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한 사랑(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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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도 그랬던 것처럼 아무 생각없이 가로수 길을 걷고 있었다. 크리스마스가 가까워져서 그런지 길을 걷는 사람들의 손엔 선물 꾸러미가 들려져 있었다. 그리고 음악사에서는 연신 캐롤이 울려 퍼지고 있었다. 종태는 크리스마스에도 별다른 계획이 없었다. 그저 작년처럼 나오기 싫다는 친구들을 억지고 불러서 술이나 마셔야 겠다고 생각하고 있었다.싸늘한 바람이 외투속까지 파고 들어오고 있었다. 종태는 그 매서운 바람에 기가 죽은듯 고개를 숙이고 손으로 외투깃을 꼭 잡은채 발걸음을 빨리하고 있었다.
늘 지나치던 그 골목에 이르렀을때 종태는 이상한 소리를 들었다. 자세히 듣지는 못했지만 누군가를 부르는 소리 같았다. 그 소리에 종태는 걸음을 멈추고 주위를 한번 둘러 보았다. 그러나 주위에는 아무도 없었다. '내가 잘못 들었나 보군.' 종태는 다시 발걸음을 재촉했다.
그때 다시 어디에선가 미세한 음성이 들려오기 시작했다. 종태는 깜짝 놀라 그 자리에 멈춰섰다. 누군가가 바로 종태의 이름을 불렀기 때문이었다.
종태는 다시 주위를 둘러 보았다. 역시 아무도 없었다. '이상하다 누가 분명히 내 이름을 부른것 같았는데.'
고개를 흔들며 다시 걸음을 재촉하려는데, 그 음성이 다시 들려왔다.
"종태씨, 위를 보세요."
그 소리를 듣고 위를 바라본 종태는 너무 놀라서 하마터면 그 자리에 쓰러질 뻔 했다. 하늘에서 한 여인이 내려오고 있었다.
종태는 너무 놀라 달아나려고 했지만, 다리에 힘이 들어가지 않아서 바닥에서 다리만 움직이고 있었다.
그 낯선 여인이 점점 종태에게로 다가왔다.
"종태씨, 두려워 하지 마세요. 그리고 잠깐 동안만 제 눈을 보아 주세요."
그녀의 말이 끝나자 마치 종태는 마법에 라도 걸린듯 그녀의 두 눈을 바라 보았다. 어디에선가 분명 그녀를 본 것만 같다는 생각이 자꾸 들었다. 낯설지 않은 그녀와 그리고 입매.
'어디서 봤더라. 분명 어디에서 본것 같은데. 도무지 생각이 나지 않으니.'
그녀와 눈이 마주친 뒤로 마음이 좀 편해지는 것을 느낀 종태는 좀 차분히 그녀를 살펴보았다. 두 갈래로 허리까지 내려온 머리, 허리에는 보석달린 작은 단도, 그리고 창백하리만치 하얀 그녀의 얼굴.
그녀의 모습을 살펴본 종태의 눈은 다시 그녀의 눈으로 향했다. 너무도 맑고 아름다운 눈이었다.보고 있다는 것만으로 마음이 편한해질 정도로.
그녀의 두눈을 뚫어져라 보고 있는데 그녀의 두 눈속에서 무슨 모습인가가 떠오르고 있었다.
그녀가 종태에게 말했다.
"좀더 정신을 집중하고 제 눈을 똑바로 보세요." 그녀의 말에 종태는 마치 무슨 마법에라도 걸린 것처럼 그녀의 말에 따랐다.
그녀의 눈속에서 희미했던 무슨 영상인가가 점점 뚜렷해지는 것을 느꼈다.
불이 나고 있었다. 그리고 수많은 사람들의 아우성치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녀가 말했다.
"종태씨 무엇이 보이나요?"
"불이 나고 있어요.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아우성을 치는 모습이 보여요. 아 가만 거기에 왠 사내가 나타났고. 붉은색 말을 타고 붉은색 창을 들고 얼굴엔 붉은색 두건을 쓰고 있어요. 그가 긴창을 들고 말을 아우성 치는 사람들 속으로 달려가서 그들을 창으로 무참히 찔러 죽이고 있어요. 여기 저기에서 피를 흘리며 쓰러지는 사람들 살려 달라고 외치는 소리들."
"그만 그만해 난 이런것 보고 싶지 않단 말이야. 왜 내게 이런 것을 보여 주는 거야. 당장 그만둬."
"종태씨 하지만 당신은 이것을 꼭 보아야만 해요. 제발 조금만 조금만 더 보아 주세요."
그녀의 애원하는 듯한 목소리에 내의지와는 상관없이 내 눈은 이미 그녀의 눈동자를 바라보고 있었다.
조금전의 영상이 다시 이어지고 있었다. 붉은색 말을 탄 사나이가 긴 창을 들고는 쓰러져 있는 사람들을 살피는지 이리 저리 둘러 보고 있었다. 그때 어디선가 어린 아이의 울음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갑자기 바닥에 누워있던 한 여인이 가슴에 안긴 아이를 부둥켜 안고 개울쪽으로 마구 달려가고 있었다. 그 뒤를 붉은말을 탄 사나이가 긴 창을 들고 쫓아가는 모습이 보였다. 필사적으로 거리를 넓혀보려고 달리던 여인이 개울가에 넘어지는 모습이 보였다.넘어진 여인은 자신의 몸은 아랑곳하지 않고 가슴에 안은 아기를 살펴 보았다. 아기는 다행히 이상이 없었다. 안도해 하는 그녀의 등 뒤로 붉은 말을 탄 사나이의 긴창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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