날 뒤안 장독뒤에 숨어서 등목한번 한 일이 이렇게 우세스런
일로 변할 줄은 꿈에도 생각지 못한터라 꾸역꾸역 다시 부아가 치밀어 온다.
"사람없을때 등목한번 한것이 뭔 잘못이여!"
새말양반을 밤새도록 잡도리하는 새말댁의 앙칼진 소리가
울타리 넘어로 들려올때도 심기는 편치 않았다.
"서방있다고 위세하는가?"
억울함을 호소할 수 있는 서방있는 새말댁이 은연중 부럽기도 하고
샘이나기도 했던 자신이 원망스러웠다.
밥이 끓는다.
새말댁네 개가 컹컹 짖는다.
새말댁은 부억으로 들어가고 새말양반은 마당에 빗자루 질을 시작한다.
평소에는 무심했는데 오늘 따라 왜 새말댁네에 신경을 쓰는지 모르겠다.
봉수댁은 생각을 떨치기라도 하듯이 일어나
밥이 뜸이 드는동안 울타리 옆에서 자라는 머웃대를 뜯었다.
아침 반찬거리도 마땅찮아 머윗잎으로 쌈이라도 할까 해서이다.
머윗대가 튼실하지 못하고 가늘다.
새말댁네 감나무가 울타리를 넘어와서 그늘속에 자랐던 때문이다.
머웃잎이 무슨 큰 농사거리도 아니고, 떨어진 감은 애들이 주어 먹기도 해서
감나무가지가 울타리를 넘어온것에 개의치 않고 살았는데 오늘따라 심통이
일어난다.
새말양반의 빗자루질하는 소리가 울타리 가까이 들려올즈음
"에구! 이놈의 감낭구를 칵 비어버리던지 해야지. 채전을 못해먹겠구만!"
들으라고 내 질렀다.
사내가 여편네 목간하는것을 봤으면 못본체 입을 다물일이지 여펜네에게
쫑알거릴것이 뭣이란 말인가? 그렇다고 봤니 말았니 새말양반에게 내놓고
따질 수도 없는일이서 분풀이겸 한번 해본소리다.
헛기침만 두어번 하던 새말양반은 하던 빗자루질을 대충 두엄자리 옆에
모아놓고 방안으로 들어가 버린다.
부억쪽에서 새말댁이
"세수도 안하고 방으로 들어가요? 얼른 세수헛시오. 물떠놨소"
새말댁의 목소리가 간밤에 싸우던 그런 투정섞인 목소리가 아니다.
"오살넘의 애편네. 간밤에 쌈헐때는 언제고...."
살랑거리는 목소리가 곱게 들리지 않는다.
뜯던 머웃대를 와락 부억바닥에 팽게치고
구정물을 들고 돼지밥통에 부어 주고 돌아서려는데 어느새 왔는지
새말댁네 강아지가 돼지밥을 퍼먹고 있다.
곁에 있던 당그레를 집어 휙 집어던졌다.
정통으로 다리를 맞았는지 "깨갱"하고 죽는 시늉을 하며
울타리사이 개구녕으로 도망친다.
다리를 절둑이며 들어오는 강아지를 보며 새말댁이 소리를 친다.
"어느년이 우리집 강아지 다리를 분지렀디야?"
"어허 관둬!. 저놈이 넘의집 돼지밥통을 뒤지니까 그랬것제!"
"그런다고 불쌍헌 짐생 다리를 분질러라우?"
"알았어. 낼은 울타리 튼튼하게 처야겠네"
새말양반이 비시식 웃으며 새말댁을 달랜다.
절둑거리며 도망가는 강아지를 보며 봉수댁의 분풀이도 풀린셈이었다.
강아지 두들겨 팼다고 쫑알대고 달겨들면 한바탕 퍼부을 속셈이었는데
그러고 마니 그것으로 되었다.
"아침부터 이리 푹푹찌냐? 이넘의 더위땜에 내가 이상해 졌는갑다."
들을 사람도 없는 부억에서 혼잣말로 뇌까리며
밥상들어오기를 기다리는 아이들에게 세수부터 하라고 닥달을 하고 있었다.
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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