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로 보내야 하나요?
|
| |
|
|
| |
| |
| |
어머니 돌아가신 지 반세기, 아버지께서 제 곁을 떠나가신 지도 어언 25년. 두 분은 동갑내기였으니, 살아 계신다면 아흔이십니다. 어머니는 제가 일곱 살 때 돌아가셨으니 가뭇가뭇하지만, 아버지께서는 육 남매를 다 짝 채워 놓으시고 부지런히 어머니 곁으로 떠나셨습니다.
자식들이 한창 집 한 칸이나마 마련하느라고 어려웠던 시절, 용돈 한 번 제대로 드리지 못했습니다. 어쩌다 오 천환 짜리 한 장 드리면 꼬깃꼬깃 겨 춤에다 숨겨 두셨다가 혹 가다 들리는 자식들이 오면 막 포도주 한 병 몸소 사 오셨습니다. 그 흔한 온천 한 번 못 모시고 갔으니, 어쩌다 온천 갈 때마다 한이 됩니다.
자식들 가르치시느라고 그 많던 문전옥답(門前沃畓) 다 없애시고, 성치 못한 몸으로 애면글면 농사지으시던 아버지. 지금도 눈에 선한 툭 불거진 인고(忍苦)의 심줄들.
벌써 부모님이 계신 산자락엔 첫째, 셋째 형님도 함께 누우셨습니다.
남들의 칠순 잔치다, 회갑 여행이다 하는 소리만 들어도 마음이 아릿해져 옵니다.
겨울 방학이 끝나 객지로 공부하러 올라가는 날 새벽, 제 방 군불 일찌감치 때시고 꽁꽁 언 제 운동화를 아궁이에다 따끈따끈 데워 신겨 보내셨습니다.
자취할 쌀 지게에다 지시고 비탈 눈길 밟으셨던 뒤축이 다해진 털신발이 지금도 찬바람이 이는 날이면 눈에 어른거립니다.
"아버지, 저도 용돈을 드리고 싶습니다. 어디로 보내야 하나요?"
|
|
| |
|
|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