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집-조서희

조서희

짝사랑 그 두번째 이야기



	(부제 : 열 여덟) 나는 아저씨들을 좋아한다고들 한다. 나도 그렇게 생각하게 되어버렸다. 내 주위의 남정네들을 보니... 난 이담에 커서 나랑 일곱 살 이상 차이가 나는 사람과 결혼할 것이다. 나보다 일 센티미터라도 크면 되고 너무 마르지도 그렇다고 너무 뚱뚱하지도 않은 통통한 남자면 오케이다. 중요한 것, 경제력도 있어야겠지? 참! 나는 아직 고등학생이다. 그리고 많은 연예인을 좋아한다. 그 중에서도 여명을 가장 좋아한다. 옆집 아저씨 같은 친근감이 느껴지기 때문이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을 나열하자면 도서관의 내 앞에 앉는 아저씨, 아침마다 보는 엘리베이터 맨, 우리학교 국어선생님, 류망의생의 양조위, 쇼생크 탈출의 팀 로빈스...... 이 페이지를 넘길 정도로 많다. 영화와 음악을 특히 좋아한다. 영화 장르 중 드라마나 멜로ㆍ다큐를 즐겨 보고, 코메디나 액션은 거의 낭비라고 생각한다. 음악은 발라드ㆍ알엔비ㆍ발라드 락 등의 장르를 좋아하고, 광적인 락 그러니까 엄청 시끄러운 악만 지르는 그런 음악은 질색이다. 이 곳에 산지도 어언 일년 반. 비디오 가게와 레코드 가게는 내 덕에 돈 많이 벌었을 것이다 .학기초부터 내가 늘 가던 레코드 가게에는 아저씨가 있다. 그전엔 젊은 아저씨(나에겐 나보다 나이 많으면 다 아저씨다.)가 있었는데 말이다. 친구들이랑 가면서 가게 앞을 지날 때 난 그 레코드 가게를 꼭 보게 된다 왠지 친근감이 가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아저씨는 여명만큼은 아니더라도 내 이상형에 근접했다. 그 아저씬 밤에만 있었다. 어쩌다 오전 아니 이른 오후에 가면 그 젊은 아저씨가 있었기 때문이다. 이차 보충 수업이 시작될 무렵 그 작은 레코드 가게에 없을 거라는 생각을 하고서도 거기에 가고 싶었다. 친구가 장국영을 좋아해 새로 나온 뮤직 비디오를 생일 선물로 줄려고 했었다. 친구 생일이 아직 멀어서 천천히 구입해도 되겠다 싶어서였다. 역시 없었다. 그 아저씬 음악에 관해서는 잘 모르는 것 같았다. 그 다음날에도 갔다. 역시나 없었다. 그 다음날에도 없었다. 난 조금씩 지쳐갔다. 시내에 나가서 살수도 있었지만 이미 문의해 버렸으니, 나 아니면 살 사람도 없을 것 같았다. 근데 삼일씩이나 허탕이라니 짜증이 났었다. 그 다음날에도 없었다. 테잎은 물론 그 아저씨도 없었다. 그 젊은 아저씨뿐이었다. 조금 서운했다. 그 아저씨 보는 것도 좋았기 때문이다. 그 뒤에도 난 그 앞을 지나기만 해도 가게 안을 보곤 했다. 그 아저씨도 보고 신보도 보기 위해서였다. 난 옷을 다린다는 건 뭐랄까... 싫었다. 아니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 낭비라고 생각했다. 드라이 쓰는 것도 마찬가지였다. 지금도 거의 변함없다. 언젠가는 졸린 눈을 비벼가며 다림질을 한 적도 있었다. 다른 아이들의 잘 접힌 주름을 보며 약간의 부러움에서였다. 하지만 어쩌다가 한 다림질의 자국은 일주일도 못 가서 원상복귀 되어버렸다. 오늘도 여느때와 마찬가지로 친구들을 버스에 태우고 건널목을 건너서 레코드 가게를 지나기도 전에 가게 쪽으로 눈을 돌렸다. 그래야 내 이상형 아저씨를 조금 더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근데 오늘은 아저씨와 눈이 마주쳐 버렸다. 곧바로 얼굴을 돌리고 재빨리 걸었다. 그 아저씨는 어떻게 생각할까? 윽! 창피했다. 다음에는 다른 방법을 써야겠다. 젊은 아저씨와 아저씬 무슨 관계일까? 형제일까. 아님 고용인과 고용주? 형제라면 아저씨가 주인일거야. 동생은 아마도 놈팽이가 아닐까? 두 번째일 경우도 아저씨가 주인일거야. 회사에 다니지. 그래서 아르바이트생일을 고용한 거야. 물론 잘 아는 사이거나 해야할 거야. 돈이 눈앞에 있으니까. 역시 나의 추리력은 누구도 따라오지 못한다니까. ^^* 일주일 정도 뒤에 치를 시험을 위해 우리 학교는 오늘부터 열시 까지 남아야 한다. 시험을 위해 공부하는 게 무의미하게 느껴진다. 난 늘 꿈꾼다. 내 영화를 만드는 꿈을. 늘 꿈꾸는 이야기로 시나리오를 쓰는 거야. 내 꿈을 영화로나마 실현시키는 거다. 그러기 위해서는 뭔가 많은 경험이 필요하다. 그래서 대학교에 입학하면 많은 것을 배울 것이고, 여행도 많이 다닐 것이며, 여러 방면의 일도 경험할 것이다. 