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집-jh

영원한사랑(11)



	"이런곳에서 만나다니 좀 뜻밖이구나. 이게 도대체 얼마만이냐. 내가 그동안 너를 얼마나 찾아다녔는지 알아. 내 사랑스런 동생아? 그리고 연홍낭자도 이곳에 함께 있을 줄은 몰랐는데 이렇게 보게 되다니. 그동안 잘 지냈소?" "형, 아니지 이젠 널 형으로 부르지 않을꺼니까. 그까짓 권력 때문에 아버지를 죽이고 다른 가족모두를 죽이고 그것도 모자라서 내가 사랑하는 여인에게 그런 짐승같은 짓까지 저지르고. 내 소중한 모든 것을 짓밟아버린너 이젠 너와 나의 그 지긋지긋한 운명을 결론짓고 싶어." "그렇게 흥분할 필요는 없지않니? 몇 백년만에 이렇게 다시 만나는 건데. 천천히 이야기좀 해야지. 우린 서로 할 이야기가 많잖아 시간도 많으니까. 그동안 니녀석 때문에 내가 느꼈던 그 모멸감과 고통을 니녀석도 똑같이 느끼게 해주고 싶거든. 니 소중한 모든 것을 내가 짓밟았다고 했는데 그건 사실 내가 할 소리거든. 내가 니녀석 때문에 어떤 시간들을 보내왔는지 알기나 해. 아버지는 단 한번도 날 인정하려 하지 않으셨어. 다른 어느 누구보다도 강하고 용맹스럽던 나를. 누구 때문에 우리 부족이 전쟁없이 살아갈 수 있었는데 그게 모두다 내힘때문이었는데. 그런데도 항상 아버지의 입에선 니녀석의 이름만이 나왔지. 첩의 자식이었던 니녀석 이름만. 모두들 어땠는지 넌 모를걸. 니녀석이 부족의 우두머리가 되어야 한다고 떠들어댔어. 난 포악하고 흉폭해서 그 자리에 오를 자질이 없다나. 진정한 후계자의 피가 흐르는 날 우습게 보고 하찮게 여겼단 말이야. 사생아인 너 때문에. 너의 그 더러운 혈통에도 불구하고 다들 너만 칭송하고 너만 올바르다고 했지." 그 사내는 잠시 말을 멈추고 종태를 쏘아 보았다. 그리고는 다시 입을 열었다. "처음에 너의 존재를 알았을때 그래서 도망치는 네 엄마를 쫓아가 죽였을 때 충분히 너도 죽여버릴 수 있었어. 하지만 그렇게 하지 않았던 것은 니녀석에게 죽음의 공포보다도 니 소중한 사람들이 죽어가는 아픔을 평생 느끼게 해주고 싶었기 때문이었어. 그건 결코 죽은 자는 느끼지 못하는 거니까. 모두들 내가 너무 포악하고 잔인하다고 이야기를 했지만, 결국 날 그렇게 만든건 그들이었어. 나에 대한 그들의 그 편견이 그리고 너에대한 지나친 사랑이." 아무도 입을 열지 않았다. 사내는 다시 입을 열었다. "누군가를 좋아하는 감정따위는 한번도 가져본 적이 없던 내게 그런 감정을 느끼게 해준것이 바로 연홍낭자였어. 난 연홍낭자를 정말 사랑했지. 그녀가 단 한번이라도 내마음을 받아 주기를 아니 받아 들이지 않는다고 해도 내곁에 있어주기만을 바라고 또 바랬어. 그러던 어느 날이었지. 그녀에게 난 내마음을 고백했어. 나의 사랑을 받아 들여줄 수 있느냐고. 그런데 그녀는 얼굴표정하나 바뀌지 않으면서 내게 말했어. 널 사랑한다고. 오직 너만을 사랑하며 살아가고 싶다고 미안하다고. 그때의 내 기분을 니놈이 알기나 해. 