징검다리
|
| |
|
|
| |
| |
| |
버들 내에 징검다리 식구가 살고 있었다.
아빠·엄마·형·누나·동생들
온 식구가 줄레줄레 앉아 있었다.
한 줄로 올망졸망 살고 있었다.
날마다 해마다 징검다리 가족은
버들 내 가운데 띄엄띄엄 앉아 있었다.
바람이 살랑살랑 불어도
비가 부슬부슬 내려도
눈이 사그락 사그락 내려도
언제나 언제나 징검다리는
똘망똘망 거기에 앉아 있었다
날마다 날마다 온 동네 사람들이
짚고 짚고 밟고 밟으니
얼마나 아플까, 징검다리는.
밤마다 밤마다 아무도 안 오니
얼마나 무서울까, 징검다리는.
어떤 때는 어떤 때는 숨바꼭질한다.
비가 억세게 많이 오면 숨바꼭질한다.
아기 징검다리는 숨고
아빠 징검다리는 찾고
어디어디 숨었나
우리 아기 징검다리
빨리빨리 숨어라
버들 냇물 속에 숨어라.
찾았더니 쏘옥
찾았더니 쑤욱
징검다리네 식구가 숨바꼭질한다.
겨울엔 겨울엔 얼마나 추울까
버들 내가 꽁꽁
너무나 추울까 봐 함박눈이 내린다.
징검다리 머리 위로 소복소복 내린다.
버들 내에 눈사람이 생겼다.
아빠 눈사람, 엄마 눈사람, 아기 눈사람.
징검다리는 징검다리는 돌부처이다.
송사리가 간지려도
냇물이 속삭여도
웃지를 않는다.
징검다리 식구들
봄소풍을 간다.
일렬로 줄을 서서 봄소풍을 간다.
징검다리 식구들
가을 소풍을 간다.
가을 하늘 속으로 단풍놀이 간다.
징검다리 식구들 운동회를 한다.
순이는 깡충깡충
돌이는 껑충껑충
강아지는 졸랑졸랑
단풍잎은 넘실넘실
달리기를 한다.
징검다리는 징검다리는
해마다 나이를 먹어도
자라지를 않는다.
언제나 언제나 그냥 그대로이다.
징검다리는 몇 살이나 됐을까?
순이 할배가 어렸을 때 건넜다니깐
환갑이 훨씬 지났겠다.
징검다리는 친구들도 많다.
봄에는 진달래, 여름에는 소나기,
가을에는 꽃단풍, 겨울에는 함박눈.
하늘·달·별·바람·물, …
돌이·순이·할매·할배, …
멍멍이·매암이·송아지·꿀꿀이,…
다 친구다.
개구장이 돌이가 까불다가
퐁당 빠졌다.
새침쟁이 순이 그걸 보고 웃다가
미끌 빠졌다.
징검다리는 모른다고
시치미를 뗀다.
조심해서 건너라 징검다리를
미끌미끌 거린다 징검다리가
살금살금 뛰어라 징검다리를
살얼음이 얼었다 징검다리에.
사시사철 삼백 육십 오일 징검다리는
쓰다 달다 말없다 징검다리가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우리들 보고
나처럼 닮아 보란다 징검다리가.
어제도 오늘도 내일도
거기 있었다
징검다리는.
|
|
| |
|
|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