그것이 내 꿈이다. 자그마한. . . . . 오늘도 어김없이 일찍 일어나야 했다. 일곱 시. 서둘러 교회에 갔다. 입구에 들어서기 전 옷매무새를 다듬었다. 미남 선생님께서 가르치시기 때문이다. 미남이라기보다는 성격이 좋으신 것 같았다. 대학생이거나 이제 사회 초년생인 것 같았다. 입구를 막 들어서는데 남색 정장에 파란색 와이셔츠 황금색 넥타이를 멘 그 아저씨가 눈에 들어왔다. 이 교회를 다니셨나? 이 동네에 사시나? 늦은 감이 들이 이층으로 뛰었다. 예배를 드리고 나서 혹시나 하는 마음에 창 밖을 보았다. 그 아저씨는 교회 입구를 두리번거리더니 노란색 투피스를 입은 여자와 함께 나갔다. 누구를 찾는 걸까? 또 그 여자는? 부인? 왠지 어울리지 않는다. 그 아저씨랑은 내가 더 잘 어울리지 않을까? ^^* 십일월 중반에는 십이월 잡지가 나오는 시기이다. 여성잡지의 부록은 하나 같이 다이어리였다. 우리 반 애들도 다이어리 갖을 셈으로 한 두 명씩 이제는 열 명이 넘게 잡지를 구입했다. 아이들을 시험도 끝나서 잡지를 보는데 열을 올렸고 그 사이에 껴서 보고 있는데 몇 달 전부터 사고 싶었는데 돈도 없고 다 좋으리라는 보장도 없어서 미루었던 엔야 베스트앨범이 나왔단다. 테잎 살 요량으로 지갑을 채워왔다. 그 작은 레코드 가게에는 또 없었다. 아저씨는 미안한 표정을 지었다. 그 아저씬 순수해 보였다. 또 아직은 총각 같아 보였다. 정말 그 여잔 누굴까? 묻고 싶었지만...... 따스한 게 토요일다운 날씨였다. 친구들하고 여기저기 돌아다니다가 이제 어수룩해져 서로의 집으로 헤어졌다. 난 다시 레코드 가게를 찾았다. 난 들어서면서 아저씨의 표정을 보는 것이 첫 번째로 하는 일이다. 생각에 잠긴 듯 했다. 별로 안 좋은 일이 있었던 것 같아 보였다. 아저씨가 테잎을 건네주고 내가 돈을 지불하고 다시 아저씨를 보았다. 아까와는 다른 왠지 기분이 좋은 듯한 표정이었다. 장사가 잘 되지 안았나 보다. 내가 생명의 은인? 난 엔야의 '오리노코 플로우'가 제일 좋다. 발음이 맞을지 모르겠다. 암튼 이 곡은 밝은 새날을 의미하는 것처럼 밝고 명쾌하고 뭐랄까 친근감이 가는 음악이다. 이 음악을 들으면 새로 하는 일은 뭐든 잘 될 것 같은 느낌이 든다.한마디로 좋다. 난 정장을 입고 싶어했고 아직도 여전히 입고 싶어한다. 중학교 때부터 텔레비전을 보거나 옷가게 앞을 지날 때면 '저 것 예쁘다.' 하는 버릇이 생겼다. 요즘엔 엄마한테 조르는 중이다. 근데 꿈에도 그리던 멋있는 정장을 입고서 꿈속에 나타났다. 어떤 남자앞에 서서 뭐라고 했더니 그 남잔 놀라서 인지 기뻐서 인지 몰라도 날뛰었다. 그 남자가 누구더라...... 생각나지 않는다. 내가 뭐라고 했길래 좋아하는 걸까? 음...... 맞아! 결혼하자고 아니 그 남자의 청혼을 내가 승낙하는 거겠지. 그래서 그렇게 ...... 상상은 자유니까. 곧 다가올 나의 생일. 엄마한테는 커다란 헤드폰을 사달라고 했다. 왠지 갖고 싶었다. 길고 있지만 그래도 짧은 머리여서 겨울엔 귀가 시려울테니까. 폼으로 끼고 다니는 거다. 보는 사람은 내가 음악을 듣는지 어쩐지 모를 테니까 멋있다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아빠한테는 카세트를 사달라고 할 것이다. 일전에 사준 건 사준지 할 달 조금 넘었는데 잃어버렸다. 삼년 졸라 사준 걸 한 달만에 말이다. 이제는 거의 잊었다. 그게 속 편하니까. 친구들을 버스에 태워 보내고 녹색 신호등을 기다렸다 .열 시반이 지난 이 시간에도 불이 꺼지지 않는 가게가 있다. 작은 레코드 가게. 항상 늦게까지 불이 켜져있다. 녹색. 건널목을 건너 레코드 가게 앞에서 멈춰섰다. 아저씨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오징어를 씹고 있었다. 가게 유리에는 내가 좋아하는 가수들, 이승환 발라드 모음집이 나왔고 넥스트 사집이 나왔다는 것을 알리려 종이에 써 놓았다. 하지만 그것보다는 아래 있는 헤드폰에 눈이 갔다. 얼마쯤 할까? 그때 누군가 나를 보고 있음을 느꼈다. 아저씬 나에게 무한한 상상력을 심어 주었다. 이런 작은 경험들이 모여 내 인생을 멋지게 해 줄 것이다. 스피커에는 나의 꿈이 이루어 질 것을 예감하는 음악 '오리노코 플로우'가 막 시작했다. 아마도 아저씬 두 번째 아님 세 번째 일지도 몰라. 아니야. 확실한 건 아저씨가 움직이지 않았고 음악은 시작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