난생처음 사랑하는 사람이 생겼는데 그녀가 내가 세상에서 가장 증오하고 미워하는 녀석을 사랑한다며 미안하다고 했을때의 그 기분을 말이야. 그녀의 그 말을 듣고 난 결심했지. 어떡하든 그녀를 반드시 내 여자로 만들어 버리겠다고. 마음을 가질 수 없다면 몸만이라도 내 것으로 만들어 버리겠다고 말이야. 그래서 니가 떠나던 날 난 그녀를 범해 버렸어. 그렇게라도 하면 혹시 그녀의 마음이 내게 조금이라도 열리게 되지는 않을까 하는 바보같은 마음으로. 하지만, 그건 정말 어리석은 내 바램일 뿐이었지. 그날 저녁 그녀는 자신의 더러운 몸으로 널 사랑할 수는 없다며 나무에 목을 매달고 죽어 버렸어. 그녀의 그 싸늘한 시체를 부여잡고 난 난생 처음 눈물을 흘렸지. 내가 얼마나 울었는지 그리고 그때 내 심정이 어땠는지. 눈물이 마를 무렵 내게는 오직 한가지 생각뿐이었어. 니녀석을 갈기갈기 찢여 죽여 버려야 겠다는 생각. 난 그길로 아버지에게 달려갔어. 내게 부족의 촌장 지위를 달라고. 물론 아버지가 어떤 반응을 보일지에 대해서는 불을 보듯 뻔히 알고 있었지만, 그대도 마지막으로 단 한번만이라도 아버지에게 인정받고 싶었으니까. 하지만, 내 예상대로 아버진 그건 절대로 안된다고 하셨어. 내 눈빛에선 언제나 사악함이 느껴진다나. 그러더니 또 니녀석이야기를 하는 것이었어. 내가 니녀석의 반만이라도 닮았다면 정말 얼마나 좋았을까 하고. 난 가슴이 터져 버릴것 같은 분노로 도저히 더는 참고 있을 수 가 없었어. 그래서 창을 들고 아버지를 그 자리에서 죽여 버렸지. 이제껏 단 한번도 날 사랑해 준적이 없던 내 아버지를. 피를 흘리며 쓰러지면서도 아버지는 니녀석 걱정만 하셨지. 잠시동안 연민에 빠져 들었던 난 그 소리에 정신을 차렸어. 그리고는 평상시에 나에 대해 반대하던 장로들을 찾아가 그들 가족을 몰살시켜 버렸지. 한번 피를 보고 나니까 나 스스로도 도저히 멈출 수 가 없더군. 난 미친듯이 사람들을 죽였고 너를 찾으려고 애썼어. 하지만, 아무리 둘러 보아도 그 어디에도 니 녀석의 모습이 보이질 않는거야. 도대체 어떻게 해야 니녀석을 찾을 수 있을까 한참 고민하는데 갑자기 전에 아버지가 너에게 하신 말씀이 생각났지.나중에 시간의 동굴로 가서 그곳의 봉인을 풀라던. 난 서둘러 그곳으로 갔어. 아니나다를까 그곳의 봉인은 풀려있었어. 이 망할놈의 노인네는 알고 있었던 거야. 내가 니녀석을 헤칠거라는 것을 그래서 서둘러 니 녀석을 이곳으로 보내버린 거지. 하지만 그 노인네는 하나만 알고 두은 몰랐던 거지. 그 대화를 내가 엿들었을거라고는 생각 못한거야. 아뭏튼 우리 이제 이렇게 다시 만났으니 다시는 헤어지지 말자. 내가 널 얼마나 애타게 찾아 왔는데. 니 녀석에게 진정한 고통이 무엇인지를 제대로 가르쳐 주기위해서 말이야." 그 사내의 눈에서 엄청산 살기가 뿜어져 나오기 시작했다. 종태역시 그 사내를 뚫어지게 쏘아보고 있었다. 그녀 역시 종태곁에서 그를 쏘아 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