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년적 아애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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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로부터 약 한 달이 지났다. 부모님의 제사를 지내고 나서 누더기 옷을 입고서는 집을 나섰다. 생각할수록 권 민은 자신의 신세가 처량했다.
멀리 새가 날았다.
걷고 걸어서 신이 다 닳았다. 이제 조금만 더 가면 초 땅에 도착할 수 있을 게다. 초 땅에는 학자로 이름 높은 노 대인이 있다는 소문을 들었다. 그의 문하로 들어가 글을 배워야지 권 민은 그렇게 외쳤다. 그리고 하늘에 있는 부모님을 향해 마음속으로 말했다.
`부모님 보고 계십니까. 저 민입니다. 이제 나그네 되어 떠도는 사람이 되었지만 꼭 열심히 공부하여 생전에 글공부도 하지 않는다고 꾸중하시던 부모님의 모습을 떠올리며 꼭 출세를 하겠습니다. 그래서 강호의 도둑들의 머리를 모조리 배어 부모님의 영전에 바치오리다.`
권 민이 양양을 떠난 지 꼭 2달 보름이 되어서 초 땅에 도착했다. 중원은 역시 넓고 호화스러웠다. 여기서 장안과 낙양이 얼마 안 된다고 들었다. 권 민은 객잔에 들어섰다. 계향루 라는 이름이었다. 여기는 주점인 동시에 객잔인 모양이었다. 여기저기 기생 아가씨들이 눈에 띄었다. 태수가 돈을 넉넉히 주었기 때문에 방하나 구하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짐을 풀고 좀 누워있었다. 그랬더니 저기에서 싸우는 소리가 들려왔다.
`아니 이년이, 네가 귀족의 따님인줄 알아? 너는 기생일 뿐이야. 그런데도 나와 함께 있지 못하겠다니 그것이 될 말이냐. 주제 파악을 해라 이 년아`
우악스러운 남자의 목소리였다. 곧 이어 이어질 듯 아니 이어질 듯하게 맑고 고운 여자의 소리가 들려왔다. 여느 기생처럼 요염한 목소리가 아닌 단정하디 단정한 목소리였다.
`저는 몸을 파는 기생이 아니올시다. 저는 그런 모임에 끼고 싶지 않습니다.`
`아니 이년이! 기생이면 다같이 기생이지 이 오라질 년아`
`손님 좀 참으십시오. 백운비. 어서 빌어라. 응? 손님 이 애는 시, 서, 화, 기에 능하여 그런 자리에는 끼지 않으오니 제발 용서해 주십시오. `
`그럼 이 년이 남자 꼬시는데도 능란하겠지.`
점점 음탕한 어조로 나가는 사내에 대해 듣고 있던 권 민 마저 커다란 모욕을 느꼈다. 두 손을 불끈 쥐었다. 그러나 태연한 어조로 남자에게 말했다.
`노형, 사내가 여자하나로 이러면 되겠소. 자리에 앉아 술이나 듭시다.`
점점 가관이었다.
`네 놈이 나를 알기나 한단 말이냐. 창녀를 내 마음대로 하겠다하는데 왜 나서느냐 네 놈이 맞고 싶으냐?`
화가 치밀어 올랐다. 권 민의 웃음 띈 얼굴이 사라졌다.
`어라 이놈이 누구를 흘겨봐`
그 순간 권 민의 주먹이 사내의 얼굴을 강타했다. 갑작스런 공격에 사내는 저 만치 나가 떨어졌다. 권 민은 다가가 그 사내의 멱살을 잡았다. 엄청난 힘에 놀란 사내의 얼굴을 새파랗게 질려있었다. 순간 객잔의 모든 사람들은 이들에게 시선을 돌렸다. 그러나 시선을 아랑곳 하지 않은 체 권 민은 사내를 흔들어 댔다.
`이 놈 한방에 떨어질 놈이 계집질이나 하고… 정녕 더러운 놈이로다. 아녀자를 희롱하다니. 너 같은 놈은 나의 손을 거칠 자격도 없다. 썩 물러나라`
사내는 멱살이 놓이자 마자 부끄러워 얼굴도 못 들고 걸음아 날 살려라 하고 꽁지가 빠지게 도망이 갔다. 이 모습을 본 사람들이 모두 껄걸 웃었다.
객잔 주인이 다가왔다. 그리고는 백운비를 물러가게 한 후 권 민과 조용한 곳에 앉았다.
`선생님 감사합니다. 저와 제 딸을 위기에서 건져 주셔서.`
`아닙니다. 할 일을 한 것 뿐입니다. 근데 얼굴을 보아하니 정말 따님은 보통 분이 아닌 것 같군요. 귀족의 태가 흐릅니다.`
주인장은 말이 없었다. 왜인지 어두운 수심의 그림자가 짙게 깔려 있었다. 영리한 권 민이 이를 보고는 놓칠새라 말했다.
`혹시… 정말 보통사람이 아닌지요`
`…….`
`노인장 말씀해 주십시오`
권 민이 재촉하듯 말하자 주인장은 입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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