裸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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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한 가사(假死)상태의 나는 한적한 길을 걷고 있네. 이 길에 올망 졸망 피어있는 꽃 송이는 내 죽음이 온전한 것이 아님을 짐작케하네. 불면의 당신은 이 뒤안길에서 사랑을 주었네. 당신이 있을때 나는 내가 퍽 살아있는 듯이, 웅웅거리는걸 느꼈네. 아니 크게 처음으로 내가 사랑을 받을 수 있다고 느꼈네. 그 해 언뜻 당신의 호흡으로 봄, 여름, 가을, 겨울의 사계를 스치며 나는 또 처음으로 계절이 가는 것을 알았네. 그 언젠가 나는 그렇게 말했네. 딱 죽어도 좋을 시간이 있다고 그랬네. 체념한 듯 엎드려 있던 내게, 끝간데 없이 어쩌면, 영원히 살 수도 있다는 믿음을 준 당신을 기억하네. 어디쯤 다시 꽃처럼 피어나, 한들한들 웃으려나. 나는 다시 깊은 수면의 강을 건너 심장의 고동소리 없는 이 길을 계속 걷고 있네. 누구는 스무해는 짧다고 살 날이 많다고 하지만 나는 어쩌면 오늘이 마지막이고, 또 지금이 마지막임을 이제 침묵으로 아네. 웃음도 고통도 몰아 뱉어버린 폐의 잔류에 귀 기울이네. 아무것도 가져간 것 없어 가난한 가사상태의 나는 늘 삶의 마지막에 이르러 그 기억을 추모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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