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치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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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봄 느티나무가 너무 많이 자라서
바람에 부러지면 어쩌나 싶기도 하고 한편 위험하기도해서
나무 윗둥을 자르다가 실수로 옆가지에 있던 까치집 한채가 부서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나무를 자르는 사람이야 그까짓 까치집 하나 쯤 하고 대수롭잖게
여겼지만 아까부터 깍깍거리며 집걱정을 하는 까치로서는
큰 재앙을 만난셈이다.
암수한쌍이 나뭇가지 주변을 맴돌면서 울부짖는데 미안하기 그지 없었다.
까치가 집을 짓는 모습을 본사람은 알겠지만 까치는 참 정교한
건축가란 생각이 들었을 것이다.
얼기설기 아무렇게나 짓는것 같지만 태어날 새끼들의 안전을 위한
모성본능이 아닐까 생각될 정도로 태풍에도 끄떡없는 튼튼한 집을 짓는다.
삭쟁이를 물어다가 집을 얽는 모양을 보노라면
규격에 맞는 재료만 골라서 사용하고 마땅치 않은것은 떨어뜨린다.
나무밑에 떨어뜨린 삭쟁이들을 살펴보면 그 길이가 터무니 없는것이
아니다. 고만 고만한 사이즈들이다.
처음에 재료들을 물어올때 대충 짐작으로 이만한 것이면 되겠다 싶어 물어
오는모양인데 그 눈대중들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까치가 집을 짓는 나무밑에서 삭정이를 모으면
거짓말좀 보태 가난했을적 한끼 밥 해먹을 만한 불쏘시게가 쌓인다.
청소하는 아이는 늘상 투덜거리며 돌팔매질을 하지만
까치부부는 나몰라라이다.
하긴 꼭 맞추자는 몸짓은 아닌것 같다.
높은 나뭇가지에 동그마니 지어진 까치집이
태풍에도 끄떡없이 견디는것은 그만한 정성이 깃들어 있어서이겠다.
올해는 태풍이 크지 않을 모양이다.
까치가 높은곳에 집을 지으면 그해는 태풍이 약하고
낮은곳에 집을 지으면 태풍이 심할거라는 옛분들의 이야기가 있다.
미물이지만 그들 만이 가지는 어떤 예감이 자연의 변화를 미리 짐작하고
그에 맞는 대처를 하는 모양이다.
이달쯤에는 알을 까기 시작할것이고
다음달쯤에는 새끼를 볼 수 있을것같다.
부서진 가치집 주인도 이제부터라도 다시 열심히 집을 지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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