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집-jh

영원한 사랑(4)



	동생의 울부짖음에도 형은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 형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멧돼지에게 다가가서는 목에 꽂혀있던 창을 뽑아 들었다. 그리고는 발버둥 치고 있는 멧돼지의 목에 다시 한번 깊숙이 창을 쑤셔 박았다. 발버둥 치던 멧돼지가 완전히 그 움직임을 멈추자 형은 창을 뽑아 들고는 피를 닦아 내었다. 그리고는 분노로 몸을 떨고 있는 동생을 보며 피식 웃었다. "니까짓게 뭔데 나한테 이래라 저래라 하고 간섭하는 거야. 어짜피 동물은 인간이 잡으라고 존재하는 거야. 인간이 그 동물의 가죽을 필요로 하든 아님 그 고기를 필요로 하든 그런 요구사항이 있을때만 잡는게 아니라고. 난 단지 오늘 새로 만든 내 창을 시험해 보고 싶었을 뿐이었어. 녀석은 내창의 시험대상이 되는 영광을 얻은 거라고. 허긴 너같은 천한 녀석이 사냥의 즐거움을 알겠어 후후. 건방진 자식같으니라고." 거기까지 이야기를 한 그녀는 잠시 먼 허공을 바라 보았다. 그러더니 다시 종태의 눈동자를 바라보며 이야기를 계속했다. "큰형에게는 아주 교활하고 잔인하며 탐욕스러운 친구가 한 명 있었죠. 그 친구는 형의 지위와 권력을 이용해 자신이 꿈을 이루고 싶어 했어요. 그 둘은 날마다 같이 어울려 다녔고 서로가 서로에게 정말 없어서는 안될 존재였죠. 그러던 어느날 이었어요. 촌장님의 귀에 이상한 소문이 들려오기 시작했죠. 그 소문은 바로 자신의 큰 아들이 그 친구와 함께 가난한 어느 노파의 집에서 세금을 징수해갔고 반항하는 그 노파를 창으로 찌르고 난 후에 도망갔다는 것이었어요. 창에 찔린 그 노파는 그 다음날 숨을 거두었지요. 촌장님은 사실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자신의 큰아들을 불러서 물어 보았어요. "어제 해괴 망측한 소리를 들었는데 그 소문이 정말 사실이냐?" 큰아들은 아무말도 없이 고개만 숙이고 있었다. "정말로 니가 그런 짓을 저질렀단 말이냐?" 촌장의 호통은 정말 엄하고 무서운 것이었다. "왜 아무말이 없는냐? 정말 니가 그런짓을 했단 말이냐?" 역시 큰 아들은 아무말도 없었다. "이일을 어찌하면 좋단 말이냐? 어째서 우리 마을에서 이런 일들이 그것도 다른 사람도 아닌 내 아들녀석이 그런 엄청난 짓을... 넌 어찌 하여 그리도 잔인하고 흉폭하단 말이냐? 니가 둘째의 성격을 반만이라도 닮았더라면. 대체 이제 어찌하면 좋단 말이냐?" 그때까지만 해도 고개를숙이고 가만히 있던 큰아들이 고개를 치켜들며 촌장을 뚫어지게 쏘아보았다. "제발, 그녀석 이야기는 이제 그만 좀 하세요. 왜 제가 그녀석과 닮아야 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있어야 하는거죠? 그녀석이 제 친동생입니까? 전 그녀석하고는 단 한방울의 피도 섞이지 않았단 말입니다. 아니 피가 섞였다면 정말 전 혐오스러웠을 거에요." "도대체 지금 무슨 소리를 하고 있는거야?" "아버진 제가 아무것도 모르고 있는 줄 아시지만 전 이미 모든것을 알고 있단 말입니다." 큰 아들의 말에 촌장은 커다란 충격을 받은듯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전 한번도 그 녀석을 제동생이라고 생각해 본적이 없습니다. 그녀석은 근본도 알 수 없는 사생아이고 또..." 큰 아들의 말이 미처 끝나기도 전에 촌장의 손바닥이 큰 아들의 뺨을 후려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