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한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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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이 많은 밤.잠을 자야 하는데 도통 잠을 이루지 못하는 밤.미움받는 밤.사랑받는 밤.아무것도 이루어낼 수 없는 밤. 밤 속에 거두어서 혼자 죽임을 당하는 밤.그러나 죽음을 알 수 없는 밤.그러면 웃는 밤. 생각나졌다가, 죄책감을 뒤집어 쓰고 우는 밤. 사는 것 자체가 죄인 밤.안암역에서 하숙집까지 걸어가는 길은 생각이 분열하고, 생계를 빌었던 비열한 자리에 꽃 맹아리 피는 밤. 밤속에서 밤을 지피는 밤. 대체 왜 그렇게 하는지 알 수 없는 밤. 얼굴이 미워지고 곱사등이가 찾아오는 밤. 유열한 밤. 몸이 길을 터는 밤. 거절당하는 밤. 지켜낼 수 없는 약속을 받아들고 다니는 밤. 오해속에 제 맘 하나 가눌 곳 없는 밤. 습한 밤. 시간을 도막내어 숨겨야 하는 밤. 간사한 희망보다 솔직한 절망에 귀를 기울이는 밤. 포기와 체념의 밤. 한번도 생각하지도, 주장하지도 못한 순한 삶이 이기적이라고 찬양받게 되는 밤. 이유야 알 수 없는 밤.
몸이 길을 터는 중에, 나는 길이 되고 흙길이 되고 포장한 길이 되고 길을 걷는 사람은 흙을 밟을 수 있고, 좀 더 빨리 갈 수도 있고, 나는 스쳐야 하는 길. 나를 지쳐 걷는 사람들은 제 목적지까지 도달해야하고, 나는 그들이 지침으로 더 단단한 길이 된다.- 쭉 길이 될 수 밖에 없다고 믿는다. 기억은 세립자로 켜켜히 길을 쌓고.
길 건너 목적지까지 행복하게 닿기를 간절히 기도하는 밤.나에게는 한껏 간들어진 석양이 거짓이라도 안온을 말하고, 나그네에게는 진실한 사과 하나 떨어질때, `안녕`하고 이해하는 닮은 눈빛 지어보일 수 있길 기도하는,정말 정말 정말 아침이 올것 같지 않아보이는 늦은 밤. 주제와 상관 없는 요절한 시인의 추모시를 준비하는 나즈막한 밤 끝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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