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코이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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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부평구민이 된지도 벌써 10 개월 째 접어들고 있다. 남구에서만 사반세기(四半世紀)를 살았으니 남구의 터주대감이 되려니 했더니 부평구로 이사오게 되었다. 같은 인천이라지만 생활 기반을 남구에다 닦았기 때문에 어쨌거나 낯설기 마련이다. 그러나 형제 중에서 홀로 작전동에 사시는 둘째 형님은 가까이 온 나를 쌍수를 들어 환영하셨다. 도시란 삶의 형태가 다 엇비슷하게 마련이지만 가만히 눈여겨보면 우리가 그전에 살던 곳과는 다른 면모를 발견하게 된다. 우선 우리가 아파트 앞 도로의 가로수만 해도 흔히 볼 수 없는 수종(樹種)을 심어 놓았다. 내가 이 나무를 처음 보게 된 것은 조기회(朝起會)라는 친목회에서 매주일 아침마다 인천대공원 큰길을 산책할 때부터였다. 키가 올곧게 쭉쭉 뻗고 수려하고 미끈하게 생긴 나무였다. 인천대공원에 붙여진 나무 이름은 '메타세콰이어'였다. 그런데 그 메타세콰이어라는 나무가 내가 이사온 곳의 큰길 가로수로 심겨져 있었다.
이 나무 이름은 '메타세콰이어'라고도 하고 '세코이아'라고도 하며, 국어사전에는 세쿼이아(sequoia)라고 하고 있다. 이 나무는 삼목속(杉木屬)에 속하는 북아메리카 태평양 연안의 산지에서 자생하는 세계 최대의 나무로 유명하다고 한다. 키가 큰 것은 120ｍ가 넘는 것이 있으며, 직경이 자그만치 12ｍ나 되고, 둘레가 37ｍ나 육박한다고 한다. 이 나무를 사람이 껴안으려면 장정이 22명 정도가 손에 손을 잡아야 한다고 하니 지구상에서 가장 큰 나무임을 미뤄 짐작할 수 있다. 수령(樹齡)이 3000천년을 넘는 것도 있다하니, 우리나라 나이에 1000살 정도가 부족한 나무이다. 1년에 30㎝ 정도가 무럭무럭 자라나나 세코이아 씨앗은 0.05ｇ 정도로 작다고 한다. 이 나무의 특징은 너무나 키가 크고 곧게 자라나는 것에 비하여, 뿌리의 깊이는 한 길 정도에 불과하다고 한다. 그래서 옆으로 기우는 날에는 이 나무가 세상을 다하는 날이라고 한다.
우리 아파트 앞 가로수로 심어진 세코이아를 보면서 푸르러질 그 날을 생각해 본다. 오늘 세코이아 가지를 눈여겨보니 자그만 눈들이 잠을 깨기 시작한다. 길가에 심어진 세코이아가 너무 크기 때문에 우리나라 가로수에 적당할가 하는 걱정이 생기기도 한다. 그러나 심어 놓은 것만이 능사가 아닐 것이다. 그보다도 심겨진 이 세코이아를 잘 관리하여 구민들에게 사랑 받는 나무를 커 가는 것이 더 큰 의미가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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